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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 가보니… "르펜 막으려 마크롱 찍었다. 하지만 기대 안 해" 고심 속 전략투표

7일 파리 시내 한 투표소 앞에서 한 남성이 마린 르펜 후보의 대선 포스터를 읽고 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7일 파리 시내 한 투표소 앞에서 한 남성이 마린 르펜 후보의 대선 포스터를 읽고 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7일 오전 10시쯤 도심인 1구의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투표소의 위치를 안내하는 포스터에 누군가 ‘당신이 국민전선(FN) 지지자라면 이것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적어놨다. 투표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파리 도심 서 먼 곳일수록 르펜 지지 "경제는 몰라도 안보는 르펜이 잘 할 것"

투표하고 나온 아니 줄리아니(70)는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마린 르펜이 공화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선거 때 많이 썼는데 난 속지 않는다”며 “르펜을 떨어뜨리려고 어쩔 수 없이 마크롱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마크롱에게 바라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크롱은 친기업적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르펜에 반대하기 위해 찍어주지만, 마크롱이 내키지 않는다는 이들은 많았다. 
아내와 딸을 동반하고 투표장을 찾은 도미니크 파르도(57)는 “원래 피용을 지지했는데 르펜이 될까 봐 마크롱을 찍었을 뿐 아무런 기대를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내 베로닉(54)은 “나도 피용 지지자인데 마크롱과 르펜 두 사람을 도저히 찍을 수 없어 백지 투표하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인 딸 엘렌느(18)만 “중도 정치를 제대로 할 것 같아 1차에서부터 마크롱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컴퓨터프로그래머인 기욤(34)과 다미앙(33), 엔지니어인 쥐스땅(41살). 기욤은 극좌 장 뤼크 멜랑숑의 지지자였으나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날 파리 1구 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아 마르롱을 찍었다고 말했다. 다미앙과 쥐스땅은 원래 마크롱 지지자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왼쪽부터 컴퓨터프로그래머인 기욤(34)과 다미앙(33), 엔지니어인 쥐스땅(41살). 기욤은 극좌 장 뤼크 멜랑숑의 지지자였으나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날 파리 1구 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아 마르롱을 찍었다고 말했다. 다미앙과 쥐스땅은 원래 마크롱 지지자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투표장을 나오던 마리 엘리자베스(69)는 취재진을 보자 일부러 다가와 “르펜은 파시스트"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콜레드 리븐(84)도 “과거 어두운 시절을 알고 있는 우리 같은 연령대는 르펜의 이데올로기를 알기 때문에 절대 찍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1차에서 극좌 장 뤼크 멜랑숑 후보를 지지했던 기욤(34)도 “르펜이 집권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마크롱을 택했다"며 “마크롱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점차 잡아나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 쇼핑몰에 설치된 투표소 인근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대형 쇼핑몰에 설치된 투표소 인근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인근 대형 쇼핑몰에 마련된 또 다른 투표소 주변에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 네 명이 배치돼 순찰을 했다. 
모든 투표소에는 안전 요원이 배치됐고, 입장할 때 가방을 일일이 검사했다. 테러 위험 등을 막기 위해서다. 이 곳에서 투표를 한 공무원 필립(45)은 “전 세계를 고려하는 마크롱의 자세가 마음에 든다. 그는 친 유럽연합(EU)이지만 개혁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선거에선 대도시 중심에서 멀어질 수록 르펜을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낙후된 공업지역 등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들이 그가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양상이다.
파리 외곽지역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카스텔(51)은 “르펜이 경제 정책에서 잘 할 지는 모르지만 안보에 대해선 확실히 할 것"이라며 “EU를 탈퇴하지 않더라도 국경은 세워야 하며, 프랑스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은 피부색을 막론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그들을 위헤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이들 중 르펜을 찍은 이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보였다. 한 유권자는 “누구를 찍었는지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사회주의자가 너무 많아 마크롱이 당선되긴 할 것"이라고 읖조렸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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