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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골프, 샷 클락, 그린맵 제한 … 골프 경기 시간 줄인다

도마에 오른 골프 슬로 플레이
1일 텍사스주 어빙에서 끝난 발룬티어스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연장전에서 벙커 샷을 하고 있는 크노무라 하루 리스티 커. 연장 끝에 패한 그는 슬로 플레이란 지적을 받았다. [AP=뉴시스]

1일 텍사스주 어빙에서 끝난 발룬티어스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연장전에서 벙커 샷을 하고 있는 크노무라 하루 리스티 커. 연장 끝에 패한 그는 슬로 플레이란 지적을 받았다. [AP=뉴시스]

지난 1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발룬티어스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프리젠티드 바이 JTBC 최종 라운드. 연장 6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크리스티 커(40·미국)는 경기 뒤 후폭풍을 맞았다.
 

크리스티 커 느림보 플레이 후폭풍
PGA 투어선 22년 만에 벌타 부과
경기 질과 흥미 떨어뜨린단 지적
영·미골프협회 조만간 칼 빼들 듯

문제는 그의 슬로 플레이였다. 여러 선수를 비춰 주는 정규 라운드와 달리 연장전에서는 카메라가 두 선수만 따르다 보니 커의 느림보 플레이가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커는 그린 위에서 공을 지면에 내려놓은 뒤 어드레스 자세를 몇 번이고 다시 한 뒤에야 퍼트를 했다. 상대 선수인 노무라 하루(25·일본)가 기다림에 지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방송 중계 해설을 맡은 미국 골프채널의 주디 랜킨스(미국)는 “두 선수가 연장 6홀을 치르는 데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커가 일부러 천천히 플레이한 것 같다”고 혹평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커는 트위터에 “느리게 경기해 죄송하다. 하지만 시속 70㎞에 달하는 강풍이 불면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커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연장 6홀 치르는 데 2시간이나 걸려

같은 기간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도 슬로 플레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취리히클래식 1라운드에서 미겔 앙헬 카르발로(38·아르헨티나)와 브라이언 캠벨(24·미국)조가 슬로 플레이로 두 차례 주의와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끝에 14번 홀(파3)에서 1벌타를 받았다. PGA투어에서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것은 1995년 혼다클래식의 글렌 데이(미국) 이후 22년 만이다.
 
슬로 플레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슬로 플레이에 대한 과거의 해석은 지금과는 달랐다. 1950년대만 해도 2인 플레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이내였다. 1956년 마스터스에서 오거스타의 회장이었던 클리포드 로버츠는 “날씨가 좋으면 3시간 정도에 라운드를 마쳐야 하지만 날씨가 안 좋으면 3시간 반까지 허용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오거스타 내셔널처럼 코스 상태가 좋은 골프장에서 4시간이나 걸려 라운드를 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슬로 플레이에 대한 최근의 해석은 슬로 플레이어에게 솜방망이식 처벌을 주기 때문에 선수들의 플레이 속도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슬로 플레이로 악명을 떨쳤던 선수는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차지한 세르히오 가르시아(37·스페인)였다. 가르시아는 2002년 베스페이지 블랙에서 열린 US오픈 당시 공 뒤에서 1분 가까이 서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의 슬로 플레이를 참다못한 갤러리들이 야유를 퍼붓자 그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날렸다가 구설에 올랐다.  
 
재미 동포 케빈 나(34·나상욱)도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로 꼽힌다. 케빈 나는 2012년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무려 10번이 넘는 웨글(클럽 헤드를 좌우로 흔들며 긴장을 푸는 행동)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 칼럼니스트로부터 “케빈 나는 샷을 하기 전 인생에 대해 깊은 명상에 빠지는 것 같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30·호주)도 슬로 플레이 때문에 종종 구설에 오른다. 데이는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슬로 플레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샷을 하기 전 다섯 번 뒤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다섯 번 뒤로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슬로 플레이는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며 중대한 에티켓 위반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쟁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엄중한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PGA 클래스 A멤버인 신준 프로는 “한 선수가 유난히 늦게 플레이하면 다른 선수들은 그만큼 빨리 쳐야 한다. 슬로 플레이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플레이 속도에 관한 지침을 규정하는 권한을 각 투어의 경기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PGA 투어 경기위원회는 각 조에서 제일 먼저 샷을 하는 선수는 50초, 나머지 선수들의 샷과 퍼트는 40초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차 경고, 2차 1벌타, 3차 2벌타를 부과한다. 유러피언투어도 지난해부터 PGA투어와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경기당 15분 단축과 슬로 플레이 근절을 위해 슬로 플레이어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한다. LPGA투어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도 샷당 40초의 시간제한을 두고 벌타와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분실구 찾는 시간 5분서 3분으로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슬로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R&A와 USGA에서는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만간 칼을 빼들 예정이다. R&A는 오는 6월 브리티시 아마추어 예선부터 기존처럼 티샷 이후 홀컵에서 멀리 떨어진 선수가 공을 치는 방식 대신 준비된 선수가 먼저 치는 ‘레디 골프’ 규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R&A와 USGA는 지난 1월 오는 2019년 개정되는 골프 규칙에 레디 골프 규칙과 함께 분실구를 찾는 시간을 현행 5분에서 3분으로 줄이는 등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골프 규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었다.
 
R&A는 이와 함께 “선수들이 그린의 지형이 그려진 그린맵 등을 이용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끌고 있다”며 인공 장비의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골프 규칙 14-3항)의 골프 규칙 개정도 고려하고 있다. 유러피언투어에서는 6일 영국 세인트 알반스의 센추리언골프장에서 개막한 골프식시스에서 샷 클락 계기판을 선보였다.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 그린에 계기판을 설치하고 규정 시간 40초를 넘기면 바로 벌타를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마틴 슬럼버스 R&A 회장은 “경기 시간 단축은 골프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제이슨 데이와 같은 선수들도 경기 시간 단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유러피언투어의 정책은 갈수록 늘어지는 경기 시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골프 업계에서도 슬로 플레이 근절을 위한 행보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KPGA 경기위원장을 지냈던 우승섭씨는 “적절한 속도의 경기 진행은 선수들이 더 나은 플레이를 펼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갤러리와 시청자에게도 골프의 지루한 이미지를 떨쳐 내고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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