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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산불이 덮쳐 부모님 영정 사진조차 못 챙겼습니다." 화마로 집 잃은 성산면 주민들

지난 6일 발생한 강릉 산불로 집을 잃은 최종필(76)씨. 박진호 기자

지난 6일 발생한 강릉 산불로 집을 잃은 최종필(76)씨. 박진호 기자

 
“산불이 순식간에 집을 덮쳐 부모님 영정 사진도 못 챙겨 나왔습니다.”
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에서 만난 최종필(76)씨는 화마가 집어삼킨 자신의 집 앞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 잃은 최종필씨 "급하게 나오느라 건진 건 문중서류 뿐"
박근화씨 "산불로 전 재산 잃어 남은 것 입은 옷이 전부"

천장을 덮었던 철제 지붕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고, 벽돌로 쌓은 벽은 시커멓게 그을린 채 뼈대만 남았다. 강한 불길에 주방에 있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녹아내렸다.  
지난 6일 발생한 강릉 산불로 집을 잃은 최종필(76)씨.   강릉=박진호 기자

지난 6일 발생한 강릉 산불로 집을 잃은 최종필(76)씨. 강릉=박진호 기자

 
최씨는 지난 6일 오후 발생한 산불로 100㎡ 규모의 집을 잃었다. 58년간 산 집이다. 최씨는 “이웃 주민에게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간신히 집을 빠져나왔다”면서 “강한 바람에 산불이 집주변까지 빠르게 번져 급히 나오느라 문중 관련 서류 몇 개만 간신히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급한 대로 딸 집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앞으로 어디에서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날 찾은 관음리 마을은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산 주변에 있는 집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고 남은 건 앙상한 뼈대뿐이었다. 집을 잃은 주민들은 화재 당시 집에 두고 나온 귀중품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집안 곳곳을 둘러봤다.
 
최씨의 집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있는 주택에서 사는 박근화(60·여)씨도 이번 산불로 전 재산을 잃었다.  
박근화(60)씨가 산불로 전소된 집을 둘러보고 있다. 강릉=박진호 기자

박근화(60)씨가 산불로 전소된 집을 둘러보고 있다. 강릉=박진호 기자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전남 완도에서 가족 여행 중이었던 박씨는 이웃 주민으로부터 집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곧바로 돌아왔다. 하지만 박씨 가족이 도착했을 땐 82.5㎡의 주택이 모두 불에 탄 뒤였다. 집안에 있던 패물 등을 찾아봤지만 흔적도 없었다.
박씨는 “이제 남은 재산이라고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전부”라며 “당장 오늘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근화(60)씨가 산불로 전소된 집을 둘러보고 있다. 박진호 기자

박근화(60)씨가 산불로 전소된 집을 둘러보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인근에 사는 조영남(59)씨도 살던 집이 불에 타버렸다. 조씨는 집에 불이 붙자 수돗물로 끝까지 화재를 진압했다. 하지만 집 주변이 연기로 가득차자 주민들의 만류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조씨는 “불이 난 사실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일부 귀중품이라도 건질 수 있었을텐데”라며 “일을 하던 중 이웃 주민에게 연락을 받고 집에 와보니 이미 불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조영남(59)의 집과 비닐하우스. 박진호 기자

산불 피해를 입은 조영남(59)의 집과 비닐하우스. 박진호 기자

 
‘빠직빠직’ 대나무 타는 소리에 밖으로 나와보니 집이 불에 타고 있었다는 한옥선(84·여)씨도 재가 돼버린 집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한씨는 “불이 갑자기 커져 신발도 못신고 밖으로 뛰어나왔다”면서 “집에 죽은 남편 유공자 증서, 훈장이 있었는데 하나도 챙길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산불로 50년 넘게 살아온 집을 잃은 한옥선(84)씨. 김준영 기자

산불로 50년 넘게 살아온 집을 잃은 한옥선(84)씨. 김준영 기자

한씨는 또 “집에 몸이 불편한 딸이 타는 휠체어도 있었는데 그것조차 가져나오지 못했다”면서 “가진 돈도 모두 불에 타 당분간 목발에 의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3시 27분쯤 성산면 어흘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성산면 인근 마을 주민 84명이 성산초등학교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주민들은 아침이 되자 불에 탄 집을 정리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관음2리 고재인(58)이장은 “마을에 귀가 잘 안들리고 거동 불편한 노인들이 많아 일일이 방문해 대피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화재대책 전문가도 아닌데 불길과 거센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마을 주민 대피를 총 지휘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강릉=박진호·김준영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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