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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원숭이 400마리, 사람 위해 불치병과 싸우는 이곳

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 국가영장류센터.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센터는 원숭이 등 영장류 400마리 보유, 연구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 국가영장류센터.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센터는 원숭이 등 영장류 400마리 보유, 연구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대학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대형 도넛 모양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테이블에 키 70㎝가량의 게잡이 원숭이가 누워있다. 유리벽 바깥 모니터에는 이 원숭이의 측ㆍ전면 뇌 단면 사진들이 나타나고 기록됐다. 잠시 뒤엔 옆방으로 옮겨져 라이브 X레이 촬영에 들어갔다. 원숭이는 마취가 깨는 듯 살며시 눈을 뜨더니 부르르 손을 떨었다.
 

충북 오창 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마리당 400만원 연구용 귀하신 몸
신약 개발용 동물임상 실험에 쓰여

쥐ㆍ돼지는 값 싸지만 정확도 떨어져
많은 논란에도 영장류 수요 늘어나

최대 공급처인 중국 '무기화' 나서
정읍에 4000마리 규모 센터 설립도

지난 2일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국가영장류센터에서 만난 ‘C916’이라는 이름의 이 원숭이는 파킨슨병 환자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해 이맘 때부터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간격으로 뇌 신경 세포를 손상하는 MPTP라는 화학물질 주사를 맞은 것 때문에 강제로 파킨슨병에 걸렸다. C916은 '질환모델'이라는 잔인한 운명을 타고 태어난 원숭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의 실험동물 증식센터 무균실에서 태어나 2014년 한국 오창에 왔다. 파킨슨병이 ‘완성’되면 C916은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임상 대상이 된다. 그때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파킨슨 치료약을 주사 받는다.  
 
오창 국가영장류센터는 국내 최대 원숭이 보유 기관이다. C916과 같은 원숭이(영장류) 400마리가 모여있다. 국내 최대 동물원인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도 영장류는 모두 240마리뿐이다. 동물원 원숭이가 관람용이라면, 국가영장류센터 원숭이들은 쥐ㆍ돼지와 함께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전 비임상시험이나 각종 동물실험 연구에 쓰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 동물실험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 기관에서 쥐ㆍ돼지ㆍ원숭이 등 총 287만8907마리의 실험동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50만7157마리)보다 14.8%가 늘어난 수치다. 일반 기업체 142곳에서 121만4189마리를, 119개 대학에서는 102만5600마리를 사용했다.  
 
물론 대부분이 쥐와 돼지들이다. 하지만 사람에 쓰는 신약개발에는 거의 예외없이 원숭이를 이용한 전(前) 임상이 들어가야 한다. 현재 국가영장류센터가 보유한 400마리로는 연간 50여 마리 정도만 실험용으로 쓸 수 있다. 최근 생명공학 연구와 산업의 발전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동물 실험의 수요를 맞추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세계 실험용 원숭이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최근 실험용 영장류를 자원으로 여기며 ‘무기’로 삼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가영장류센터는 올해 말까지 전북 정읍에 영장류지원센터를 만들어 보유 원숭이를 지금의 10배인 4000마리까지 늘일 계획이다.  
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 국가영장류센터.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센터는 원숭이 등 영장류 400마리 보유, 연구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 국가영장류센터.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센터는 원숭이 등 영장류 400마리 보유, 연구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허재원 선임연구원은 “정읍센터가 완공되고 2025년쯤 되면 전체 4000마리 중 연간 700마리를 실험 원숭이를 공급할 수 있어 국내 예상 수요의 절반은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하필 원숭이일까.‘동물실험’ 하면 흔히 쥐나 돼지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원숭이가 최고의 동물실험 대상이다. 인간의 유전자와 95% 이상 같기 때문이다. 특히 침팬지의 경우 유사성이 98.8%에 이른다.  다만, 마리당 최소 400만원 이상하는 고가이다 보니 덜 중요한 실험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싼 쥐나 돼지를 쓸 뿐이다. 실제로 C916처럼 특정질병을 유도한 질환모델의 경우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진다. 과거 신약개발 때 전임상으로 쥐(설치류)를 썼다가 대형사고가 난 사례도 있다. 진정제로 개발돼 1950~60년대에 사용된 ‘탈리도마이드’가 대표적이다. 쥐 실험에서 부작용이 없어 임산부들의 입덧 방지용으로 판매됐지만, 당시 46개국에서 팔과 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기형아가 1만 명 넘게 태어나는 비극을 초래했다.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쥐 실험에 성공한 약물에 대해서는 원숭이 실험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같은 영장류라도 사람에 더 가까운 유인원(類人猿)에 속하는 침팬지ㆍ오랑우탄ㆍ고릴라는 2015년부터 동물실험 대상에서 금지됐다. 인간처럼 ‘자아(自我)’가 있기 때문에 실험 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1973년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는 실험용 침팬지를 일반가정에서 키우며 수화 등을 교육하는 실험을 한 사례가 있다. 님 촘스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침팬지는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였지만, 실험이 끝난 후 방치돼 불행하게 생을 마쳐야 했다. 2011년 개봉한 미국 과학소설(SF) 영화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이 바로 이 침팬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창 국가영장류센터 역시 비슷한 고민과 갈등을 안고 있다. 매년 50여 마리의 원숭이가 연구를 위해 몸숨을 내놓아야 한다. 영장류센터 개원 첫 해인 2005년 4월20일 밤 온도조절기 고장으로 사육실 온도가 섭시 50도까지 올라 연구용 영장류 100여 마리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참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영장류 센터는 매년 4월20일을 이곳 영장류를 위한 제사날로 삼고 위령제를 지낸다.
이상래 국가영장류센터장은“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사람으로는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로 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 ”며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희생되는 영장류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모두 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창=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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