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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꽃들에게 희망을

박신홍중앙SUNDAY 차장

박신홍중앙SUNDAY 차장

중고등학생 시절 한번쯤은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동화책을 읽고 상념에 잠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애벌레가 험난한 여정 끝에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 속에 꽃은 등장하지 않는다. 고치를 뜯고 나온 애벌레가 호랑나비가 되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장면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왜 작가는 ‘애벌레의 사투’나 ‘애벌레의 변신’이 아니라 본문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꽃과 희망을 제목으로 잡았을까. 아마도 희망은 결코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인고의 세월과 고통, 치열한 경쟁과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임을 은유적으로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언젠가 모습을 드러낼 한 줄기 햇살을 기다리듯 꽃들이 얼마나 간절히 나비라는 희망을 갈구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꽃다운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한 학생들이 있다. 세월호 속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말만 믿었던 친구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번에 함께 첫 대선 투표를 했을 거다. 꽃다운 나이에 밤새워 편의점을 지키는 청년들이 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열정 페이 대학생들에게 젊은 날의 초상은 헬조선으로 채색돼 있을 뿐이다. 꽃다운 나이에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학원을 전전하는 중고생들이 있다. 축 처진 어깨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밤늦도록 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은 현대판 좀비와 다를 게 없다. 이 꽃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나비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어른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꽃 한번 피워볼 수 있으리란 희망 하나로 출구 없는 현실을 버텨나가는 민초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름 없는 잡초도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늘 그 꽃이 피기까지 삼백예순 날 마냥 섭섭해 울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삶 아니던가. 사막의 선인장조차도 물 없인 살 수 없거늘 지금 대한민국의 민생은 희망은커녕 끊임없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진 않은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이것일 게다. 민초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나비 같은 존재가 돼주길 바라는 마음일 게다. “사막에선 지도를 보지 말고 나침반을 보라는 말이 있다. ‘계산’이란 지도를 내려놓고 ‘국민’이란 나침반만 보며 뚜벅뚜벅 가겠다.” 2015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 재신임을 물으며 한 말이다. 그 마음 변치 않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을 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대전화는 ‘라이너스의 담요’로 불렸다. 온종일 전화기에서 손을 떼지 않는 모습을 만화 ‘피너츠’에서 라이너스가 늘 담요를 들고 다닌 데 비유했다. 새 대통령에게 라이너스의 담요는 국민이길 바란다. 그의 마음속에서 늘 민심이란 두 글자가 떠나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다 함께 희망찬 공동체로 나아가길, 꽃들에게도 희망이란 햇살이 비치길 바란다. 이게 이번 대선의 진정한 표심이다.
 
박신홍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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