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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응답하라 1987!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버버리 코트를 팔던 그때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를 일컫는 청담동 명품거리. 90년 후반부터 수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며 고급패션과 쇼핑의 중심지로 꼽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를 일컫는 청담동 명품거리. 90년 후반부터 수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며 고급패션과 쇼핑의 중심지로 꼽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내 럭셔리 시장 만든 '숨은 손' <1>
86년 수입 자유화 조치 이후
브랜드 판권 따낸 에이전트 활약

"들어올 건 다 들어왔다. "
국내 럭셔리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젠 남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를 걸치는 게 오히려 최고의 과시가 될 정도로 소비자 취향이 다양화하고 수준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 1984년 1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이 처음 들어선 지 불과 33년 만의 변화다. 86년 패션 상품의 수입 자유화 조치로 국내 럭셔리 시장은 급성장했다. 2015년 기준으로 118억 달러(13조3400억원), 세계 8위 규모(베인앤컴퍼니)다. 지난 30여 년간 수입 패션 시장 판을 키우고 또 현재 키워 가는 주역은 누구일까. 30년 변천사와 함께 인물지도를 정리해 봤다. 인터뷰에 응한 몇몇은 소속 회사의 내부 규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익명으로 처리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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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만 해도 내수 시장은 이른바 '보따리 장사'로 해외 브랜드 옷이 조금씩 유통되는 게 전부였다. 수입 브랜드는 면세점의 전유물이었다. 국내 첫 시내 면세점인 남대문 인근의 남문면세점이 74년 문을 연 이후 동화(1979)·롯데(1980)에 이어 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호텔신라·품전호텔·한진관광 등이 시내 면세점 운영허가권을 받았다.  
 
면세점 증가와 함께 수입 자유화 조치가 뒤따르자 해외 브랜드 제품을 유통시키는 업체가 생겨났다. 이른바 수입 1세대로 유로통상이 몽블랑을, 삼숭교역상사가 에르메스를 맡는 식이었다. 이들은 면세에 이어 내수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금까지 건재한 곳으로는 제동물산(미쏘니)·지현통상(질 샌더) ·삼숭교역상사(에르메스 향수와 존롭) 등을 꼽을 수 있다. 겐조·아이그너를 수입하던 웨어펀인터내셔널도 그중 하나였는데, 권기찬(66) 회장은 최근 패션 사업을 접고 사진판매 갤러리 '옐로우코너'로 새로운 영역을 펼치고 있다.  
 
수입 1세대 중 유로통상 신용극(72) 회장은 시장의 기류를 바꾼 '명품 대부'로 알려져 있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나와 남문면세점 무역부장으로 일하던 그는 프랑스 업체 본사들로부터 에이전트 권유를 받아 회사를 차렸다. 이후 버버리·몽블랑·아테스토니·피아제·바쉐론콘스탄틴·라프레리 등을 차례로 들여와 연속 히트를 쳤다.
특히 면세점에서 버버리를 뿌리내린 그는 당시만해도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내수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과거 유로통상에서 근무했던 지사장 A씨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87년에 현대백화점 본점에 버버리 매장을 열었어요. 신 회장이 트렌치 코트 가격을 130만 원으로 매기더라고요(1987년 사립대 연 평균 등록금은 116만원). 될까 싶었는데 그게 먹히대요. 럭셔리는 결국 소수만을 위한 희소 가치가 핵심이라는 전략이었죠. "
 
S.T. 듀퐁, 에트로·쇼파드 등 2세대가 지금도 판권 유지
90년대 들어 시장은 빠르게 달아올랐다. 87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이 처음으로 해외 브랜드를 입점시킨 뒤 90년 9월 한양쇼핑센터에서 이름을 바꾼 갤러리아 백화점엔 아예 명품관이 들어섰다. 매년 판매율이 20~30%씩 꾸준히 성장했다. '백화점에 일단 갖다만 놓으면 물건은 알아서 팔린다'는 말이 통했다.  
급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2세대 에이전트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93년 패션업체 삼일사를 운영하던 김삼중(67) 회장은 에스제이듀코(S.T. 듀퐁)를, 호텔신라 서울점장이었던 이충희(62) 대표는 듀오(에트로)를 세웠다. 두 사람 모두 아직까지 활발한 비즈니스를 벌이며 판을 키워 온 인물로 꼽힌다. 김 회장은 S.T. 듀퐁 외 빈치스벤치·빈치스 등 자체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시켰고, 이 대표는 국내에 에트로 매장 40여 곳(면세점 포함)을 보유할 정도로 이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뿌리내리도록 기여했다. 그는 "자본금 800만 원 들고 당시 에트로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는 일본 썬모토야마 담당자를 여섯 번이나 찾아가 시작한 사업이 지금처럼 커졌다"고 회고했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한 이들과 달리 스프루스코리아의 박치욱 대표는 재미교포 출신. 2002년 코오롱FnC와 합자투자한 스프루스코리아를 세워 화장품브랜드 '프레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후 '케이트서머빌''아틀리에코롱' 등 다양한 뷰티 브랜드들을 들여왔다.
 
수입 시계 역시 90년대 초 직수입 판권을 지닌 에이전트들이 지금까지 건재하다. 김영배(64) 사장의 명보아이엔씨는 95년 명보교역에서 출발, 위블로·태그호이어·브라이틀링 등 고급시계를 유통하고 있다. 89년 김윤호(57) 대표가 세운 우림FMG 역시 97년 론칭한 엠프리오 아르마니 시계가 대박을 치면서 탄탄하게 기반을 닦았다. 그간 70여 개 수입 시계 브랜드를 소개해 왔고, 현재는 쇼파드·파텍필립(갤러리아 명품관) 등의 판권을 갖고 있다.
 
성주그룹(MCM) 김성주(61) 회장도 당시 첫 발을 들였다. 90년 창립 직후 구찌 면세와 내수 판권을 따내며 탄탄대로를 달렸고, 입생로랑·소니아리키엘 ·MCM 등을 연달아 들여왔다. 2005년엔 아예 MCM을 인수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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