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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늦은 밤 버스에 모르는 남자가 따라 탔다

 # 늦은 밤 버스에 모르는 남자가 따라 탔다
 
늦은 밤 학원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얼굴을 모르는 남학생이 말을 건다
 
“몇 번 타세요?”
“네? 왜요?”
“데려다 줬으면 하시는 것 같아서”
“아니에요. 가세요.”
 
버스가 왔고 급히 달려가 탔는데
그 남학생도 바로 따라탄다
 
무서워 미칠 것 같다
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정류장으로 나와줘, 제발”
 
가로등도 꺼진 거리 버스에서 내렸는데
남학생도 따라 내린다
외진 곳 둘 뿐이다
 
얼어붙은 내게 남학생이 조용히 말한다
“학원에선 X나 흘리더니 왜 이제와서 치한 취급하냐“
 
행인의 도움으로 남학생은
자리를 피했지만 주저앉으니 눈물이 터져나온다
 
그날 아버지는 크게 나를 혼냈다
“왜 아무하고나 말을 섞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 땅의 무수한 ‘82년생 김지영’들이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씩 패야 한다’는
시절이 지났고 남녀가 많이 평등해졌습니다
 
한국의 치안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신체적으로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에
무수한 여성들이 공감한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한 가부장적 문화도
여성으로 사는 걸 힘들게 만들지요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거냐며
반발하는 남자들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왜 불안해 하는 건지, 왜 힘들어 하는 건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들을 건네는 이유>
강아지의 생명이 그렇게 소중합니까. 남의 자식의 비극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멀쩡한 강아지에게 불 붙인 사람, 다리 잃은 아들에게 800만원 준 군대에 그리 분개하는 걸까요.
모두 따스한 심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명의 아픔이, 남의 고통이 내 것 같기만 하니까요. 우리는 권력의 부정부패에도 분노하지만, 일상 속 사건들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일자리·안보·저출산같은 큰 이슈만큼 작은 것에 주목하는 까닭입니다. 작지만 사람들이 공감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 바로 여기에 ‘좋은 정책’의 해답이 있는 게 아닐까요.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10개의 ‘작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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