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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진행률 높이고 예상 손실에 눈 감아 이익 부풀려

[이것이 실전회계다] 분식에 노출되기 쉬운 건설·조선업
올 3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도크에 유가 하락으로 선주들이 인수를 포기하거나 연기한 드릴쉽들이 묶여 있다. 바다에서 원유나 가스를 시추할 때 쓰이는 드릴쉽은 척당 가격이 5000억원을 넘는다. [중앙포토]

올 3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도크에 유가 하락으로 선주들이 인수를 포기하거나 연기한 드릴쉽들이 묶여 있다. 바다에서 원유나 가스를 시추할 때 쓰이는 드릴쉽은 척당 가격이 5000억원을 넘는다. [중앙포토]

대우조선해양은 한때 세계 최고 조선업체로 평가받았다. 2012년 이후 열악한 조선업황 속에서도 해마다 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꾸준하게 달성하는 회사로 포장돼 왔다. 그러나 포장지를 벗겨 보니 이익은커녕 최고 연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내던 회사라는 것이 들통났다. 지난달 채무재조정과 신규자금지원이 없었다면 법정관리로 갔어야 할 운명이었다. 대우조선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수주로
추가비용 청구 못하는 경우 늘어

나중에 받을 돈으로 적어 놓으면
당장 손실 나는 것 모면할 수 있어

 
건설업체 A사가 대형 박물관 공사를 수주했다고 가정하자. A사는 처음으로 설계에서부터 자재구매, 시공, 전시품 설치와 최종 운영테스트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일괄수주 형태로 계약했다. 그런데, 실제 작업에 들어가자 몇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A사로부터 설계하청을 받은 업체가 그려 온 도면에 따르면 당초 예상보다 자재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건물 안전과 전시품 보호를 위한 특수기둥을 계획보다 5배 이상 더 세워야 한다고 설계업체는 주장했다. 시공 이외의 부문에서 경험이 부족한 A사는 설계업체 주장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막상 시공에 들어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설계변경이 있었다. 그때마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추가됐다. 설계변경은 공기를 지연시켰다. 시간에 쫓긴 A사는 빈번하게 야간과 휴일작업을 강행해야 했다. 그런데 일괄수주다 보니 발주처는 설계변경 등에 따른 추가공사비 중 일부만 인정했다. 약속한 준공기한을 맞추지 못해 지체에 따른 보상금까지 지급해야 했다. 200억원 이익을 예상했던 이 박물관 공사에서 A사는 결국 500억원 손실을 내고 말았다.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최근 수년 동안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과정을 이와 비슷하다. 대우조선·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2010년 초중반 발주된 초대형 고사양 자원개발 해양플랜트들을 거의 독점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해양플랜트는 대규모 손실이 되어 돌아왔다. 가장 큰 이유는 경험부족에 따른 시행착오, 엔지니어링 분야의 낮은 역량,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등이다. 대우조선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덮어 놓고 있다가 들켰다.
 
 
몇 년간 이어지는 공사, 매년 손실 반영해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설이나 조선 같은 수주산업에 적용하는 이른바 ‘진행기준 회계’를 알아보자. B사가 10층짜리 오피스텔 공사를 100억원에 따냈다고 하자. 이 100억원은 도급금액(또는 계약수익)이라고 한다. 공사예정기간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이다. B사가 추정하는 공사총예정원가는 80억원. 따라서 이 공사에서 기대하는 이익은 20억원이다. B사가 예상하는 연도별 공사투입원가는 아래 표와 같다.
 
표에서 제시된 공사진행률은 아주 중요하다. 공사수익(공사매출)이 진행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공사진행률을 공사총예정원가 대비 당기에 얼마만큼의 원가를 실제 투입하였느냐로 결정한다. 즉 ‘실제당기투입원가/공사총예정원가’다. 실제 연도별로 손익을 따져 보자. 공사 개시 1년이 지나 2014년 말 결산시점이 됐다. B사가 실제로 투입한 원가를 따져 보니 애초 예상(40억원)과 맞아떨어졌다. 미래(2015년과 2016년)에 투입해야 할 공사 예정원가도 다시 점검해 보니 총 40억원(20억원+20억원)에서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총예정원가가 80억원, 투입원가가 40억원이므로 2014년 말 공사진행률은 50%다. 2014년의 당기 공사수익(공사매출)은 도급금액(계약수익) 100억원에 진행률 50%를 곱하면 된다. 따라서 2014년 공사이익은 ‘50억원(공사수익)-40억원(공사비용)=10억원’이 된다.
 
이제는 2015년 말 결산을 해 보자. 건설공사를 하면서 애초 계획한 대로 원가가 딱 맞게 발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2015년 실제 투입원가가 40억원으로, 애초 예상(20억원)보다 더 증가했다고 해 보자. 미래(2016년)에 투입해야 할 추정원가는 20억원으로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2015년 말 결산시 적용해야 할 공사총예정원가는 100억원(2014년 투입분 40억원+2015년 투입분 40억원+2016년 예정분 20억원)으로 바뀐다. 2015년까지의 누적공사진행률은 80%다(투입분80억원/총예정원가100억원). 따라서 2015년까지 누적공사수익은 도급금액 100억원의 80%인 80억원이다. 이 금액에서 기존에 인식한 공사수익(2014년의 50억원)을 뺀 금액이 바로 2015년 당기 공사수익이 된다(30억원). 그렇다면 2015년의 공사이익은 아래 표와 같이 ‘공사수익 30억원-공사원가 40억원=10억원 손실’이 된다.
 
