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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재 키우려면 가르치지 말고 질문하게 하라”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낸 폴 김 스탠퍼드대 교수
교육공학자인 폴 김 부학장은 “부모들도 책 읽는 게 공부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학습에 활용하는 과제를 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교육공학자인 폴 김 부학장은 “부모들도 책 읽는 게 공부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학습에 활용하는 과제를 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우리는 어른들의 담론보다 아이가 묻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서 얻는 게 종종 더 많다.” 

암기 교육, 학생을 알렉사로 전락시켜
AI가 할 수 없는 질문하도록 해야

한국 학생 “삼성에 어떻게 취직하나”
미국선 “삼성보다 큰 회사 만들려면 …”

유일한 존재 아닌 ‘n+1’ 만들기
안전하게 물 흐르는 방향으로 가
교육 방향·과정은 개발도상국 수준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할 능력 상실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로크(1632~1704)의 말이다. 좋은 교육과 나쁜 교육의 차이는 질문에 있다는 얘기다. 교육공학자인 폴 김(46)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도 비슷한 말을 한다. 창의성의 핵심은 ‘좋은 질문’이라고.
 
교육공학자인 폴 김 부학장은 “부모들도 책 읽는 게 공부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학습에 활용하는 과제를 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교육공학자인 폴 김 부학장은 “부모들도 책 읽는 게 공부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학습에 활용하는 과제를 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그는 최근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를 출간했다. 문학평론가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와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광각렌즈(wide lens)와 같은 넓은 관점으로 우리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며 느낀 내용을 담았다. 폴 김 부학장이 개발한 SMILE(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 프로젝트는 2016년 유엔 미래교육혁신기술로 선정됐다.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란 제목에 담긴 뜻이 뭔가.
“저는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나왔다. 촌지가 있었고 선생님의 폭행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선생님에게 맞는 꿈을 꾼다. 미국에 가서 느낀 것은 자율적인 생각을 보장한다는 점이었다. 음악 수업을 듣는데 음악 감상 에세이를 쓰라고 했다. 처음에 왔을 때 영어가 잘 안 돼 잘 못 썼다. 교수님이 한글로 써 오라고 했다. 3장인가 한글로 써 냈더니 교수님이 ‘사전을 가지고 한 번 번역해 보라’고 했다. 영어로 무슨 뜻인지 설명했더니 A학점을 받았다. 언어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는 상관하지 않고 음악에 대한 감수성을 평가한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교수가 할 일은 중요한 맥락을 짚어 주고 학생의 한계와 잠재력을 잘 파악하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이다. 저는 항상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아이들이 생각하고 질문할 기회가 사라진다. 스탠퍼드대에서 강의할 때 보면 누가 학생인지 선생인지 구분이 안 간다. 학생들이 워낙 주도적으로 질문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도 그런 전환이 가능할까.
“갑자기 6학년부터 하라고 하면 힘들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하면 가능하다. 2, 3학년이 되면서 점점 더 질문을 잘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아이들은 특허가 될 만한 아이디어가 많다.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아이들은 왜 안 되는지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안 될 이유도 없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이들은 어릴수록 질문의 양이 상당히 많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 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고3이 되면 질문하지 않는다. 대학교에 가서는 더더욱 질문하지 않고 직장에 취직하면 거의 완전히 수동적이 된다. 아프리카에서 SMILE 프로젝트를 하다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단답형 질문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언제 독립했습니까’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같은 것들이다. 이런 질문을 하던 아이들이 SMILE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질문이 달라졌다. ‘우리 헌법에는 인권을 존중하는 조항들이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한다. 그래서 어떤 정부들은 제 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리더가 아니라 ‘n 플러스 1’으로 키우고 있다. 유일무이한 ‘더 원(the one)’이 아니라 수많은 n 중에 단지 하나를 더 추가하는 교육이다. 모두가 안전하게 물 흐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당장 급한 교육을 하는 데 익숙하다. 바로 앞의 불을 끌 생각에 산 전체가 불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속하지만 사실 교육 과정이나 방향은 개발도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 학생들은 수동적이고 질문도 잘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취직이 잘되는지’ ‘삼성 같은 데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주로 ‘나는 삼성보다 더 큰 회사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걸 묻는다.”
 
