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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소비와 中 투자가 코스피 상승 이끌어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주식시장의 기세가 무섭다. 이 정도 에너지라면 2011년 4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데 이어 추가 상승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주가가 강세를 보이게 된 건 경기 회복 덕분이다. 올 3월 들어 국내외 경제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미국은 소비가, 중국은 투자가 경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수년 내에 가장 낮은 실업률로 임금이 올라가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저금리로 미국·중국 등 경기 회복
우리 기업들도 매출·이익 상승세
주가 전고점 뚫고 강세 이어질 듯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주목해야

 
국내 경제는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작동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우리는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못할 걸로 예상됐던 몇 안 되는 나라였다.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는데 수출 증가를 기반으로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대표적인데 2.5%에서 2.6%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상향 폭이 0.1%포인트에 지나지 않아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있지만, 일단 개선 추세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가 늘어난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 140개 상장사 영업이익 53% 증가
경기 회복은 기업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140개 가까운 기업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는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증가했다. 앞으로 발표 기업이 늘어나면서 증가율이 낮아질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분기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걸로 전망된다. 이익만큼 눈길을 끄는 게 매출이다. 지난해에 비해 9% 정도 증가했는데 매출이 제대로 늘어난 건 2010년대 들어 올해가 처음이다. 2012년 이후 4년 동안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상장사의 매출과 이익 증가율 사이클은 네 국면으로 나눠진다. 첫째 국면은 이익이 늘어나지만 매출은 정체되는 상황이다. 비용 절감이 이익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경기 회복 초기에 많이 볼 수 있다. 둘째는 이익과 매출 증가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이 일정 단계에 들어가면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도 상승하는데 이때 주로 관찰된다. 네 국면 중 주가에 가장 우호적인 기간이다, 셋째는 매출이 늘지만 이익 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이고, 마지막은 이익과 매출액 모두가 줄어드는 국면이다.
 
지금은 둘째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걸로 보인다. 올 1분기 매출액이 두 자리의 증가를 기록할 경우 국면 전환이 더 확고해질 수 있다. 1분기 이익은 영업증가가 기반이 되고 있는 만큼 이익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때보다 높다. 비슷한 상황이 2002년에도 있었는데, 해당 분기에 매출액과 영업 이익 증가율이 각각 12.3%와 95.2%를 기록해 주가 상승의 토대가 됐다.
 
경제 정책과 현실 경제 사이에 시차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금리를 세 번 올렸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저금리와 고유동성이라는 과거 패턴에 머물고 있다. 미국조차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어떻게 회수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고, 유럽은 자금 회수는 커녕 양적완화를 끝내는 시점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완화된 금융 환경하에 있다는 의미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은 경기 회복과 금융 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태인데, 주식시장 입장에서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이런 시장 여건을 반영해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도 강세 흐름이 일정 기간 더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사상 최고치 경신도 어렵지 않아 주가가 새로운 영역에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당분간 다른 자산보다 주식에 무게 중심을 두고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건 지금보다 고점이 상당히 높아진 후다.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나올 수 있는데 특히 두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는 선진국 주식시장이다. 주가를 보고 주가를 판단한다는 게 이상하지만, 선진국 시장이 우리 주가를 끌고 가는 원동력인 만큼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여러 선진국 주식시장 중 현재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고점보다 월등히 높은 곳은 미국과 독일 두 나라 뿐이다. 영국이 미국 다음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나라에 꼽힐 정도로 경제가 좋지만, 주가는 고점을 약간 상회하고 있는 정도다. 나머지 국가들은 주가가 고점 부근에 있거나, 고점을 넘은 후에도 힘 있게 상승하기보다 엉거주춤하게 머물고 있다.
 
 
8년간 이어진 양적완화 끝날 시점 다가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시장이 미국·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주가가 강하게 상승하는 곳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금융 위기 이후 모든 금융정책을 강하게 시행했던 나라이고, 독일은 유로 존에서 경제가 가장 좋은 나라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여서 미국이나 독일만큼 에너지를 발휘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년 동안 시장을 끌고 온 힘은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짜였던 틀이 계속돼 온 건데, 경기가 회복되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경우 이 정책이 바뀔 수밖에 없다. 경기가 회복되고 금융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 완화를 마냥 계속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을 수정한다면 적당한 시점은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리고, 유럽이 양적완화를 철회함과 동시에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우리 역시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상황이 하반기에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주식시장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는 경제지표 회복과 금융 완화라는 두 축이 주가를 움직이는 반면 하반기는 금융 완화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구조 변경을 의미하는 만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 주가가 한쪽만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건 현재 주가에 따른 착시현상 때문이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과거 상승기보다 주가가 탄탄하게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상승기에는 주가가 낮은 곳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시작점이 너무 높아 부담이 되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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