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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틀 앞으로 …“잘못된 대통령 뽑는 건 국민 책임”

‘투표하면 세상 바뀐다’ 총선 학습 효과, 광장 열기가 사전투표율 26.1%로 이어져
19대 대선을 사흘 앞둔 6일 후보들이 마지막 주말 유세를 펼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장진영 기자, [뉴시스]

19대 대선을 사흘 앞둔 6일 후보들이 마지막 주말 유세를 펼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장진영 기자, [뉴시스]

전북 익산시 영등동에 사는 주부 이봉애(61)씨는 지난 5일 오후 5시쯤 인근 주민센터를 찾았다. 19대 대선을 맞아 일찍이 지지 후보를 정하고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5분 정도 기다렸다 투표했는데 나오는 길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며 “사전투표 열기가 예상외로 무척 높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4명 중 1명은 이미 투표
지역·이념 구도 흔들리고
군소 후보에게도 관심 쏠려

투표율, 유불리로 해석 말고
그 자체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사전투표 현황에 따르면 지난 4~5일 이틀간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26.06%)이 이미 투표를 마쳤다. 지역별로는 호남과 세종이 30% 이상으로 평균 투표율을 크게 웃돌았다. 연령별 사전투표율은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젊은 세대의 참여가 많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전투표소 곳곳에서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투표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학생 정지현(24·서울 갈현동)씨는 “잘못된 국가 운영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내가 최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투표라고 봤다. 이번엔 침묵할 때와 행동할 때를 아는 지혜로운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전 출근길에 사전투표를 마친 회사원 최지연(30)씨는 “솔직히 누가 꼭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이 사람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며 “이번 대통령은 옳은 소신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 같은 사전투표 열기에 대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시민들도 스스로 행동하고 정치에 참여하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익히게 된 것”이라며 “지난해 총선 때 여소야대의 4당 체제를 만들었듯이 투표를 함으로써 뭔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높은 사전투표율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란 특징 외에도 예전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관전 포인트들을 쏟아냈다. 유력 보수주자의 부재로 상징되는 보수의 위기, 지역이나 이념을 넘어선 대결구도, 군소 후보들의 완주가 갖는 의미 등이다. 류재성 계명대 교수는 “지지율 1위 후보가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결과적으로 지역구도가 얼마나 깨질지도 관전 포인트”라며 “나머지 후보들도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해 대선 이후 새로운 협치구조가 만들어지고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전 선거보다 ‘사표 방지 심리’가 덜할 거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앙SUNDAY가 선거 당일까지 어느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지 고민하는 ‘투표 고심층’ 33명을 심층 인터뷰했을 때도 단지 당선 가능성만 따지기보다는 공약이나 정책을 보고 소신껏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군소 후보들은 막판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 속성인데 이번 대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오히려 더 주목받고 있다”며 “유권자 의식이 높아진 만큼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 자율적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기류가 강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학생 김은솔(24·서울 혜화동)씨는 “연휴에 경기도 수원의 부모님댁에 갔는데 오랜만에 만나 얘기해 보니 가족들 모두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며 “저는 안보와 경제정책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후보를 찍었지만 엄마·아빠의 선택도 존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표의 소중함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이번 대선에 쓰이는 예산은 3110억원으로 강원도 태백시의 한 해 살림살이와 비슷하다. 이를 총유권자 수(4247만9710명)로 나누면 한 표의 비용은 7300원가량이다. 하지만 투표율이 70%라고 가정할 경우 나머지 30%의 유권자가 930여억원의 가치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이번 대선에선 높은 사전투표율 덕에 전체 투표율이 80%가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투표 참여가 늘수록 그만큼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면 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안고 투표한다. 하지만 이는 언제든 실망과 분노로 바뀔 수 있다. 높은 투표율을 정치적 유불리로만 해석할 게 아니라 그 자체로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대구가 고향인 송모(51·한의사)씨는 “대통령 1명 잘 뽑는다고 나라가 확 바뀔 거란 기대는 안 한다”며 “다만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인치(人治)하지 말고 기존 시스템을 잘 활용해 제발 국민이 편안한 나라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사전투표를 마친 홍준의(49·회사원)씨는 “우리 아들딸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기원하면서 개혁적인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이번 대선은 ‘장미 대선’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하는 대선’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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