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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위한 희생이라 생각한다면 당장 그만둬야”

사회적 기업도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사진 각 업체]

사회적 기업도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사진 각 업체]

사회적기업도 지속 가능성이 관건
지난 3일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이른 더위 속에 서울 이화동 언덕 계단을 올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였던 이화장 바로 옆에 위치한 ‘그림가게, 미나리하우스’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갤러리와 카페가 결합된 이곳의 모토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림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마침 휴일(부처님오신날)을 맞아 20대 대학생, 30대 남녀 등 젊은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고가의 갤러리 전시품과는 달리 대개 크게 부담 없는 20만~30만원대다.

청년 일자리, 도심 재생 등 큰 역할
부실한 수익구조가 고질적 문제

대기업도 다양한 지원활동 나서
SK, 93개 업체에 인센티브 지급

 
 
에이컴퍼니 “젊은 작가 생활고 개선”
1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왼쪽 둘째)는 2011년 회사를 창업해 신진 작가와 그림을 사려는 일반 대중을 이어 주고 있다. [사진 각 업체]

1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왼쪽 둘째)는 2011년 회사를 창업해 신진 작가와 그림을 사려는 일반 대중을 이어 주고 있다.[사진 각 업체]

이 카페를 운영하는 ‘에이컴퍼니’는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이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을 갤러리에서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을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정지연(39) 에이컴퍼니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2007년 한창 미술작품 투자 붐이 불었을 때 약 1년간 컨설팅업체에서 미술품 시장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그 역시 처음에는 미술품을 투자상품으로 봤다. 정 대표가 생각을 바꾼 계기는 젊은 작가들의 생활고를 접하면서다. 그는 “촉망받는 신진 작가의 작업실에 갔는데 문 앞에 독촉 고지서까지 붙어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거창한 사업 아이템보다는 예술가들이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척박한 현실을 개선해야겠다는 열망이 싹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11년 에이컴퍼니를 창업했다.
 
창업 이후 정 대표는 매년 9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한 젊은 작가 약 60명의 작품을 모아 아트페어를 열고 있다. 지난해 개최한 아트페어에서는 신진 작가의 미술품 120여 점을 총 8000만원에 판매했다. 2015년에는 SK로부터 1억5000만원의 투자를 받아 서울 이화동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해 ‘그림가게 미나리하우스’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현대카드·우리카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10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가격이 30만원으로 매겨진 미술품이라도 한 달에 3만원씩만 내면 된다”며 “세뱃돈을 가지고 와서 그림을 사 간 열 살짜리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에이컴퍼니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술시장 문턱을 낮추는 일을 하고 있다면 ‘두꺼비하우징’은 청년층 주거난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2010년 12월 설립된 두꺼비하우징은 도심 낙후 지역에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시세의 60~80% 수준에 임대하고 있다. 공동주택 브랜드 ‘공가(共家)’를 만들어 현재 10호점까지 지었다. 입주자들은 자신의 방을 제외하고 거실·욕실·주방을 함께 쓴다. 지난해 방영했던 JTBC 드라마 ‘청춘시대’처럼 대학생 4~5명이 한집에 같이 사는 구조로 미국·유럽 등지에서 대중화된 일종의 셰어하우스다.
 
2 올 1학기부터 대학생을 받은 두꺼비하우징의 ‘공가’ 9호점. [사진 각 업체]

2 올 1학기부터 대학생을 받은 두꺼비하우징의 ‘공가’ 9호점.[사진 각 업체]

올 초 서울 용답동에 문을 연 공가 9호점은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과 불과 2분 거리에 있다. 서울에 일정한 거처가 없는 지방 출신 대학생·취업준비생을 위한 전용 주택으로 지었다. 도시주택보증공사(HUG)로부터 1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허그하우스’로도 불린다. 이곳에 입주한 대학교 4학년생 엄혜용(25)씨는 “가격도 저렴한 데다 혼자 사는 원룸과 달리 지금은 사람 사는 집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2층 거실에 있는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다같이 영화도 보고, 주방에서 함께 요리도 한다.
 
3 오요리아시아에 취업한 이주여성들이 커피 로스팅 기술을 익히고 있다. 김경빈 기자, [사진 각 업체]

3 오요리아시아에 취업한 이주여성들이 커피 로스팅 기술을 익히고 있다. 김경빈 기자, [사진 각 업체]

스페인 요리를 먹으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서울 삼청동 근처 북촌에 있는 ‘떼레노’다. 베트남·태국 등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이지혜(42) 오요리아시아 대표가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결혼차 한국에 온 베트남인 보티녹넌은 “4년 만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땄다”며 “이젠 나만의 레스토랑을 성공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주여성뿐 아니라 소외된 청년 계층을 정식 인턴으로 채용해 최저임금 한도(월 130만원)를 지키며 외식업을 전수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이 도시바 인수보다 중요”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 문제, 도심 재생사업 등 여러 가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지만 부실한 수익구조는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1460곳의 총 영업적자는 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131억500만원) 대비 적자 규모가 1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을 낸 기업은 전체 가운데 24%(356개)에 그쳤다. 2009년 서울 서교동에 첫 점포를 냈던 오요리아시아도 홍대 상권의 임대료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2014년 11월 서울 북촌으로 식당을 옮겼다.
 
정지연 대표는 “자금 운용의 어려움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만 했다면 거짓말”이라며 “창업 이후 몇 년간은 적자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지혜 대표는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실험해 왔다”며 “사회적 기업을 단순히 남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사회 변혁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기술 혁신에 기반한 벤처 창업가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국에서도 자립적인 사회적 기업들이 잇따라 생겨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으로 사회적 기업에 금전적·재무적 도움을 주기도 한다. 복지시설에 기부금을 내는 일보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 더 생산적인 활동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SK는 2015년부터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환경 문제 해결,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에서 소규모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돈으로 보상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두꺼비하우징 등 93개 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20일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강연회에서 “사회적 기업을 키우는 일이 (20조원을 써 낸) 도시바 반도체 인수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재 100억원을 출연한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를 통해 에이컴퍼니 등에 자금을 지원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회적 책임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시작한 현대차그룹의 ‘기프트카 캠페인’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푸드트럭 등 창업용 차량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현재까지 총 216대의 차량을 사회 곳곳에 전달했다. 한화는 소비전력을 기존 대비 최대 30% 줄일 수 있는 태양광 전력시설을 사회 공헌에 활용하고 있다. 2011년부터 ‘해피선샤인’ 캠페인을 통해 지역 사회복지관, 지역 아동센터, 공부방 등 전국 20개 복지시설에 태양광에너지시설을 설치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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