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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선택의 날' 민심 들어보니…"최악 막으려면 차악이라도 찍어야" 배제 투표 덕보는 마크롱

 친 유럽연합(EU)과 세계화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이냐, 반 EU와 국수주의의 마린 르펜이냐.  
프랑스와 유럽의 운명을 가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7일(현지시간) 실시됐다.  

저소득층 거주지는 복잡한 속내
르펜 지지자 "난 새벽부터 일하는데 이민자들 놀며 혜택만 받아"
불만 품은 유권자 "극우와 자유분망 후보 모두 싫어 백지 투표"

마크롱은 최연소 대통령, 르펜은 최초의 극우 성향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다. 누가 되든 프랑스는 어제의 프랑스와 확연히 달라진다.  
2주간의 결선투표기간 프랑스는 마치 ‘두개의 프랑스’ 같았다.  
공업지대였다가 쇠락해가는 동북부나 남동부 주민들은 르펜에 열광했지만, 파리 등 대도시에선 마크롱의 우세가 뚜렷했다. 파리 중심지인 1구 샤틀레역 인근 투표소에 설치된 선거 벽보 게시판이 단적인 사례였다. 마크롱의 포스터는 멀쩡했지만 르펜의 포스터는 훼손돼 알아보기 힘들었다.  
결선투표가 실시된 7일 프랑스 파리 중심가 투표소 인근 게시판에 극우 마린 르펜 후보의 선거벽보가 심하게 훼손돼 있다. 오른쪽은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벽보. 파리=김성탁 특파원

결선투표가 실시된 7일 프랑스 파리 중심가 투표소 인근 게시판에 극우 마린 르펜 후보의 선거벽보가 심하게 훼손돼 있다. 오른쪽은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벽보. 파리=김성탁 특파원

 
투표를 하루 앞둔 6일 가랑비가 내린 파리는 공식 선거운동이 전날 종료돼 후보나 지지자들의 공개 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파리 곳곳은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의 경계만 삼엄했다.  
무장군인이 순찰중인 파리 한복판의 레알레 쇼핑몰에서 만난 시민 중에는 1차 투표에서 누구를 지지했는지와 관계없이 마크롱에게 표를 주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대학에서 생태학을 가르치는 프랑크 메지앙(49)은 “내가 투표권을 행사한지 30년이 흘렀지만 프랑스 정치는 변한 게 없다. 이번엔 신예인 마크롱을 밀어보겠다”면서 “정치권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이 바꾼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중심부 레알레 쇼핑몰.

파리 중심부 레알레 쇼핑몰.

마크롱을 찍겠다는 이들 중 상당수는 극우 성향인 르펜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차는 누군가를 선택하기 위해, 2차는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해 투표해온 프랑스인의 경향이 이번에도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1차에서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을 찍었다는 피에르 쥐콩(43)은 “르펜이 좀 달라진 줄 았았는데 TV토론에 나와 나치 정당이 쓰던 용어를 사용하더라”면서 “유럽이 분리돼 있을 때 2차 대전이 일어난 만큼 유럽은 통합돼 있어야 한다”고 마크롱 투표 의사를 밝혔다.  
1차에서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을 지지했다는 기업 재무담당임원 미카일 그로스망(42)은 “좋아하던  후보가 떨어졌지만 최악을 막으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며 “마크롱을 찍겠다”고 말했다.
이민자와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파리 북부 포르트 드 클리냥쿠르역 인근 지역. 파리=김성탁 특파원

이민자와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파리 북부 포르트 드 클리냥쿠르역 인근 지역. 파리=김성탁 특파원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민심은 복잡했다. 파리 중심에서 지하철로 20분가량 떨어진 파리 북부 포르트 드 클리냥쿠르역 인근 지역. 서민아파트가 들어서있고 도로 정비가 안돼 물엉덩이가 흔한 이곳의 노점상 중엔 중동 출신 이민자, 흑인 등 유색인종이 많았다. 결선 투표에 대한 질문에 상당수는 “투표권이 없다“고 심드렁하게 답했다. 
 이민 정책은 최대 이슈였는데 자신의 입장에 따라 지지후보가 엇갈렸다. 급진 좌파 후보인 장 뤼크 멜랑숑을 1차에서 찍었다는 로헨 베드르(22)는 “치안이 불안하지만 르펜의 말대로 이민자 때문은 아니다”며 “르펜이 당선되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 마크롱을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리 북부 벼룩시장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난 여성은 "멜랑숑을 지지했었지만 르펜이 당선되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 마크롱을 찍겠다"고 말했다.

파리 북부 벼룩시장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난 여성은 "멜랑숑을 지지했었지만 르펜이 당선되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 마크롱을 찍겠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주택가에서 만난 백인 남성 엘 뤼엔(31)은 르펜에게 투표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럭운전사인 그는 “나는 새벽 3시에 일하러 나가는데 (손을 들어 가리키며)저기에 있는 이민자들은 일도 않으면서 프랑스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만 받고 있다“며 “르펜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실업자와 가난한 사람, 일하는 이들의 구원자“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마크롱과 르펜이 모두 싫어 투표장에는 가되 누구에게도 표를 주지 않는 ‘백지 투표’를 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1차에서 피용을 찍었던 쥘 루이 드 발텍(44)은 “르펜은 너무 극우이고 마크롱은 너무 자유분방하다“며 “둘 다 싫다는 불만을 보여주기 위해 기권 대신 백지 투표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5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의 지지율이 63%까지 올라 37%에 그친 르펜과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였다.    
 
이번 대선은 이미 ‘21세기판 프랑스 혁명’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정치 60년을 양분해온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모두 탈락해 기존 정치 질서가 깨졌기 때문이다. 마크롱과 르펜 중 누가 되든 프랑스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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