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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기자의 心스틸러]새침함부터 섬뜩함까지 '비서돌' 조우진

이성민, 김성균을 필두로 김종수, 조우진, 배정남 등 신스틸러가 총출동한 영화 '보안관'.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성민, 김성균을 필두로 김종수, 조우진, 배정남 등 신스틸러가 총출동한 영화 '보안관'.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보안관’의 상승세가 무섭다.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최민식 주연의 정치영화 ‘특별시민’, 이선균·안재홍 콤비의 코믹 사극 ‘임금님의 사건수첩’, 마블의 히어로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등 명절 못지 않게 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부산 기장을 지키는 사나이들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보안관’에는 요즘 한국영화에서 그 흔하다는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성민이 과잉 수사로 퇴직한 경찰 최대호 역을 맡긴 했지만 엄정하고 치밀하게 권력의 이면을 파기 보다는 말그대로 무대뽀로 접근한다.
 

신스틸러 매력 대결 영화 '보안관'서
숨겨왔던 천의 얼굴 선보이는 조우진
'내부자들' 조상무 '도깨비' 김비서
"끊임없는 관찰과 조사"가 연기 비결

사실 ‘보안관’은 누구나 흥행을 점치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드라마 ‘미생’의 오상식 과장(이성민)을 필두로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조진웅),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김성균) 등 본명보다 극중 이름이 더 유명했던 신스틸러들이 모인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깨비’의 김비서 역할을 맡았던 조우진(38)은 그중에서도 단연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차세대 ‘심스틸러’로서 굳히기에 나선다. 그가 맡은 선철 역은 형님께 가장 충성하다가 돌아서 여론 선동의 선봉장에 서는 반전이 있는 인물로 새침함부터 섬뜩함까지 갖가지 감정을 엿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모두 tvN 드라마를 빛낸 수혜를 톡톡히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 상무 역할을 맡아 살벌한 연기를 펼친 조우진. [사진 쇼박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 상무 역할을 맡아 살벌한 연기를 펼친 조우진. [사진 쇼박스]

올해로 데뷔 18년차를 맞은 조우진이 사람들 눈에 각인되기 시작한 건 영화 ‘내부자들’(2015)부터였다. 재벌가의 수하 조 상무로 등장한 그는 안상구(이병헌)의 손목을 가리키며 “여 썰고, 여 하나 썰고” “복사뼈 위에를 썰어야 안되겠나” 같은 살벌한 대사를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내뱉는다. 톱으로 쓱쓱 손목을 자르고 얼굴에 피가 튀어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다. 사람이 꼭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휘둘러야 무서운 게 아님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드라마 ‘384기동대’의 안 국장이나 ‘도깨비’의 김 비서처럼 그에게는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는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고속승진한 상사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18kg을 감량했고,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을 관찰해 도깨비 삼촌 공유와 조카 육성재에게도 밀리지 않는 능청스러운 비서돌을 완성시켰다. 거기에 시청률 공약으로 선보인 트와이스 ‘TT’춤을 추는 단아한 모습이라니. 어느 누가 그가 보여줄 다음 얼굴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까.
 
드라마 '도깨비' 시청률 공약으로 트와이스 'TT'춤을 선보이고 있는 조우진. [사진 유본컴퍼니]

드라마 '도깨비' 시청률 공약으로 트와이스 'TT'춤을 선보이고 있는 조우진. [사진 유본컴퍼니]

이는 오랜시간 이곳저곳 전전하게 만든 고된 수련기가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을 시작으로 연기에 뛰어든 그는 군 제대 후 서울예대 연극과로 복학하는 대신 연극판으로 직진했다. 작품이 있을 때는 극장으로 출근하고, 작품이 없을 때는 편의점ㆍ물류창고 등 일감이 있는 곳으로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여러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 다양한 사람이 되어 모든 것을 겪어보고 싶어 배우를 꿈꾼 만큼 늘 최선을 다하겠다”는 담백하지만 진솔한 그의 지론이 지금껏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오게 만든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방영 중인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아무래도 조우진의 대표작으로 남을 듯 하다. 예민한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 역의 유아인과 손대는 것마다 전설이 되는 전설 역의 임수정의 연기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모습이라면 그가 연기하는 출판사 대표 갈지석은 여태껏 보지 못한 또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분홍색 재킷을 입고 노래방을 휘저으면서도 경박해보이지 않고, 소속 작가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으면서도 밉지 않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서 출판사 대표 갈지석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사진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서 출판사 대표 갈지석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사진 tvN]

‘리얼’ ‘V.I.P.’ ‘남한산성’ ‘강철비’ ‘형제는 용감했다’ 등 올해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출연자 목록에 빼곡하게 이름을 채워넣은 만큼 하반기에는 더욱 다양한 모습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액션 느와르 영화 ‘리얼’에서는 해결사 변호사 역할을 맡아 무자비한 야심가 김수현과 호흡을 맞추고, 김훈 원작의 사극 ‘남한산성’에서는 이병헌과, 정권교체기 첩보작전을 그린 영화 ‘강철비’에서는 정우성과 다시 만난다. ‘시카고 타자기’ 중 한세주 작가가 주창하는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작가”처럼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배우”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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