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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페트는 왜 그냥 스머페트일까

왜 스머프 마을엔 스머페트 외에 여성 캐릭터가 없을까. [사진 영화 '스머프: 비밀의 숲']

왜 스머프 마을엔 스머페트 외에 여성 캐릭터가 없을까. [사진 영화 '스머프: 비밀의 숲']

어릴 적 즐겨 봤던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 스머페트가 악당 가가멜의 창조물이란 사실을 아시는지. 지난 주 국내 개봉한 극장판 3D 애니메이션 ‘스머프: 비밀의 숲’을 보다가 이 내용에 깜짝 놀랐다. 스머페트는 진짜 스머프가 아니고, 가가멜이 스머프들을 교란시키시 위해 흙과 마법으로 빚어낸 인형이었단다. 남자 스머프만 사는 세상을 혼란시키려 여자 스머프를 만들어 투입한다는 ‘고전적’ 설정. 작품 탄생 시기를 찾아봤다. 벨기에 만화가 피에르 컬리포드(필명 페요)가 처음 만화 잡지에 스머프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한 건 1958년. 거의 60년 전이다.
 

‘스머프: 비밀의 숲’은 페미니즘 영화?

스머프 시리즈는 1981년 미국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전세계로 퍼져나간 이래 ‘반여성적 만화’란 오명을 줄곧 뒤집어 써왔다. 여성학자 카사 폴리트는 91년 뉴욕타임스에 쓴 글에서 “세계 인구 절반이 여자임에도 미디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집단에서 여성은 1명뿐이다. 남성 주인공이 집단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데 반해 여성 주인공은 남성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말하며 이를 ‘스머페트의 법칙(The Smurfette Principle)’이라 명명했다. 2000년대 들어 스머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2편이나 만들어졌지만, 개봉 때마다 스머페트의 역할과 관련해 여성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야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2017년. ‘스머프: 비밀의 숲’은 스머프 시리즈가 시대에 맞는 콘텐트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한 특별 프로젝트라 불릴 만 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대놓고 스머페트의 정체성 문제를 파고든다. 다른 스머프들은 똘똘이니 덩치니 주책이니 다들 캐릭터나 재능에 기반한 이름을 갖고 있는데 나는 왜 그냥 스머페트지? 이 스머프 마을에서 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거지? 이런 고민에 휩싸인 스머페트가 어느 날 파파스머프가 절대 가지 말라 당부했던 비밀의 숲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스머프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어떤 존재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극장에는 꼬마 관객들의 웃음 소리가 여러 번 울려퍼졌다. 새로운 스머프 집단을 정복하려는 가가멜과 이들을 가가멜로부터 구하려는 스머페트·똘똘이·덩치·주책이 4총사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3D로 만들어진 귀여운 스머프 마을의 풍경, 비밀의 숲 속 기기묘묘한 식물들, 스머프들을 태우고 숲 속을 달리는 초록색 야광 토끼 등 화면도 화려하다. 하지만 역시 탁월한 건 스토리다. 비밀의 숲에 있던 새로운 스머프 마을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우와 감탄사를 내뱉었다(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이 있다. 장난감 가게 매대 앞에 선 여자 꼬마아이가 “이건 공평하지 않아. 장난감 회사들이 여자 아이들에겐 공주만 사게 하고, 남자 아이들에겐 슈퍼히어로를 사게 만들고 있잖아. 왜 여자 아이들은 핑크색 장난감만 좋아하는 것처럼 해 놓은거야?”라고 격정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다. 아이가 진짜 이런 생각을 갖고 한 말인지, 어른들의 의도된 연출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아주 어릴 적부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알게 모르게 주입당하고 있으며, 그것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아이의 주장에 반박할 여지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엔 아이와 함께 ‘스머프: 비밀의 숲’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머페트는 이름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에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소녀들에게 던지는 응원으로 들린다. 찰흙으로 만들어졌다는 자신만의 ‘다름’을 이용해 스머프 마을을 위기에서 구해낸 스머페트에게 파파스머프는 말한다. “스머페트, 너는 우리의 빛이야.” ‘꽃’이 아니라 ‘빛’이어서, 참 좋았다.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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