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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핵심 ‘늘·줄·높’ 탄력 받으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3일 더문캠 일자리위원회 발족식에서 주요 일자리 창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3일 더문캠 일자리위원회 발족식에서 주요 일자리 창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이었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한 셈이다.
 

문재인 취임 1호 업무지시 ’일자리위원회’ 공약 시동
일자리 늘리고, 근로시간 줄이고, 고용의 질 높이고
기업 압박보다는 투자 유도할 방안 함께 마련 바람직
논란 있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시행 속도조절 필요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성장경제’를 내세운다. 정부가 나서 일자리를 만들어 가계소득을 늘리고, 이게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생산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다듬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초기 단계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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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경제학’으로 불리는 J노믹스의 고용 정책은 ‘늘·줄·높’으로 요약된다. ‘일자리는 늘리고, 근로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며, 고용의 질은 높이겠다’이다. 큰 틀에선 공감을 얻는다. 하지만 세부과제로 들어가면 우려가 적지 않다. ‘공무원 17만4000개를 포함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이 대표적이다. 정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정규직 한 명당 평균 인건비는 6800만원이다. 1인당 국민소득(31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당장 재원이 문제가 된다. 또 공무원이 많아지면 공무원연금을 국민이 충당하는 액수도 는다. 2015년 늘어난 국가부채의 3분의 2인 138조원이 충당부채다. 국민이 이를 부담하려 할지 의문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부문은 단기적 전략으론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 대책은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직자가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직장으로 선택할 수 있게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가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같은 민간부문의 일자리 토대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근로시간 단축도 난제다. 문 대통령은 실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로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반드시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프랑스는 1998년 주 35시간제를 도입했지만 일자리 창출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중소기업 근로자의 수입 감소(각종 수당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가뜩이나 임금이 적은 이들의 생활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하는 문화를 개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같은 근로유연화가 대표적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는 박근혜 정부 고용정책 중 그나마 호평받은 것”이라며 “이전 정부 꼬리표라 생각하지 말고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짧은 나라는 파트타임 비중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다. 연 근로시간이 1500시간 미만인 독일·네덜란드는 한국에 비해 파트타임 비중이 2~3배 높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도 15%포인트가량 높다. 권혁 교수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9시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걸 당연시하는 관행부터 바꿔야 일하고 싶은 여성을 고용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나누기의 모델로 ‘광주형 일자리’를 꼽았다. 노·사·민·정이 대타협을 통해 연봉 4000만원대의 적정임금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나 일본 기타큐슈에선 성공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한국노동경제학회장)는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대기업 노조의 양보와 배려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청년의무고용할당제 확대 등 세부 공약도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린다.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의무고용할당제는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헌법 위배(연령차별) 논란이 인다. 2000년 청년고용할당제(로제타플랜)를 도입한 벨기에는 단기적으론 청년실업률이 떨어졌지만 그나마 질 낮은 미숙련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시행 3년 뒤엔 청년실업률이 확 높아져 지금도 22%대를 기록 중이다.
 
비정규직을 고용할 땐 특정한 조건에 부합할 때만 허용하는 사용사유제한이나 산별교섭 확대도 산업 현실을 면밀히 살핀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선진국은 대부분 이런 제도가 없거나 폐지하고 있는 추세다.
 
공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제시한 기업임금분포공시제도는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끼리 임금비교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고, 이게 불필요한 노사분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압박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해법은 과거 정부에서 대부분 실패했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투자와 고용을 꺼린다. 규제 완화 등 기업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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