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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책·커피와 함께 한 완벽한 휴식

‘동아서점’. 손님들이 책을 편하게 읽어볼 수 있도록 창가에 바(bar) 형태의 독서 공간을 마련했다.

‘동아서점’. 손님들이 책을 편하게 읽어볼 수 있도록 창가에 바(bar) 형태의 독서 공간을 마련했다.

강원도 속초에는 설악산이 있다. 동해 바다가 있다. 호수도 두 개(청초호ㆍ영랑호) 있다. 그리고, ‘책’이 있다. 
 

문화예술위원회 최초
‘전국 인문지도 만들기’
속초편 따라가보니

요즘 속초를 찾는 이들이 꼭 들르는 장소가 60년간 지역을 지켜온 ‘동아서점’이다. 올해 2월 이 서점의 3대째 운영자인 김영건(30)씨가 펴낸 책 『당신에게 말을 걸다-속초 동아서점 이야기』(알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1월에는 속초 최초의 북스테이 카페 ‘완벽한 날들’이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 겸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다. 두 서점은 모두 바닷가 근처 수복로에 있다.  
 
속초는 ‘뜨는 도시’다. 교통이 좋아져 서울에서 부쩍 가까워졌다. 2024년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하면 서울에서 1시간 15분이면 도착하게 된다. 지난 해에는 ‘포켓몬고’로 느닷없이 젊은 사람들의 ‘성지’가 되더니, 요즘엔 미세먼지를 피해 속초에 아예 보금자리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예쁜 카페와 작은 공방도 속속 들어선다.  
 
때마침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 인문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로 『같이 걸을까, 인문지도』라는 책을 펴냈다. 책과 커피가 있는 속초 수복로에서 한 나절을 즐기는 인문여행 가이드가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책을 들고 무작정 속초로 떠났다. 볕이 부드러운 봄날이었다.  

 
‘완벽한 날들’ 서점과 게스트하우스 내부.

‘완벽한 날들’ 서점과 게스트하우스 내부.

최윤복·이담인·하지민씨(왼쪽부터)

최윤복·이담인·하지민씨(왼쪽부터)

 
주인장인 최윤복(34)·하지민(30) 부부와 하씨의 친구 이담인(29)씨는 서울에서 만났다. 부부는 비영리기구(NGO)에서 일하다 2013년 결혼했고, 이듬해 최씨의 고향인 속초로 이주했다. 원래는 카누·카약을 제작하는 최씨의 형 일을 돕기 위해서였는데, 곧 정착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연 때문이었죠. 맑은 날엔 울산바위가 저 앞에 보이고, 일하다 졸리면 훌쩍 바닷가로 달려가 차 한잔 마시는 삶을 여기 와서 알았거든요. 2014년 태어난 아이를 이런 곳에서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내 하지민씨의 말이다.  
 
완벽한 날들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259-7전화 : 033-947-2319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9시 서점과 카페는 화요일 휴무

완벽한 날들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259-7전화 : 033-947-2319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9시 서점과 카페는 화요일 휴무

여행은 ‘완벽한 날들’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관광객들이 도착하는 속초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터미널 뒤쪽 골목 입구에 있는 2층짜리 서점은 지난 1월 25일 문을 열었다. 묵직한 철제문을 밀고 들어서니 ‘속초 봄바다에서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손글씨 안내판이 손님을 맞는다, 흰 장미 한송이 옆 장석주 시인의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라는 책이 놓여있다. 매주 바뀌는 이 서점의 테마 도서다.  
 
속초에 남기로 했으니 ‘속초엔 없는 장소’를 만들기로 했다. “서울에 살 때부터 개성있는 작은 책방 주인이 돼 강연도 하고 공연도 하고, 글쓰기·독서 모임도 열어보고 싶었어요. 속초에서 가능하겠느냐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국회에서 인턴보좌관으로 일하던 이씨는 친구를 보러 속초에 놀러왔다가 이내 부부의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서점에는 3명의 책방지기가 각자의 취향으로 고른 1000여 권의 책이 있다. “가벼운 책들보단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인문·사회과학 도서를 소개하고 싶다”는 게 최씨의 바람이다. 봄부터 속초 주민들과 함께 하는 글쓰기, 독서 모임도 시작했다. 2층 게스트하우스엔 1인실·2인실·6인실이 하나씩 있는데, 이 곳에 묵는 손님들과 매주 토요일밤 ‘아주 사적인 북토크’를 열기도 한다.  
 
