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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북한발 가짜 뉴스 주의보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7일과 오늘, 이틀 차를 두고 투표가 이뤄진 프랑스와 한국 대선판에는 빼닮은 데가 있다. 유례없이 가짜 뉴스가 넘쳐났다는 점이다.
 

외부 거짓말이 각국 선거 휘저어
독일 총선 때도 러시아 공작할 듯

프랑스에선 “알카에다가 에마뉘엘 마크롱을 지지한다” “마크롱이 당선되면 인도양 내 프랑스령 마요트 섬에 이슬람법을 시행하려 한다”는 등의 흑색선전이 나돌았다. 선거 직전에는 해킹당한 마크롱 진영 e메일이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이 중에는 “마크롱이 바하마에 비밀계좌를 설치해 놨다”는 모함도 섞여 있었다. 경쟁 후보였던 마린 르펜은 이를 TV 토론에서 거론하며 마크롱을 공격하기도 했다. 결국 참다못한 마크롱은 비밀계좌 보유설을 흘린 범인을 색출해 달라고 고발까지 한다. 프랑스 대선 중 흘러다녔던 선거 뉴스 중 4분의 1은 거짓인 걸로 조사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A 후보가 일제 금괴 200t을 갖고 있다” “B후보는 일제 부역자 자손이다”는 등 터무니없는 설이 판을 쳤다. 고발도 난무해 각 진영 선거 담당자의 상당수가 조사받을 처지가 됐다. 지난 대선 때 적발된 가짜 뉴스는 4000여 건이었던 게 이번에는 지난달 말까지 2만1800여 건을 넘었다. 5.4배나 늘어난 수치다. 세상천지가 거짓이 판치는 소돔과 고모라로 변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프랑스에선 외국발(發) 가짜 뉴스가 사회 문제로 대두한 반면 한국에서는 진영 간 싸움에 그쳤다는 거다. 프랑스 대선 때 춤췄던 엉터리 뉴스의 상당수는 러시아 등지에서 만들어진 게 확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파헤치기는커녕 별다른 경각심조차 없는 듯하다.
 
요즘 각국에선 외부 세력, 특히 러시아발 가짜 뉴스로 선거가 휘둘리는 데 대한 우려가 쏟아진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은 미국 대선 때부터 가짜 뉴스를 통한 러시아의 선거 개입은 세계적 이슈로 부각됐었다. 미 정보기관들의 수사 결과 선거 막판 힐러리의 e메일이 해킹돼 인터넷에 나돈 것도 러시아의 소행이 틀림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네덜란드 총선 때에도 러시아 측의 선거 개입 시도가 여러 번 포착됐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컴퓨터로 할 예정이던 개표를 수작업으로 돌렸다.
 
서방에서는 오는 9월로 예정된 독일 총선에서 러시아의 가짜 뉴스 공작이 특히 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푸틴 정권이 오만 짓을 할 걸로 예상되는 탓이다.
 
그럼 우린 어떤가. 파헤치지 않아서 그렇지 이번 대선에서 나돈 가짜 뉴스 중 북한산이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160여 개의 웹사이트와 1000개가 넘는 트위터·페이스북 등의 계정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가짜 뉴스를 얼마든지 퍼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년 전 북한 사이트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 유포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 5월 중국에서 망명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중 한 명이 북송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다 숨졌다는 뉴스가 북한 측 인터넷 사이트에 실린 뒤 삽시간에 국내 언론으로 번졌다. 나중에 허구인 걸로 밝혀졌지만 그 과정에서의 혼란도 작지 않았다.
 
북한뿐이 아니다. 러시아가 하는데 중국 정부라고 못할 게 없다. 일본의 경우 정권 차원에서 저지를 가능성은 없지만 극우 단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실제로 올 2월에는 일본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신문’이란 혐한(嫌韓) 한글 사이트가 오만 가짜뉴스를 쏟아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서울에서 트럼프 퇴진 시위가 일어나 방화와 은행 습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등 거짓 소식을 지어내 퍼뜨렸다.
 
가짜 뉴스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정치판을 휘젓는 세상이다. 내년 지방선거, 3년 후 총선을 앞두고 북한 등 외부 세력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눈을 부릅뜨고 볼 일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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