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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 환자 입원 중에 몰래 나가 어패류 사먹고 비브리오 패혈증

지난 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을 나선 환자가 인근 시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을 나선 환자가 인근 시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지난달 20일 올해 들어 첫 비브리오 패혈증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52)은 입원 중에 무단으로 외출해 어패류를 사 먹었다가 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간경화를 앓아 지난달 초 경기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고는 어패류를 먹은 뒤인 같은 달 12일 발열·오한 등을 호소했고 저혈압 쇼크에 빠져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입원환자들 병원 밖 무단 외출 백태
운동화 신고 한 시간 쇼핑 나들이
거리 흡연에 인근 식당서 음주 일쑤
병원 바깥 벤치선 생선회 먹기도
의사 “미국선 병동 벗어나면 경보음”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환자가 무단으로 외출해 병원 주변 포장마차 등에서 어패류를 먹고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브리오 패혈증이 사람 간에는 전파가 안 되는 감염병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만 병원 밖을 맘대로 오가는 게 아니다. 사실상 질병에 관계없이 외출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이 이들 환자의 외출을 막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서울 시내 5곳의 중소병원·종합병원·대학병원을 확인했더니 한 곳만 환자 외출을 제지할 뿐이었다. 다른 네 곳의 환자들은 자유롭게 외출해서 흡연과 음주를 일삼고 일반 음식까지 먹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환자가 병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바람에 대규모 감염 사태를 야기했다. 그런데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감염과 환자 안전 관리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낮 12시30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환자복을 입은 채 병원을 나섰다. 모자를 쓰고 운동화까지 신었다.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거리에서 담배를 몇 차례 피웠고 중간에 다른 병원 화장실에도 들렀다. 40분여 지나 한 풍물시장에서 옷을 걸쳐 보고 이어폰을 샀다. 쇼핑이 끝나자 주택가 골목길을 통해 병원에 돌아왔다. 외출에 한 시간여가 걸렸다.
 
인도에 붙은 이 병원의 휴게 공간에는 10여 명의 환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금연구역’이라는 팻말이 무색했다. 정형외과 환자인 60대의 김모씨는 “병원에서 외출을 막거나 흡연을 제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술을 먹는 환자도 있다. 이 병원 앞 식당 주인은 “건강이 괜찮아 보이는 환자면 술을 판다”고 말했다. 편의점 주인은 “환자가 생수병에 소주를 담아 갖고 간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은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문 밖 야외 벤치에서 30대 여자가 환자복을 입은 채 지인이 가져온 생선회를 먹고 있었다. 30분가량 식사가 끝나자 흡연 공간에서 담배까지 피웠다. 50대 남자 환자는 정문에서 500m 떨어진 빵집에서 빵을 산 뒤 15분 정도 산책을 했다. 이 병원 앞 식당 주인은 “환자들이 많이 와서 식사를 한다”고 전했다.
 
메르스 이후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전자 카드를 지급해 환자·보호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출입이 자유롭다. 대개는 보호자가 간병하는 데다 환자가 외출에 익숙해 있어 병원에서 이들의 외출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가 1시간 외출했던 서울 동대문구 병원의 총무팀장은 “후문 쪽 흡연실을 이용하라고 안내방송을 하지만 환자들이 따르지 않는다. 출입구가 여러 군데라서 환자가 외출하는지 하루 종일 지켜볼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출증을 끊지 않고 무단으로 나가면 주의를 주고 반복되면 강제 퇴원을 시킨다. 가끔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환자가 있는데 바로 퇴원 조치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에 환자 외출을 금지한 조항은 없다. 환자가 무단 외출하지 않는 게 당연하고, 이걸 법령에 담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상일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선 환자가 무단으로 외출하는 일이 없다”며 “무단 외출이 계속되면 감염병을 옮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이 경우 환자와 병원 간에 책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입원서약서에 무단 외출 금지 조항을 넣고 환자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미국은 환자가 병동을 벗어나면 경보음이 울리는 식으로 출입을 강력하게 통제한다”며 “병원이 보호자의 병문안을 엄히 통제해야 환자의 무단 외출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박정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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