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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실버 아닌 골든 크로스 만들려면

최상연논설위원

최상연논설위원

1등 뽑는 선거에서 2등이란 의미가 없다. 2위나 꼴찌나 떨어진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1등 못지않게 2등이 궁금한 선거였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고들 하지 않았나. 모든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밖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고하는데 아닌 쪽에 돈을 걸 사람은 없다. 오히려 누가 얼마나 추격할지가 훌륭한 내기거리였다.
 

보수재건 전쟁은 이제 시작
영남당 머물 땐 수권 어렵다

우리 대선에서 2위가 갖는 남다른 위상도 궁금증을 키웠다. 직선제 도입 후 우리 대통령들은 대체로 직전 선거 2등 릴레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실상 본선이었던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빙의 표차로 물러섰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5년 전엔 역대 가장 많은 표를 받고 패배한 2등이었다. 아슬아슬한 2등 중에 유일한 예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뿐이다.
 
원조 대통령 국가인 미국에선 다르다. 대선 패배는 통상 정계 은퇴로 이어진다. 케네디에게 지고도 재기에 성공한 닉슨 정도가 드문 예외다. 아마도 패자에 관대하고, 져도 좀처럼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정치문화가 재수·삼수 도전을 양산시키는 원인일 게다. 여기에다 우린 웬만하면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투표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바꾸는 건 직전 선거에서 자신의 선택이 오류였다는 걸 인정하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2등은 그냥 패자가 아니다. 곧 터질 휴화산이다.
 
물론 1등을 위협한 의미 있는 2등일 때 얘기다. 크게 진 정동영 후보는 퇴로가 달랐다. 그러니 누가 어떤 2등이 되느냐에 따라 정치 지각변동은 진앙지가 달라진다. 지리멸렬한 보수가 어떤 탈출구로 향할지의 가늠자도 여기서 결판난다. 결론은 홍준표 후보의 실버 크로스(2, 3위 간 지지율 교차)로 끝났다. 공중분해 위기에서 벗어난 자유한국당은 한숨 돌렸다. 1%도 안 되는 지지율로 출발해 실버 크로스를 만들었으니 괴력이다. ‘돈키호테’ 홍준표이기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론 이번에도 지역 기반이었다. 얼마 전 심상정 후보를 만났더니 이런 말을 했다. 평생 한국 정치의 변화와 지역대결 타파를 외쳤고 총선 유세도 그랬는데 막상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축하 화환은 종친회, 동문회, 지역 구청 순으로 배달되더라는 것이다. 혈연, 학연, 지연의 정확한 순서에 놀랐다고 했다. 홍준표를 선택한 TK(대구·경북) 민심은 자유한국당으로선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마냥 거기에만 머물다가 거덜 난 게 지난 총선 때 진박타령이었다.
 
그래서 실버 크로스의 내용이 문제가 된다. 곧 100석을 훌쩍 넘길 한국당은 전국당이다. 불과 얼마 전엔 집권당이었다. 주로 영남 보수층에 기대 궤멸적 위기를 탈출했지만 그래선 집권의 희망이 없다. 국회의원 몇 석 보장되는 지역당으로 달려가는 꼴이다. 그나마 이번엔 TK에서도 보수표가 갈렸다. 분열됐기 때문이다. 지역에 의존하는 쪼그라든 보수가 분열까지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결과가 뻔하다.
 
사실 보수가 위기 속에 선거를 치른 건 늘상 있던 일이다. 그래도 확고부동한 2위 자리를 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IMF 구제금융 사태와 함께 치른 1997년 대선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열린 2004년 총선 때도 그랬다. 분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분(分)된 이번 보수 표를 보면 분열된 보수 정치가 통합될 전망은 희미하다.
 
결국 대선이 끝났지만 이제야 보수재건 전쟁은 시작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은메달을 쥔 자유한국당이다. 이를 계기로 친박이 부활할 조짐이란다. 하지만 그럴 게 아니다. 그 힘으로 수술에 나서야 한다. 교만과 독선으로 보수 진영을 궤멸 위기로 내몬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게 출발선이다. 책임과 희생, 품위와 진정성으로 국민 감동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만 보수 통합을 이끌고, 실버 크로스를 골든 크로스로 만드는 길이 열린다. 홍준표의 어깨는 더 무겁다. 그러나 진정한 돈키호테라면 자기 살을 베는 수술도 가능한 일일 것 같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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