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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가죽 끓여 만든 아교 양귀비도 즐겨먹던 보음제

[新동의보감] 중국의 대표 보약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아교는 중국이 최고로 치는 보약이다. [중앙포토]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아교는 중국이 최고로 치는 보약이다. [중앙포토]

한국에 인삼(人蔘)이 있다면 중국에는 아교(阿膠)가 있다. 인삼과 아교는 각각 양국을 대표하는 보약이다. 물론 산삼이 압도적으로 비싸고 귀한 약재이긴 해도 너무 구하기 힘들어 대중성에서 점수가 깎였다. 아교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제품을 최고로 친다. 아교라는 이름은 산둥성 양구(陽谷)현 아청(阿城)진의 샘물인 아정수(阿井水)에서 유래됐다. 이 물은 암석층과 모래를 통과해 여과됐다. 그뿐만 아니라 칼슘·칼륨·마그네슘·나트륨 등을 함유해 일반 물보다 무거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정의 물로 아교를 달이면 잡질(雜質)이 쉽게 위로 떠올라 순수한 아교를 만들 수 있다.  
 

'공업용 풀'로 알려졌지만
보혈보액의 기능 뛰어나
골관절 질환 회복시키고
출산 여성 혈허에 도움
콜라겐이 피부 영양 공급

우리에게도 아교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지만 대개 ‘공업용 풀’정도로만 알고 있다. 중국에서 아교가 인삼보다 더 알려진 보약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당나귀 가죽을 오랫동안 삶아 아교를 만드는 전통적인 제작 과정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 [사진 옴니허브]

당나귀 가죽을 오랫동안 삶아 아교를 만드는 전통적인 제작 과정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 [사진 옴니허브]

 
보약은 허약해진 인체의 기(氣)·혈(血)·음(陰)·양(陽)을 보충하고 상호 조절하여 몸의 생명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 보약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기(氣)를 보충해 주는 보기제(補氣劑), 혈을 보충해 주는 보혈제(補血劑), 부족한 음기를 보충해 주는 보음제(補陰劑), 부족한 양기를 북돋워 주는 보양제(補陽劑)가 있다.  인삼이 대표적인 보양제인데 비해 아교는 대표적인 보음제이다. 중국 최초의 약물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아교가 처음 기재되었기에 그 역사는 20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나귀 가죽은 아교의 원료로 쓰인다. [중앙포토]

당나귀 가죽은 아교의 원료로 쓰인다. [중앙포토]

본래 아교는 당나귀 가죽을 오랫동안 끓여 만든다. 16세기 중국 명나라 때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아교 원료는 대부분 소 가죽인데 후세에는 당나귀 가죽을 사용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다.   
 
대체 당나귀 가죽으로 어떻게 아교를 만드는 것일까? 2000여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아교 제조법은 전 과정이 장인의 손끝에서 정성스럽게 이뤄진다. 먼저 당나귀 가죽을 흐르는 물에 담갔다가 털을 깎아 버리고 아정수와 같은 좋은 물로 끓이면서 잡질을 제거한다. 오랜 시간 깨끗하게 농축된 진액을 건조시켜 토막토막 자른 후 그늘진 곳에서 말리면 약재 아교로 완성된다. 물론 위의 과정 중 각 단계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제작 후의 아교는 보통 장방형 혹은 정방형 모양으로 잘라 포장하게 되는데, 한 덩어리 당 중량이 약 62.5g, 31.25g 혹은 더 작을 수도 있다. 표면은 짙은 갈색 혹은 흑색으로 미끈하고 깨뜨리면 유리처럼 부서진다. 맛은 좀 달고 검은 색으로 윤기 나면서 투명하고 비린내가 없어야 하며, 더운 여름철을 거쳐도 물러지지 않아야 양품(良品)이다. 최근에는 당나귀가 부족해 당나귀 가죽 대용으로 소의 가죽이나 돼지의 가죽으로도 교(膠)를 만든다.    
 
중국인들은 소의 가죽으로 만든 아교는 황명교(黃明膠)라 하고 돼지의 가죽으로 만든 아교는 신아교(新阿膠)라 부른다. 당나귀·소·돼지 등 어떤 가죽이든 모두 순도 높은 섬유상단백질(콜라겐)로서 그 성분은 동일하다.    
 
아교는 그 제작 과정이 매우 길고 까다롭다. 껍질이 완전히 풀어지고, 풀어 헤쳐진 껍질이 물처럼 녹을 때까지 한없이 끓여야 한다. 청나라 때 황실에 공납하는 최상품 아교를 구천공교(九天貢膠)라 하는 것은 그러한 연유이다. 구천공교는 황실에서 엄선한 검은 당나귀 12마리를 동지(冬至)에 잡아서 그 가죽을 무려 8일 동안 삶고 9일째 네모로 잘라 음건(陰乾)했다는 뜻이다.  
 
