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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맹국 방위책임 내세워 분담금 인상 요구 가능성

한·미 사드 갈등, 방위비분담금 협상 어디로
주한미군에 배치한 사드 체계 비용 문제로 한·미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드 갈등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랜서 공정식, AP=뉴시스]

주한미군에 배치한 사드 체계 비용 문제로 한·미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드 갈등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랜서 공정식,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비용을 요구해 사드 논란이 재점화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만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돈 못 내겠으니 사드를 가지고 가라”고 했다. 사드 배치가 중국과의 마찰에 이어 비용 문제로 한·미 간 갈등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달 26일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비용을 둘러싼 갈등과 방위비분담금 영향을 전망해 본다.

한국 군사력 강화 땐 美 부담 줄어
1차적으로 국방비 증액 요구할듯

한국이 사드 비용 내게 하려면
SOFA 규정 바꿔야 해 부담 커
내년말 분담금 협상에 끼어 넣을 듯

총액 협상서 항목별 협상 전환 땐
사드 등 요구 별도로 계상 가능
일본보다 돈 적다는 점 활용할 수도


 
사건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10억 달러짜리 사드 체계 비용을 (미국이 이미 구매해 배치했지만) 한국이 지불해야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에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청와대와 국방부는 즉각 반응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는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용 유지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맥매스터 보좌관이) 기존 합의를 지키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사드 비용을 통보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국방부 모두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미 국무부에선 ‘이게 무슨 소리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버즈피드도 지난달 29일 복수의 미 국방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국방부는 사드 이전을 중단하거나 비용을 청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4월 30일자>
 
문제는 또다시 불거졌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다. 맥매스터는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기존의 협정(합의)이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맥매스터의 입에서 ‘재협상’ 얘기가 나온 것이다.
 
미국 모호한 발언 이어지며 진실 공방
이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맥매스터 보좌관의 언급은 한·미 간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현역 육군 중장인 맥매스터 보좌관이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곧바로 부정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전했다. 맥매스터가 인터뷰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대통령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드 체계에 대한 비용은 미국이 지불한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미국 측의 연이은 모호한 발언과 한국 측 해명이 오가면서 논란은 진실 공방으로 발전했다. 심지어 한·미 간 이면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섣부른 추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사드 비용을 꺼내 든 것은 동맹국의 방위 책임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도 동맹국들의 안보 부담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기간 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정당한 몫의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폭스뉴스 인터뷰를 보면 더 명확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드와 관련된 문제, 향후 우리 국방과 관련된 문제는 우리의 모든 동맹국과 할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맥매스터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주문한 것은 모든 동맹(관계)을 둘러보고 적절한 방위비 분담과 책임 분담을 하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을 합쳐 보면 동맹국들이 방위비분담금을 더 내든지, 아니면 국방비를 올려 미국의 안보 부담을 줄여 달라는 것이다.
 
1조원 투입 땐 북 장사정포 1시간 내 제거
따라서 미국의 1차적 요구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의 군사 대비 능력이 강화되면 그만큼 전·평시 미국의 안보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특수부대 등의 위협이 날로 가중되고 있지만 한국의 대비는 부족하다.  1000발이 넘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움직임을 탐지할 한국군의 정찰 능력은 거의 전무하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휘통제체계도 미비하고 탄도미사일도 모자란다. 유사시 수도권을 압박하는 300여 문의 북한군 장사정포의 대비책도 여전히 부실하다. 1조원 이상 집중 투입하면 북한 장사정포를 한 시간 이내에 제거할 수 있지만 국방부는 예산 부족으로 미루고 있다.
 
북한의 특수부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쟁 초기에 사용될 공군용 미사일과 야포탄도 부족해 미국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국방부가 북한의 핵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킬체인(Kill Chain·북한 탄도미사일 제거작전)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 구축도 2020년대 중반이나 돼야 가능하다. 이런 대비책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매년 4% 내외의 국방비 증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2차적 요구는 방위비분담금 인상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사실 주한미군에 배치한 사드 비용을 따로 계상하는 것은 방위비분담금의 비용구조상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한국이 사드 체계를 직접 구매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미국이 판매한다는 보장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까지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해 온 미 국방부나 국무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미 간 비용 부담은 지난해 3월 합의한 한·미 약정(TOR)에서 정하고 있다. 2급 군사비밀로 된 이 약정은 2026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돼 있다. 공개하려면 한·미가 동의해야 한다.
 
이 합의는 기본적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SOFA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한·미가 1953년 서명한 상호방위조약 4조는 “미 합중국은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이 허여(허용)하고…”로 규정하고 있다. 또 SOFA 협정 5조는 “미국 측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하고(제1항), 한국 측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한다(제2항)”로 돼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한반도 방위를 위해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할 수 있다. 그러나 SOFA 협정에 따라 사드 포대의 구매비(10억 달러)와 운용비는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사드 성주기지의 부지만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은 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 미국 또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게 하려면 SOFA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SOFA 협정은 미군이 주둔하는 모든 나라와 체결하고 있어 개정 시 형평성 문제로 부담이 크다. 한·미가 95년 시작한 SOFA 개정 협상은 5년을 끌어 2001년에야 합의될 정도로 과정이 힘들었다.
 
따라서 미국은 내년 말 시작할 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2019∼2023년간 적용)에 사드 비용을 끼워 넣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총액 기준으로 계상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은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총액 기준이란 협상 첫해의 분담금을 기준으로 5년간 매년 인상하는 방식이다. 총액을 먼저 정한 뒤 각 한국인 노무자 인건비, 연합방위에 필요한 건설비용, 탄약 저장·관리·수송과 정비에 사용되는 군수지원비 등 3가지 항목으로 분배하는 비용구조다. 분담금은 2014년 기준(9200억원)으로 인건비 37%, 건설비 45%, 군수지원비 18%로 구성됐다. 현재 분담금은 9차 협상 결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분담금은 9441억원이다. 9차 마지막 연도인 내년 분담금은 9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분담금 인상이 2년 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되 최대 4% 이내로 정하고 있다.
 
항목별 협상, 한·미 동맹 갈등 요인 될 수도
미국은 총액 기준의 한계점을 인식해 10차 분담금 협상에서 다양한 요구를 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이 사드 비용 문제를 언급한 만큼 분담금 산정 기준을 총액 협상방식에서 항목별 협상방식으로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항목별 협상방식을 적용하면 사드 등에 관한 요구를 별도로 계상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이 일본에 비해 적다는 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군 1인당 분담금 지원액은 한국이 3200만원이지만 일본은 1억1100만원이다. 또 국민총생산액으로 비교해도 경제 규모에 비해 일본이 한국보다 부담이 크다. 그렇더라도 사드 비용인 10억 달러 수준의 인상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인상해 준 사례가 96년 10%다. 한국이 지난 10년간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무기 등 군사장비가 36조원이라는 점도 한국엔 유리하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항목별 협상방식은 모든 항목을 협상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동맹의 갈등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가 북핵 대응에 공조체제를 취해야 하는 마당에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다음 행보와 새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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