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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환경오염에 희생되는 국내 어린이…연간 10만 명당 13.1명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지난달 22일 서울 남산 타워에서 본 서울이 뿌옇다.[중앙포토]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지난달 22일서울 남산 타워에서 본 서울이 뿌옇다.[중앙포토]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탓에 초등학교들에선 야외 운동회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게다가 중국발 황사도 심심찮게 찾아온다. 이러한 환경오염은 어른보다는 아이들 건강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도 한국 어린이가 처한 환경 실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임을 지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세계를 물려주고 있는가?: 어린이 보건과 환경’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환경오염 탓에 사망하는 5세 이하의 어린이는 10만 명당 13.1명으로 세계 31위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폐렴, 수인성 전염병 등 WHO 기준으로 분류된 유아 사망자 숫자가 미국(17.16명)보다는 적었지만 1위 아이슬란드(2.71명)나 노르웨이(5.12명), 스웨덴(5.93명)보다는 훨씬 많다. 
 
 국내의 어린이 인구(생후 59개월 이하)를 223만여 명이라고 보면 연간 290여명이 대기오염이나 수인성 전염병 등으로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분석대상 192개국 중에서 일본은 우리보다 조금 나은 12.25명이었다. 반면 중국은 우리보다 89.72명이나 됐다.
 
어린이 사망의 29%가 환경오염 탓
 
 또 WH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5세 이하의 어린이 중 매년 59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9%에 해당하는 170만 명이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화학물질 노출 등 환경오염 탓으로 사망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실내·외 공기 오염이나 간접흡연으로 인해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연간 57만 명에 이르고 있다. 또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설사로 사망하는 어린이가 36만1000명이나 된다.  
 
여기에다 생후 1개월 사이에 위생 상태가 불량해 사망하는 어린이가 27만 명이다. 20만 명의 어린이는 말라리아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모기가 자랄 수 있는 웅덩이를 없애거나 저수조 뚜껑만 제대로 덮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목숨을 잃고 있다.  
 
또 다른 20만 명은 유독물질에 노출되거나 추락, 익사 등과 같이 부적절한 환경 탓에 희생되고 있다.  
 
보고서는 "어린이를 환경오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취사·난방연료를 청정에너지로 바꾸고,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도시의 녹지공간을 늘리고 보행도로와 자전거 도로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어린이를 위협하는 미세먼지 오염 
우리나라도 환경오염 측면에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앞서 지난해 5월 WHO는 전 세계 103개국 3000여 개 도시의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OECD 회원국의 수도만 놓고 비교한 결과, 서울은 ㎥당 2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30위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수도 중에서 서울보다 오염이 심한 곳은 터키 앙카라와 칠레 산티아고, 폴란드 바르샤바, 헝가리 부다페스트뿐이었다. 가장 깨끗한 뉴질랜드의 웰링턴은 6㎍/㎥로 서울의 25%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PM10) 농도가 2002년 41㎍/㎥까지 개선됐으나 지난해에는 48㎍/㎥로 다시 악화했다.
 
 지난해 김은정 씨가 쓴 이화여대 의대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임신부터 24개월 동안 지속해서 50㎍/㎥를 넘는 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생후 60개월 수준에서 어린이의 체중이 1.1㎏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출생 당시 체중이 3.3㎏ 미만인 아이는 생후에 높은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도 그렇지 않은 사례에 비해 체중이 더 적게 나갔다.
이는 미세먼지 노출이 초기 어린이 성장 발달을 지연시킬 수 있고, 출생 체중이 더 낮은 경우 노출에 의한 건강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화여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하은희 교수는 “유아의 경우 신진대사가 빨라 호흡량이 많고,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코에서 걸러지지 않은 미세먼지 노출 위험이 높고 취약해 성인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맹독성 물질인 석면.  

맹독성 물질인 석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어린이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S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는 이 시설에 칠해진 페인트에서 중금속인 납이 24만6400 ppm(㎎/㎏)이나 검출됐다. '환경보건법'에서 정한 환경안전관리기준인 600 ppm의 410배나 됐다. 
 
이처럼 지난해 환경부가 전국 어린이 활동공간 1만8217곳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13.3%인 2431곳이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위반했다. 일부 어린이 활동공간에서 사용한 페인트나 벽지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금속인 납은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ADHD)와 관련이 있고, 뇌신경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45개 업체 47개 제품을 적발해 수거·교환 등 리콜 조치 했다. 리콜 명령 대상 제품에는 납과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한 신발, 수소이온농도(pH)가 기준치를 넘은 배개·이불세트 등 유아용 섬유제품도 포함됐다.  
 
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한 아동용 섬유제품과 크롬이 기준치를 넘은 어린이용 가죽제품,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한 학습완구 등도 있었다.  
 
지난달에도 기술표준원은 안전기준에 못미치는 아동용 섬유제품 등 78개 업체 83개 제품에 대해 수거·교환 등 결함보상(리콜) 조치했다. 하은희 교수는 “유아는 입으로 물고 빠는 등 어른과 다른 행동 특성을 갖고 있고, 바닥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바닥에 깔린 오염물질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국내 신생아의 10%는 선천성 이상아
 
환경오염은 선천성 이상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내에서 태어난 선천성 이상아는 모두 4만4896명으로 전체 신생아의 10.3%를 차지했다. 2009년 5.1%였던 선천성 이상아 발생률이 5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선천성 이상아는 기형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기도 포함한다. 복지부 자료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의 만 1세 미만 환자의 Q코드(선천성 이상아)에 해당하는 진료 인원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산모의 고령화, 환경오염이나 잘못된 생활습관 등을 선천성 이상아 발생률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대 홍윤철 교수는 “선천성 기형이 매년 늘고 있지만 실질적 증가인지, 의료 이용과 진단이 늘어났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출산연령이 높아지는 것도 선천성 기형 발생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홍 교수는 “선천성 기형 유병률은 가구 소득이나 가구 구성, 실업률 증가와도 관련 있다”며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면 건강에 해로운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매년 170만명의 어린이가 환경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중앙포토]

전 세계에서 매년 170만명의 어린이가 환경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중앙포토]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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