아교는 보혈보액(補血補液)의 기능이 뛰어나다. 혈이 근(筋)을 자양하고, 액이 관절을 윤활시키면서 골수를 충실하게 하므로 강건한 근골(筋骨)을 만들고 관절을 이롭게 한다. 그러므로 골관절 질환을 없애고 상한 관절을 회복하는 효능이 있다. 『본초강목』에서 이시진은 아교가 “남녀 일체풍통, 골절동통을 제거한다”고 했다.  
 
아교가 신체 각 관절의 동통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칼슘 대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량의 칼슘이 함유된 아교를 복용하면 칼슘 결핍으로 인한 뼈 칼슘 손실을 개선하여 골질(骨質)의 생성과 여러 유형의 골절을 예방한다.  
 
현대 약리 실험에서도 아교는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고 조혈 기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실증된 바 있다. 출혈성빈혈 토끼로 실험한 결과, 아교는 출혈로 감소된 헤모글로빈, 적혈구와 백혈구 수치를 현저히 높이고 혈액 중 혈소판 수치 역시 높여 주었다. 아교는 양혈보혈 작용이 강하므로 빈혈치료에 적합하다.  
 
당대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당 현종의 애첩 양귀비. [중앙포토]

당대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당 현종의 애첩 양귀비. [중앙포토]

양귀비 같은 중국의 역대 미녀들은 아교를 늘 가까이했다고 한다. 진작부터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아교의 뛰어난 자양(滋養)효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교는 동물의 가죽을 오랫동안 고아서 만든 것이기에 인체 피부 구성조직과 동일하므로 거칠고 손상된 피부에 촉촉하고 풍부한 영양을 공급한다. 
 
아교가 중국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또 있다. 여성들은 생리나 출산의 과정에서 피를 많이 흘려 혈허(血虛)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성의 보약이라면 먼저 보혈작용을 하는 아교부터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후한(後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저술한 의서 『상한론(傷寒論)』에 황련아교탕(黃連阿膠湯)이란 처방이 있는데 아교·황련·황금·작약 및 계란노른자를 배합하였다. 중경은 이 처방으로 심신불안과 불면증을 치료했다. 처방 중 아교는 주로 음혈을 자양하여 보허(補虛)작용을 통해 심신의 화(火)가 망동하는 것을 가라앉혔다. 실제로 중국 사람들은 잠이 잘 안 올 때 아교를 뜨거운 물이나 술에 넣고 녹인 다음 계란노른자를 넣어 취침 전에 복용하기도 한다.  
 
현대 연구에 의하면 아교는 칼슘을 보충하고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며 불안초조를 가라앉히는 진정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 중추신경 기능을 강화하여 정서를 안정시키고 우울증, 긴장감, 번조(煩燥, 몸과 마음이 답답하고 열이 나서 손과 발을 가만히 두지 못함)를 제거하며 수면의 질을 높인다.  
 
아교가 인체 면역력을 뚜렷이 증강시킨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광서 22년(1896년), 청나라 관리 이홍장(李鴻章)이 외교문제로 영국으로 떠날 때 자희(慈禧)태후가 아교·인삼·숙지황·지모·패모로 된 처방을 상으로 하사했는데, 여행 중 그걸 복용하고 기침과 천식이 많이 호전되었다는 기록이 『선암유고(鮮庵遺稿)』 등에 남아 있다.  
 
아교를 섭취할 때는 그 흡수율이 관건이다. 정성껏 오래 달여 순수하게 추출된 섬유상단백질로서 그 성분이 아무리 좋더라도 뱃속에서 흡수가 되지 않으면 약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 비위가 허약하거나 장이 약한 사람은 인스턴트 식품, 자극적인 음식, 생냉과채(生冷果菜, 성질이 찬 과일과 생야채), 기름진 음식 등을 반드시 피하고 섭취해야 한다.  
 
아교를 분쇄하여 가루로 만든 후 한 번에 3g씩 뜨거운 우유에 넣어 충분히 녹인 다음 따뜻한 상태에서 마시면 향긋하고 달콤하다. 아교에 우유·초콜릿·코코아가루·감미료 등을 배합하는 것도 좋다.
 
 

정현석
약산약초교육원 고문
튼튼마디한의원 대표원장. 경희대 한의과 박사. 경남 거창 약산약초교육원에서 한의사들과 함께 직접 약초를 재배하며 연구하고 있다. 『신동의보감 육아법』『먹으면서 고치는 관절염』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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