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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프랑스 대선의 터닝포인트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카나르 앙셰네는 파리에서 발행되는 주간지다. 우리말로 쇠사슬에 매인 오리라는 뜻이다. 신문에는 ‘수요일에 나타나는 풍자 신문’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프랑스에서 오리(카나르)는 언론을 칭하는 속칭으로도 쓰인다. 냉소적인 사회비평을 많이 내놓는 오리인 셈이다. 39세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마린 르펜이 격돌하는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같은 선거 구도가 만들어진 배경 중 하나가 이 짓궂은 오리다.
 
중도 좌·우파인 사회당과 공화당의 양당 정치는 높은 실업률과 안보 불안 등을 해결하지 못해 진작 도마에 올랐다. 그렇지만 제1야당인 공화당이 예상을 깨고 지난해 11월 경선에서 프랑수아 피용을 후보로 뽑았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피용은 알랭 쥐페 전 총리와 사르코지 전 대통령 등 쟁쟁한 상대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좌파는 실패를, 극우파는 파산을 의미한다”며 사회당의 무능과 르펜의 무모함을 누르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장담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르펜을 곧바로 위협하며 양자대결 시 큰 격차로 이길 것으로 조사됐던 피용은 오리에게 덜미를 잡혔다. 카나르 앙셰네가 그의 부인과 자녀 등이 별로 일도 하지 않으면서 보좌관 등으로 등록해 거액의 세비를 받아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피용은 “정치적 암살”이라며 반발했지만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흐려졌다. 프랑스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 위법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잡지의 편집인은 “피용이 유력 대선후보가 됐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게 관심을 기울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부패라는 보수의 민낯을 드러낸 오리의 보도는 이번 대선에서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피용의 지지율이 곤두박질하면서 극우를 막아야 하는 이들은 마크롱을 밀어올렸다. 그 결과 1차 투표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양대 정당 후보가 모두 단두대에 올랐다. 좌우의 이념적 대립과 경쟁만으로는 복잡한 경제사회 문제를 풀 수 없음을 확인한 프랑스 정치는 환골탈태가 불가피해졌다. 동시에 피용을 지지했던 이들의 37%가 결선에서 르펜을 찍을 것이란 조사가 나오는 등 중도우파의 극우 쏠림은 심해졌다. 좌우합작 공화주의가 극우를 견제하던 과거의 양상도 약해지면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프랑스 대선 이틀 후 치러지는 한국의 ‘장미대선’은 프랑스와 닮아 있다. 조기 대선은 오리들의 역할이 국민과 결합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결과물이다. 북핵 문제와 미·일·중과의 외교, 청년 실업난 등 정부 앞에 난제가 산더미인 점도 비슷하다. 오히려 기존 정치권의 무능과 안일을 확인했지만 이념과 지역 대립이 여전한 한국의 짐이 더 큰 상황이다. 마크롱과 르펜 중 누가 이기든 프랑스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인수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업무를 시작할 한국의 새 정부가 역사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길 고대한다.
 
김성탁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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