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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하고 싸움판 벌이고 … 청명절 저잣거리 풍경이 무려 8m

청명절의 풍속을 그린 ‘청명상하도’(작자·연대 미상, 견본채색, 35.0762.0)가운데 일부. 공간의 제약으로 전시장에 작품 전체를 펼쳐 놓지는 않은 대신 관련 영상을 별도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 화정박물관]

청명절의 풍속을 그린 ‘청명상하도’(작자·연대 미상, 견본채색, 35.0762.0)가운데 일부. 공간의 제약으로 전시장에 작품 전체를 펼쳐 놓지는 않은 대신 관련 영상을 별도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 화정박물관]

가파른 산세와 더불어 강변에 버드나무가 늘어졌다. 산수화의 낯익은 풍경이다. 재미있는 건 강물에 배를 띄우고 낚시나 그물 대신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그려진 점이다. 이는 중국 청나라 때 해강이 그린 ‘춘강타어도’다. 작자·연대 미상의 또다른 그림 ‘춘야연도리원도’의 풍경도 재미있다. 꽃이 만개한 봄날 야외에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 모습을 그렸는데 좌식이 아니라 허리 높이 탁자 주변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다.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은 식문화를 주제로 이같은 중국 회화와 공예작품 170여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BON APP TIT!’를 새로 시작했다. 먹거리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흐름을 따라 전시장을 구성, 중국의 풍속과 미학을 동시에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화정박물관 중국 회화·공예전
먹거리 생산·소비 과정 생생히 담은
산수화·풍속화·도자기 170점 전시
아랍 수출용 명나라 접시도 선보여

그 중에도 ‘청명상하도’는 단연 흥미롭다. 청명절을 맞아 북적거리는 저잣거리 풍경을 담은 풍속화다. 물건을 사고 팔고, 지붕에 차를 널어 말리고, 재주나 입담으로 구경꾼을 모으고, 때로는 싸움을 벌이는 다채로운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 놓았다. 다 펼치면 길이가 약 8m에 달하는 대작이다. ‘청명상하도’는 본래 중국 북송 때 수도의 번성함을 황제가 볼 수 있게 그린 그림에서 비롯됐다. 이후 같은 주제를 여러 화가가 반복해 그렸는데 전시장에 자리한 것은 작자와 연대가 뚜렷이 전해지지 않는 작품이다. 식문화라면 술도 빼놓을 수 없는 일. ‘유령기주도’는 죽림칠현 가운데 한 사람이자 애주가로 유명했던 인물 유령에 대한 설명을 별도로 곁들여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도자기 등 공예 작품은 회화보다도 한층 풍성하게 자리했다. 그 화려한 색채와 문양은 물론 일찌감치 해외 수출용으로 만들어진 흔적이 눈길을 끈다. 한자 대신 아랍어로 문양을 새긴 명나라 때 접시가 한 예다. 법랑 제품도 있다. 서양의 법랑 기술과 백자를 결합한 광채, 즉 청나라 때 광동성 광주 지역에서 만들어진 채색자기는 문양과 색채에서도 유럽을 겨냥한 취향이 두드러진다. 전시장에는 온갖 식기가 차려진 식탁을 중심으로 청나라 때 실내 풍경도 재현해 놓았다. 놀라운 건 이를 비롯한 전시품이 모두 박물관(한빛문화재단) 소장품, 더욱 놀라운 건 모두 1만 2000점이 넘는 소장품의 일부일 따름이란 점이다.
소장품으로 재현해 놓은 청나라 때 실내 풍경. [사진 화정박물관]

소장품으로 재현해 놓은 청나라 때 실내 풍경.[사진 화정박물관]

 
이를 모은 사람은 기업인이자 미술 애호가였던 화정 한광호(1923~2014). 한국삼공,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등의 설립자인 그는 97년 거금 100만 파운드를 기부, 영국 대영박물관에 한국관이 개관하는데 큰 공을 세운 주역이다.
 
80년대부터 한국 고미술과 근대 회화를 모으기 시작한 그는 점차 해외 작품에도 관심을 넓혔다. 화정박물관은 이같은 소장품에 바탕해 99년 처음 설립됐고 2006년부터 지금의 평창동 건물에 자리잡았다. 소장품 가운데 특히 2500점에 달하는 탕카, 즉 티벳 불교회화 콜렉션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이 박물관 전시장 네 곳 중 한 곳이 매년 작품을 바꿔가며 연중 탕카 상설전을 여는 것은 이런 배경이다.
 
서양 기술의 영향을 받아 법랑으로 만들어진 주자 세트. [사진 화정박물관]

서양 기술의 영향을 받아 법랑으로 만들어진 주자 세트. [사진 화정박물관]

중국 회화·공예 특별전과 탕카 상설전이 이국적이고 전통적인 미감을 자극한다면 이 박물관에 최근 지극히 현대적인 감각의 볼거리가 더해졌다. 특별전과 나란히 새로 시작한 현대미술 상설전이 그것이다. 강형구·김수자·박서보·서도호·이용백·양혜규·마크 퀸·아니쉬 카푸어·줄리언 오피 등 현대미술 애호가라면 군침을 삼킬 국내외 이름난 작가의 작품을 2개 전시장에 선보이는 중이다. 이는 지난해 여름 신임 한태원 관장이 취임한 이후 한층 대중적인 미술관이 되고자 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물관 측은 연말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과 별개로 또다른 대중적인 주제로 새로운 소장품 전시도 기획중이다. 특별전과 상설전(관람료 6000원)을 모두 볼 수 있는 관람권은 1만원. 24세 이하 등은 50% 할인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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