서점 이름은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제목에서 따왔다. 게스트하우스 창문에는 이 산문집의 한 구절이 적혀 있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푸른 산과 바다, 그리고 책이 함께 하는 시간. 세 사람은 “지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속초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자꾸 생각나는 완벽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속초 밤하늘의 별, 도자기에 새겼어요
중앙시장

중앙시장

서점을 나와 속초초등학교 방향으로 쭉 내려가다보면 중앙시장을 만난다. 속초에서 가장 큰 이 시장은 최근 이름을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중앙시장으로 통한다. 골목마다 먹을 거리가 그득한 이곳에서 출출해진 배를 채워도 좋겠다. 시장 한 쪽에 있는 헌책방 ‘대경중고서점’은 손때묻은 옛책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꽤 붐빈다.  
 
속초 최초의 핸드드립 커피전문점 ‘커피벨트’와 박수일 사장

속초 최초의 핸드드립 커피전문점 ‘커피벨트’와 박수일 사장

커피벨트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124-1전화 : 033-637-1243영업시간 : 매일 오전 10시~오후 11시 30분

커피벨트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124-1전화 : 033-637-1243영업시간 : 매일 오전 10시~오후 11시 30분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커피벨트’라는 고풍스러운 카페가 나타난다.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속초에 처음 생긴 핸드드립 커피전문점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내려온 박수일(54) 사장이 운영한다. “강릉엔 유명한 커피집이 많지만, 몇년 전만 해도 속초에선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기 힘들었죠.” 커피벨트는 강원도로 커피투어를 오는 이들이 꼭 들르는 명소다. 매일 아침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커피 강좌도 열고 있다.  
 
속초의 자연을 담은 도자기 기념품을 파는 공방 ‘도자기별’의 공재윤(왼쪽)·재영 자매

속초의 자연을 담은 도자기 기념품을 파는 공방 ‘도자기별’의공재윤(왼쪽)·재영 자매

도자기별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109-1전화 : 033-638-0853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일·월요일 휴무

도자기별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109-1전화 : 033-638-0853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일·월요일 휴무

알싸한 커피로 충전을 마치고, 건너편에 있는 ‘블링블링한’ 도자기 공방 ‘도자기별’에 들렀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공재영(34)·재윤(28) 자매가 어머니의 감자옹심이 식당이 있던 이 장소에 2015년 3월 문을 열었다. 언니 재영씨는 “9년간 서울에 살다 속초에 내려와 제일 놀란 건 쏟아질듯한 별이었다”며 “너무 밝아서 밤마다 바다에 나가 별을 보고 또 보고, 공방 이름도 ‘도자기별’로 정했다”고 했다.  
 
자매는 속초의 산과 바다를 담은 소품을 주로 빚는다. 별·꽃·배 모양의 마그넷, 등대 명함꽂이, 바람이 불면 명랑한 소리를 내는 풍경 등 “관광지에서 살 수 없는 속초만의 특별한 기념품”을 만들어 공방에서 직접 판매도 한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1일 도예 체험도 열고 있다. 1시간 동안 함께 흙을 빚어 소품을 만들면 가마에서 구워 한달 후 택배로 보내준다. “속초에 와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알았어요. 자연에 둘러싸여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공재윤)
 
속초만의 베스트셀러, 우리가 만듭니다
널찍한 ‘동아서점’ 내부.

널찍한 ‘동아서점’ 내부.