무엇이 학생 선발 기준이기에 그런 차이가 나는가.
“미래 세계 공동체의 리더가 될 잠재력·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미국 학생이든 외국 학생이든 ‘그레이터 굿(greater good·弘益)’을 베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자 한다. 한국 부모님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합니까’라고 반응한다. 학원에 보내서 될 일은 절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리더십 잠재력을 입증하는 이력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던 아이가 갑자기 ‘시의회 봉사단의 리더가 됐다’는 식으로 쓰면 안 된다. 스탠퍼드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보통 5~6장에 달하는 자기소개서를 낸다. 대학 측은 자기소개서와 증빙자료를 아주 자세히 살핀다.”
 
SMILE에 따라 질문 중심 교육으로 전환할 경우 질문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두 가지 부분이 있다. 모든 질문을 학생들이 서로 평가하게 돼 있다.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질문을 평가할 수 있고 양질의 질문인지 아닌지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도 교육의 일부분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서로 평가한 것들을 모니터링한다. 요즘에는 인공지능(AI)으로 질문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AI 시대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암기식 교육은 안 된다. 아마존이 개발한 알렉사에게 ‘비행익상 소용돌이(wake turbulence)가 뭔가’라고 물어보면 설명을 잘해 준다. 큰 제트 비행기가 날아갈 때 뒤에 난류가 생긴다. 그래서 조그마한 비행기가 따라가면 뒤집혀서 추락한다. ‘왜 비행익상 소용돌이가 위험합니까’라고 질문하면 대답을 잘 못한다. ‘언제 임진왜란이 일어났는가’라고 묻는 우리나라 암기식·단답형 교육은 우리 아이들을 아마존의 알렉사로 만드는 거다. AI가 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스마트폰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게 교육에 효과가 있을까.
“부모들은 자녀가 책을 펴고 읽는 모습을 좋아한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혹시 게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휴대전화로 학생들에게 ‘속도를 재 봐라’ ‘속도라는 것을 증명해 봐라’ 같은 과제를 내 줄 수 있다. 책으로 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앱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는 손에 갖고 있는 수퍼 컴퓨터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 읽는 게 공부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스탠퍼드대가 위치해 있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무엇에서 나오나.
“역시 질문에서 나온다. 질문하지 않는 아이는 배울 수 없고 질문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구글은 도리(DORY)라는 시스템을 통해 전 직원이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말단 직원이라도 도리를 통해 질문하면 전 직원이 질문을 평가할 수 있다. 서로 평가를 하다 보면 누구의 질문이 더 중요한 질문인지 최상위 질문이 떠오른다. 그 질문에 대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대답하게 돼 있다.”
 
공부 잘하는 걸로는 유대인이 꼽힌다. 학계에선 그 이유를 뭐라고 보나.
“역사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거쳤기 때문에 아무래도 생존본능이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 대한민국도 남북한 대치 상황이다 보니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큰 위기의식을 항상 갖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교육에 더더욱 신경 쓰고 국제적인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생존본능이 있다고 본다. 과거 유대인은 땅이나 빌딩을 소유할 수 없었다. 돈밖에 가질 수 없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 보니 금융업에 대한 감각이 발달했다.”
 
미국은 다양성의 사회다. 미국은 다양성 때문이 아니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발전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출신이어야 서울대 교수가 되고 서울대 출신이어야 부학장·학장이 된다. 이런 문화는 아이디어의 지속적 발전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 스탠퍼드대에서는 총장·학장을 뽑을 때 외부에서 영입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와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한국 사회는 학연을 너무 강조한다. 배타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그 안에서 엘리트 문화를 만들다 보니까 글로벌 대학이라는 말은 상당히 많이 하지만 글로벌 대학에 맞는 문화가 형성조차 안 돼 있다.”
 
중앙SUNDAY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육자는 ‘깨진 거울’이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란 의미다. 하지만 깨진 거울도 빛을 반사한다. 교육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교육은 국가를 번영하게 하는 거름이다.”
 
 
김환영 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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