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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넌 해고야’ … FBI 국장, TV 보고 알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전격 해임’
 

임기 6년 남은 코미 ‘화요일의 학살’
CNN 시청 중 해임 속보 나오자
처음엔 장난으로 알고 웃었던 코미
심각성 깨닫고 FBI 본부에 전화
비서 “조금 전 백악관서 통보장 왔다”
AP “러 내통설 집요한 조사로 해임”
백악관 “청문회 잘못된 발언 탓” 반박

9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CNN에 속보 자막이 떴다. 당시 코미 국장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사의 한 사무실에서 FBI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TV 자막을 본 코미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웃기까지 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바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코미는 워싱턴의 FBI(연방수사국)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비서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방금 전에 백악관에서 문서를 하나 갖고 왔는데… ‘당신은 해고됐다. 이는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You are hereby terminated and removed from office, effective immediately)’라고 돼 있습니다”였다. ‘화요일의 학살’이었다. 코미는 자신의 10년 임기 중 6년을 남겨두고 있었다.
 
속보가 나오기 20여분 전. 트럼프의 오벌오피스 경호 담당자 키스 실러(59)는 한 장의 해고통지 서류가 담긴 봉투를 들고 혼자 워싱턴의 FBI 국장 비서실을 찾았다. 그는 1999년부터 18년간 트럼프의 사설 경호원이었다. 트럼프 취임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했다. 코미 FBI국장으로선 해임 통보 서한을 한 경호원을 통해 전달받고, 그나마 제대로 전달이 안 돼 TV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는 굴욕을 맛본 셈이다. 미 언론들은 “엄청난 충격”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워싱턴 AP=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워싱턴 AP=뉴시스]

미국에서 대통령이 FBI 국장을 자르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대통령이라 해도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FBI 수장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FBI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임기 중 해임은 금기시돼왔다. 존 에드거 후버(1895~1972)처럼 죽을 때까지 48년간 FBI를 이끌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경우도 있었다. FBI의 80여년 역사상 임기 중간에 쫓겨난 것은 윤리 위반 등 개인 비위로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해고된 윌리엄 세션스 한 명 뿐이다.
 
백악관은 이번 해임에 대해 코미의 자질을 문제삼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e메일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허위 진술을 한데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당시 코미는 클린턴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이 “수백, 수천 건의 e메일을 (전 남편 앤서니 위너에게) 포워딩했고 그중 일부는 기밀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FBI는 며칠뒤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위너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발견된 e메일 대부분은 개인 전자기기를 백업한 결과 (생성된 것)이며, 애버딘이 수동으로 보낸 e메일은 소수였다”고 코미의 발언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이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사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여겨져왔다. 그는 지난해 미국 대선을 11일 앞두고 클린턴의 e메일 게이트 재수사를 발표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순풍을 타던 클린턴 진영은 큰 타격을 입었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클린턴은 최근 인터뷰에서도 “코미 국장 발언이 나오기까지는 내가 이기고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분함을 표시했을 정도다.
 
그러나 두달 전부터 코미는 트럼프에게 눈엣가시로 변했다. 지난 3월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코미가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 수사 방침을 밝히면서다. 트럼프의 최측근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FBI의 수사는 트럼프 정권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코미는 또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우리 캠프를 도청한 의혹이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그런 증거는 전혀 없다”며 일축했다. 트럼프는 순식간에 거짓말쟁이로 몰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코미를 해임할 구실을 원했고, 코미는 그 구실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코미의 ‘집요함’이 해임 사유”라고 분석했다. “이대로 두면 코미가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쳐) 트럼프의 미래를 위협하는 인물이 될 것을 우려했다”(뉴욕타임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특검 해임한 닉슨과 비슷”
 
코미 해고의 후폭풍은 벌써 미국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 등 ‘반 트럼프’ 진영에선 “이번 사건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자신의 ‘워터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를 해임한 1973년의 ‘토요일 밤의 학살’과 비슷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난 트럼프에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며 “(트럼프-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위한) 독립적인 특별검사 지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도 “워터게이트 이후 우리 사법체계가 이렇게 위협받고 그 독립성과 진실성에 대한 신념이 흔들린 것은 처음”이라고 개탄했다.
 
FBI의 러시아 내통의혹 수사는 코미의 해임으로 더욱 미국 국민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트럼프는 이에 개의치 않고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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