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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합정부와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엊그제 밝힌 통합정부 구상을 주목한다. 특히 다른 당 인물도 가리지 않고 정부에 참여시켜 합리적 진보에서 개혁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드림팀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연정과 협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여소야대 정국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과반에도 못 미치는 120석만으로는 법안 통과를 위해 180석 이상을 요구하는 국회선진화법의 벽을 도저히 넘을 수 없다.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보수 대통합’을 외치는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다.
 
사실 연정과 협치에는 그동안 민주당이 가장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었다. 보수 대통령 파면으로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굳이 추후 족쇄로 작용할 수 있는 연정이나 협치를 내세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대통합’ ‘대탕평’을 말하면서도 연정 또는 협치의 언급은 자제하다 2일부터 ‘당적 불문 기용’ 방침을 추가한 것이다.
 
민주당의 ‘통합정부’ 구상에 대해 일부에서 중도나 부동층 표를 흡수하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캠프 내 인사들만으로도 경쟁이 치열한데 이념이 다른 외부인들에까지 자리를 주면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외부 참여의 폭은 몇 자리 구색 갖추기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아니 바꿔야 한다. 노무현·이명박 정권이 여소야대로 출발했으면서도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지 않았나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과반이 넘었다 해도 국회선진화법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한 152석이었으면서도 야당과 대립만 하다 몰락을 자초했다.
 
물론 새 정부는 양당 구도가 아닌 다당 구도로 출발함으로써 과거처럼 극렬한 대치는 덜할 수 있으며, 다른 당과의 연합으로 제1야당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다. 하지만 선거전략으로 통합이나 협치를 내세우다 집권하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사람들만 기용한다면 다른 당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 경우 집권기간 내내 격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공전만 거듭하게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새 정부는 준비 기간 없이 당선 직후 바로 국정을 맡아야 하는 만큼 초반 동력을 상실하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의 국정은 통합내각 인사로 첫걸음을 떼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고 전진할 수 있는 길이다. 비록 다소의 지지층 이반이 있을 수 있어도 새롭고 더 큰 지지층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피안(彼岸)에 이르면 타고 온 배를 버리라’는 불가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배에 남아서는 피안에 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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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