부자 사이인 김일수 대표(왼쪽 위 사진)와 김영건 총괄매니저

부자 사이인 김일수 대표(왼쪽 위 사진)와 김영건 총괄매니저

동아서점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108전화 : 033-632-1555영업시간 :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동아서점주소 : 강원 속초시 수복로 108전화 : 033-632-1555영업시간 :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도자기별 바로 앞이 그 유명한 ‘동아서점’이다. 서점의 3대째 운영자로 총괄 매니저 역할을 하는 김영건씨가 책 정리로 분주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서점은 1956년 영건씨의 할아버지 고 김종록씨가 ‘동아문구사’로 시작했고, 78년부터 아버지 김일수(64) 대표가 물려받았다. 130㎡(약 40평)의 작은 규모였던 서점이 2015년 수복로로 이전하며 429㎡(약 130평)로 커졌다. 서울의 한 문화재단에서 일하다 어느 날 “서점 해 볼 생각 있냐”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얼떨결에 속초로 내려온 영건씨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동아서점은 한국 출판계의 역사를 품고 있다. “한 달에 잡지 1만권을 팔던” 80~90년대 서점 호황기를 거쳐 2000년대 들어서는 “사실상 장사를 한다고 볼 수 없는 수준”까지 매출이 떨어졌다. 확장 이전 후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 종합서점답게 문학·철학·인문·사회 도서에서 지도·학습지까지 다양한 장르를 갖췄고, 5살 꼬마에서 70대 어르신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손님이 찾아온다. 서점 곳곳에 의자를 마련해 서점을 찾는 이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영건씨는 특히 이 서점만의 ‘큐레이션’에 신경을 쓴다. “서점에 발걸음을 한 독자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오프라인 서점이 가진 경쟁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음식 인문학, 반려동물 이야기 등 출판계 트렌드를 보여주는 매대를 만들고, 색깔이 비슷하거나 제목이 이어지는 책들을 재치있게 진열해보기도 한다. 현재는 ‘문고의 시대’란 테마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문고본들을 한 데 모아 소개하고 있다.  
 
서점 한 켠에는 ‘동아서점 3월의 베스트셀러’가 붙어 있다. 1위는 김영건씨의 『당신에게 말을 걸다-동아서점 이야기』고, 6위는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 사펭의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이다.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이다. 특히 프랑스인·한국인 혼혈 여성의 이야기인 『속초에서의 겨울』은 동아서점만의 스테디셀러로 지난 겨울 작가가 직접 서점을 찾아 독자들을 만났을 정도다. “지역 서점은 지역의 색깔을 담고 있어야 하죠. 주민들과 직접 호흡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

 
싱싱한 해산물 못지않은 맛집 즐비
쉬림프박스·마늘바게트·닭강정 꼭 맛보셔요
속초에 갔다면 일단 싱싱한 해산물은 필수다. 바닷가에 늘어선 횟집에서 물회 한 그릇 들이켜도 좋고, 중앙시장에 있는 수산회센터에서 직접 고른 생선을 맛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여행 내내 해산물만 먹을 순 없지 않나. 취재 중에 만난 이들에게 추천받은 속초 현지인들의 맛집을 소개한다.  
 
도자기별의 공재영 대표는 “물치항회센터의 푸드트럭에서 파는 ‘쉬림프박스’를 꼭 먹고 가시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젊은 사장 둘이 운영하는 ‘쉬림프박스 동해’가 속초해수욕장에서 선보여 순식간에 유명해진 쉬림프박스는, 껍질 벗긴 새우를 마늘과 버터로 볶아 밥 위에 얹어 먹는 음식이다. 입 안에 가득 번지는 마늘향과 통통한 새우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는 평. 단 푸드트럭의 영업 장소와 시간이 그때그때 달라지므로 인스타그램(shrimp_box_donghae)에서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도자기별 바로 옆에 있는 즉석떡볶이집 ‘조롱박 떡볶이’는 속초여중·고 졸업생들에겐 마음의 고향이란다. 학교가 있는 교동 근처에 있다 최근 수복로로 옮겨왔는데 점심시간이면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많다. 냄비에 수북히 담긴 떡과 어묵, 고추장 옆 흑설탕 한움큼이 이미 달달한 맛을 예고한다. 떡볶이의 매운 맛을 달래주는 딸기우유와 야채빵이 이 집의 명물이다.  
 
‘완벽한 날들’의 주인장 하지민씨는 속초 사람이면 다 안다는 빵집 ‘봉브레드’의 ‘마늘바게트’를 추천했다. 속초 미시령로 옥토아파트 상가에 있는 동네 빵집인데, 지금은 관광객들도 알아서 찾아올만큼 유명해졌다. 빵 안에 블루베리와 모카, 생크림이 가득 들어있는 ‘연인의 빵’과 마늘바게트가 유명하다. 달콤하고 걸쭉한 마늘 소스 안에서 마구 뒹굴고 온 듯한 바게트의 맛이 특별하다.  
 
속초에 왔다면 닭강정을 빼놓아선 안 된다. 중앙시장에는 수십곳의 가게가 늘어선 닭강정 골목이 있는데, 30년 역사를 가진 ‘만석닭강정’과 ‘중앙닭강정’이 유명하다. 타 지역으로 배송도 된다. 동아서점 김영건 매니져는 “중앙시장은 닭강정과 씨앗호떡으로 알려졌지만, 옛 맛과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한 분식골목에서 떡볶이와 순대 사먹는 것도 제 오랜 취미”라고 했다. 
 
 
속초(강원)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ㆍ문화예술위원회ㆍ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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