이제 마지막 해인 2016년의 결산이다. 예상대로 20억원의 원가가 발생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2016년에 인식할 공사수익 20억원에서 공사원가 20억원을 빼면 공사이익은 ‘0’이 된다. 3년간 이 공사의 손익을 총결산해보면 도급금액(계약수익)에 따른 총공사수익이 100억원, 투입한 총공사원가가 100억원이므로, 공사이익은 0이다. 당초 20억원 이익을 예상했지만 2년차에 비용이 늘면서 예상보다 수익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만약 B사가 처음부터 총공사예정원가를 고의로 과소추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공사 초기에 공사진행률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공사수익 인식분이 증가한다. 총예정원가를 정상적으로 추정 때보다 공사이익이 크게 늘어난다. 실제 투입한 원가를 조작해 늘려도 마찬가지다. 진행기준 회계는 이렇게 공사예정원가 추정치를 이용해 공사이익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분식에 노출되기 쉽다.
 
또다른 경우를 보자. 2015년 결산을 하는 과정에서 미래(2016년도)의 공사원가가 35억원으로 추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공사는 3년 동안 총원가 110억원(2014년 투입분 40억원+2015년 투입분 40억원+2016년 예상분 35억원)을 투입하여 100억원의 수익을 내는 공사가 된다. 즉 15억원 손실공사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예상을 한 시점, 즉 2015년 말 결산에서 곧바로 미래공사손실을 당기인 2015년 손익에 반영해야 한다. 2015년에 인식해야 할 손실은 10억원이 아니라 미래(2016년도) 손실분 15억까지 더해 25억원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5년 손실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면 2016년 예상원가를 고의로 과소추정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분식회계다. 대우조선의 경우 이 같은 종류의 분식회계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상적 미청구 금액은 손실로 보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조선업계는 선박건조대금을 대략 4~5번에 걸쳐 나눠 받는다. 발주 시 선수금으로 20%, 세 차례 중도금으로 각각 20%, 나머지 20%는 인도 시 잔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발주물량 감소로 발주처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대금지급방식이 이른바 ‘헤비테일’로 바뀌었다. 선수금이 30% 가량, 나머지 70%는 선박인도시 결제한다. 이런 결제방식은 이른바 ‘미청구공사’ 금액을 많이 발생시킨다.  
 
예컨대, C중공업이 2014년 초에 선박 1척을 1000억원에 건조해 2016년 말 인도하기로 계약했다고 가정하자. C중공업은 건조원가로 800억원을 투입해 200억원의 이익을 낼 작정이다. 헤비테일로 계약해 선수금으로 300억을 받았다. 선박인도시점에 잔금 700억원을 받는다. 건조대금이 언제 들어오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C중공업은 3년 동안 진행률에 따라 손익결산을 해 나가야 한다.
 
2014년 말 결산시점에서 C중공업이 측정한 진행률이 50%(실제공사투입원가 400억원/총예정원가 800억원)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 회사는 공사수익으로 500억원(1000억원×50%)을 인식한다. C중공업은 이 500억원 중 2014년 초에 선수금으로 받은 300억원을 제외한 200억원은 청구할 수 없다. 공사를 진행했으나 아직 대금을 받을 수 없는 자산이 바로 ‘미청구공사’라고 하는 계정이다. 일종의 공사미수금(매출채권)인 셈이다. 2015년 결산에서도 미청구공사 금액은 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2016년 말 완성한 배를 인도하면서 대금을 모두 받으면 미청구금액을 사라진다. 조선이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미청구공사 금액 자체를 놓고 손실 또는 부실과 동일시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한다. 정상적으로 발생한 미청구공사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청구의 발생원인에 따라서는 손실 전환 가능성이 큰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발주자의 사양변경 요청이 일반 선박보다 자주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해양플랜트 공사비가 증가하면 과거에는 ‘체인지 오더(change order)’에 따라 공사계약 금액을 상향조정해 추가공사비를 받았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국내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수주방식을 일괄수주로 전환함에 따라 설계변경에 따른 비용증가분의 상당액을 국내 조선업체들이 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체인지 오더를 인정받지 못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특히 시추 플랜트나 선박의 경우 헤비테일 계약에 따라 미청구가 많이 발생한다. 체인지 오더에 대한 발주처의 확답 없이 조선업체가 추가공사비용을 마음대로 미청구공사로 잡아 놨다가 발주처와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자구안 실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명확한 미청구공사 자산이나 공사수익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장의 뒤통수를 때리는 조선·건설업계의 회계절벽이 사라질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이재홍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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