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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보안관’ 조진웅, 반전 매력 품은 또 다른 얼굴

조진웅과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다. 분명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눈앞에 영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는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밋밋한 화법을 쓰지 않는다. 간단한 질문에도 그때 있었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해서 표현한다. 성대모사는 물론, 온몸으로 연기를 하는 통에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번에 조진웅이 가장 열성적으로 이야기 한 건 ‘현장’이었다. 얼마나 신나고 설레는 현장이었는지, 그의 말만 들었을 뿐인데도 즐거운 기운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사진=전소윤(STUDIO 706)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장진 감독) 이후 오랜만에 코미디 장르에 출연했다. 
 
“전작인 ‘해빙’(3월 1일 개봉, 이수연 감독)도 그렇고, ‘아가씨’(2016, 박찬욱 감독)와 ‘암살’(2015, 최동훈 감독) 모두 어두운 역할이었다. 그래서 밝고 유쾌한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 또한 ‘보안관’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서부극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외부에서 적이 나타난다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고, 수사극을 코믹하면서도 색다르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끌렸다.”
 
종진은 어떤 사람인가. 
 
“종진은 마약 지게꾼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된 인물이다. 고향인 기장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하지만 그곳의 터줏대감인 대호에게 밑도 끝도 없는 의심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건 대호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못하는데도 종진은 전혀 굴하지 않고, 계속 대호의 주변을 맴돈다는 점이다. 처음엔 마냥 사람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속내를 전혀 알 수 없을 거다. 워낙 흥미로운 인물이라서 종진의 이야기로 스핀오프를 만들어도 좋을 거 같았다.”
 
종진의 전사(前事)가 나오지 않다보니, 배우 스스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 
 
“종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살아온 과정이 정상적일 순 없겠더라. ‘어떻게 살면 이런 사람이 될까’를 고민하다가 트라우마를 생각했다. 그리고 트라우마로 응집된 에너지를 정의 사회가 아닌 음지에서 사용하는 인물로 설정했다. 종진은 굉장히 다양한 면모를 가진 인간이다. 그는 어둠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나쁜 놈이지만 굉장히 스마트하고,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린다. 서글서글하고 능글맞게 행동할 줄도 안다. 학위를 받지 못했을 뿐이지, 좋은 쪽으로 잘 풀렸으면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히려 종진에 대해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종진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모를 인물이다. 극 안에서 세 번 정도 변모하기도 하고. 연기 톤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사실 배우는 숲을 볼 수 없다. 일단 나무가 되고, 잔가지가 되어야 한다. 극 안에서 교감하고, 앙상블을 맞추다 보면 어느 한 지점을 지키면서 연기하는 게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김형주 감독이 중심을 꽉 잡아줬다. ‘지금 이렇게 연기하면 되는 거죠?’ 내가 물으면, 김 감독이 ‘이 장면 뒤의 상황이니까 이렇게 연기해 달라’고 정확히 이야기해주는 식이었다. 나는 오로지 등대만 보고 항해를 해나갔다.”
 
고향이 부산이라서 사투리 연기는 편했겠다.
 
 “평상시에 사투리를 쓴다. 태어났을 때부터 쓰던 말이니까 연기하기가 편했다. ‘명량’(2014, 김한민 감독)이나 ‘아가씨’ 처럼 외국어로 연기해 본 경험이 있어서 한글로 대사하는 건 뭐든지 다 편하다.”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한다. 촬영 현장까지 오고 가는 게 힘들지 않았나.
 
 “바다가 있고, 동료들도 있고, 고향이다 보니, 늘 기대와 흥분을 가득 안고 촬영장에 갔다. 반대로 서울로 올라올 땐 굉장히 섭섭하더라. 늘 매니저한테 ‘부산에 쭉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마도 이성민 선배가 부산에 늘 상주해 있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일하러 가는 느낌은 아니었겠다.
 
 “마치 장가간 동생이 큰형 집에 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웃음). 부산에 가면 이성민 선배가 ‘진웅이 왔어. 이거 먹고 해’ 하면서 많이 챙겨주셨다. 그리고 나 빼고 배우들끼리 모여서 놀았던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 다시 서울로 간다고 인사를 하면 늘 ‘조심히 가고, 고생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게 참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현장에 시커먼 남자들뿐이었지만 연령층도 다양하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여서 늘 야유회 온 것처럼 즐거웠다.”
 
