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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1000원 밥상 '선물'하는 김일춘·박영숙씨 부부

김일춘씨가 1000원 짜리 아침 밥상을 보여주고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김일춘씨가 1000원 짜리 아침 밥상을 보여주고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10년째 아침마다 ‘1000원의 밥상’을 선사하는 식당이 있다. 김일춘(68)·박영숙(63·여)씨 부부가 운영하는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의 ‘만나김치식당’에 가면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단돈 1000원에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각종 김치와 나물·무채 등 반찬과 국이 제공되고 공기밥도 양껏 먹을 수 있다.
 

2008년부터 1000원에 아침 식사 제공
환경미화원·일용직 노동자·회사원들 찾아

손님들 양껏 먹고 1000원 짜리 지폐 바구니에 넣어

만나김치식당을 운영하는 김일춘씨가 2일 오전 식당 주방에서 공깃밥을 담고 있다. 청주=프르랜서 김성태

만나김치식당을 운영하는 김일춘씨가 2일 오전 식당 주방에서 공깃밥을 담고 있다. 청주=프르랜서 김성태

지난 8일 오전 7시 만나김치식당은 80여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새벽 일을 마친 환경미화원들이 빈 접시에 열무김치·시금치 무침·고추새우볶음 등 4~5가지 반찬을 푸짐하게 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공깃밥 한 그릇과 구수한 된장국이 상에 오르자 먹음직스러운 아침 밥상이 차려졌다.
 
식당에는 출출한 배를 채우려는 출근길 회사원과 자영업자, 작업복 차림의 일용직 근로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손님 오순균(55)씨는 “새벽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를 마친 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며 “단돈 1000원에 밥과 반찬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아침 끼니 걱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반찬과 국은 매일 메뉴가 바뀐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평일 아침 30여 명의 손님이 식사를 해결하고 주말에는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친 뒤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 100명이 넘기도 한다.
 
이 부부가 1000원 밥상을 제공한 건 2008년부터다. 박씨는 “1990년부터 김치 제조·판매 사업을 시작한 뒤 직접 만든 김치도 홍보하고 안 팔린 묵은 김치를 활용하기 위해 2006년 식당을 열게 됐다”며 “사업이 번창하면서 주변 분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다 2008년 말 무료로 아침밥을 제공하게 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짜로 주던 백반에 1000원의 값을 매긴 건 밥을 거저 먹으면 민망하다는 손님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박씨는 “무료 식사를 제공한 뒤 2주가 넘어도 사람들이 식당을 많이 찾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공짜로 주니까 오히려 미안해서 못오겠다’는 말을 했다”며 “한 푼이라도 내면 더 떳떳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손님의 권유로 1000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 부부는 식당 한구석에 노란색 바구니를 놨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말 없이 바구니에 놓고 간다. 손님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김씨 부부는 무심한 척 주방 안을 청소하거나 재료를 다듬는다. 김씨는 “혹여 1000원짜리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길 사람들이 있을까봐 지폐 바구니만 놓고 식사는 자율적으로 드시게 한다”며 “돈을 내는 건 손님들의 자유다. 1000원은 밥을 잘 드셨다는 마음의 징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아침 식사 시간 외에 묵은지 찌개와 돼지 주물럭, 묵은지 오리구이 등을 판매한다. 아침 밥은 부인 박씨가 밤 늦게까지 국과 반찬을 미리 준비해 놓으면 남편 김씨가 오전 5시에 밥을 지어 준비한다. 1000원 밥상은 설과 추석 명절을 제외하고 매일 제공된다. 이 식당 단골이라는 사회복지사 이정수(43·여)씨는 “밥 한공기 값으로 매일 따뜻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만나김치식당은 지역의 자랑”이라며 “이웃을 위한 봉사의 마음이 없다면 1000원 밥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1000원 밥상을 제공하다 보니 고마움을 표시하는 손님도 있다. 5년 전 식당을 자주 찾던 50대 남성은 볼펜 한 뭉치를 식당에 선물했다. 박씨는 “매번 고맙다는 말만 하던 손님이 집에서 쓰거나 기념품으로 받은 볼펜을 주섬주섬 모아 선물로 주셨을 때 뭉클했다”며 “1000원 밥상이 어려운 이웃들과 시민들에게 든든한 한끼를 제공하고 위안까지 준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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