야외 촬영이 많아서 더 야유회 같았겠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축구 대결 장면을 찍는 날이었다. 아침에 다 같이 모였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더라. 폭염주의보 문자였다. ‘도대체 이런 날 야외 축구 신을 찍느냐고’ 얼마나 구시렁거렸는지 모른다(웃음). 억울한 마음에 우리처럼 이 시간에 야외 촬영하는 팀이 있는지 알아봤더니 거의 다 쉬더라. ‘그럼 그렇지, 이런 날 활동하는 게 아니야’ 하면서 우리끼리 또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곧바로 ‘그래도 해볼까?’ 하는 마음들이 하나로 모였다. 그날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고맙게도 촬영 내내 제작팀에서 시간을 잘 분배해줘서 편안하게 촬영했다. 아침엔 조금 견딜 만하니까 많이 찍고, 한창 더울 땐 점심시간을 길게 잡아서 충분히 쉬도록 해줬다. 누구하나 다친 사람 하나 없이 끝났다는 게 참 다행이다.”
 
좋은 동료도 있고, 바다도 있고, 술도 있고, 부러운 근무 환경이다.
 
 “즐거운 현장은 꼭 빨리 끝나더라(웃음). 술 먹다 보니 3개월이 후딱 지나갔다.”
사진=전소윤(STUDIO 706)

사진=전소윤(STUDIO 706)

 
다작을 하는 배우다. 촬영 시기가 겹치면 캐릭터에 집중하기 힘들지 않나.
 
 “하나만 기억하면 쉽다. 국어 시간에 국어 공부하고, 수학 시간엔 수학 공부만 하면 된다. 국어 시간에 수학 공부하면 둘 다 망가진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연기할 땐 그 작품의 연기만 하면 된다. ‘보안관’ 현장에 ‘해빙’의 아쉬움을 가져오면 다 망치는 거다. 물론 이게 쉽지 않다. 그래서 열심히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어떠한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했나.
 
 “다작을 하는 건 팔자인 거 같다. 대학 다닐 때부터 그랬으니까. 나는 1학년 때부터 극장에 섰다. 키가 크고, 서울말을 할 줄 아니까 무조건 데려다 쓰는 거지. 항상 대본을 서너 개씩 꽂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다가 두 작품을 한꺼번에 망친 적이 있다. 집중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나도 모르게 ‘다른 작품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 거다. 그때 이런 식으로 작업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오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충실하자. 이것도 하다 보니 습관이 됐다.”
 
이제 누구나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내가 작업하는 방식은 똑같다. 조·단역이라고 대충하진 않았거든.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보다 도와주는 분들이 늘었다는 정도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작가님에게 연락해서 물어볼 수 있고, 감독님과 따로 미팅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물론 무게감도 달라졌다. 관객들에게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영역이 추가 된 거다. 많이 무겁다(웃음). 그만큼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연기해야지.”
 
행복해 보인다.
 
 “행복하다. 직접 감독님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사실 이런 생각도 한다. ‘네가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아프고 힘든 분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하는데 당연히 나부터 행복해야지.”
 
윤종빈 감독과 ‘공작’을 찍고 있다고.
 
 “윤종빈 감독과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와 ‘군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대북공작전을 기획하는 총책을 맡았다. 사실 윤종빈 감독과 작업에선 나에게 선택권이 별로 없다. 김형주 감독이 ‘군도’ 조감독 출신이고, ‘보안관’은 윤종빈 감독의 제작사인 영화사 월광의 작품이지 않나. 술자리에서 윤종빈 감독이 ‘형님 ‘보안관’ 하시고, ‘공작’으로 넘어오시면 됩니다’라고 하더라. 하라면 해야지(웃음). 내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사람이다. 그들에게 무한한 신뢰가 있다면 그 어떤 이유도 필요치 않다.”
 
차기작은.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청년 시절 이야기를 다룬 ‘대장 김창수’(이원태 감독)다. 김구 선생을 연기해야 한다고 해서 ‘절대 못 한다’고 3년을 고사했는데, 결국 촬영을 모두 마쳤다. 김구 선생의 키가 190cm 가까이 됐다고 하던데, 등치만 보면 싱크로율 180%다. ‘공작’ 이후엔 이해영 감독의 ‘독전’을 촬영한다. 올해도 바쁘게 지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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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