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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린이날인데 … 엄마·아빠가 두려운 아이 3만 명

다섯 살 다희(가명·여)와 한 살배기 성휘(가명·남)는 5일 어린이날을 아동보호쉼터에서 맞는다. 지난 1월 이들의 오빠이자 형인 열세 살 성호(가명)가 새엄마에게 발로 걷어차여 숨을 거둔 뒤 이곳에 왔다. 새엄마는 감옥으로 갔고, 친아빠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쉼터로 옮긴 1월부터 어린이날 전날인 4일까지 아빠는 한 번도 이곳을 찾아오지 않았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소영(가명·여)이는 아동보호쉼터에서 최근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1월 누군가의 신고로 아빠가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호 차원에서 쉼터에서 지내다 엄마가 있는 집으로 온 것이다. 소영이가 집에서 엄마와 잘 지내는지 쉼터 상담원들이 찾아와 점검한다.
 
다희·성휘·소영이처럼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한 해 3만 명 가까이 신고된다. 피해아동학대 관련 신고 건수가 2013년 1만3076건에서 지난해 2만9669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신고 건수가 폭증한 것은 2015년 12월 인천의 2층 빌라에서 감금·학대를 당하던 소녀가 가스 배관을 타고 맨발로 집을 탈출했던 사건이 계기였다. 당시 맨발로 동네 수퍼에서 과자를 훔쳐 먹던 11세 소녀의 몸무게는 16㎏였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대대적인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발표했고 아동학대 신고 전화(112)를 가동했다. 또 지난해 11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특례법)’을 개정해 이동학대와 관련해 ‘신고의무자’ 범위를 기존의 학교 교직원, 의료인 등 24개 직군에서 입양기관·육아종합지원센터·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 종사자까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꼭꼭 숨겨져 있었던 신체학대·정서학대·성학대·방임 등의 사례가 많이 드러났다. 그만큼 피해 아동들과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상담원 등 현장 직원들의 일도 늘었다.
 
4일 서울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선 상담원 이모(28)씨가 “휴가 다녀오겠습니다”고 외쳤다. 그는 “ 어제부터 휴가인데 오늘 아침에 학대 가정 방문 상담이 있어 못 떠났다. 상담받는 이들의 스케줄에 맞춰야 해 휴가 첫날인 어제는 서울 자취방에서 잤다”고 말했다. 김형희 사례관리팀장은 “직원 1인당 가정 40~50곳을 담당하고 있어 하루에도 서너 번 현장 방문을 나간다”고 했다. 김 팀장은 “아동학대특례법이 생기고 지난해 대대적으로 아동학대 방지대책이 시행되면서 아동 학대 신고 건수가 확 늘었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지원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연평균 2520시간, 315일 일하고 있다. 초과 근무시간을 일수로 환산하면 84일이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금 3406만원에 못 미치는 연평균 2703만원을 받는다.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방문한 경기도 안산시 아동보호기관의 환경은 더 열악했다. 안산시의 경우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접수가 1021건으로 현재 상담원들은 1인당 가정 80곳을 담당하고 있다. 최정미 사례관리팀장은 “물리적인 업무 과다도 문제지만 상담을 받는 학대 가해자들의 욕설·폭력에 무분별 노출된 부분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의 김지훈 상담원은 “지난해 한 선배는 아동학대로 사후 관리를 받던 한 어머니로부터 길거리에서 공격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당했다가 한 달 뒤에 그만뒀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57곳에서 올해 60곳으로 3곳만 늘었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아직 찾아야 할 피해 사례가 많다. 현장 인력이 지금의 두 배는 돼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과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학대 아동 보호기관 상담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고 있다. 아동 보호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이 쏟아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현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돈 문제다. 올해 아동 보호 관련 중앙정부 예산은 236억원이다. 법무부 소관인 범죄피해자보호기금(183억원)과 기획재정부 소관인 복권 기금(41억원), 복지부 일반 예산(11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예산 184억원 중 156억원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었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장은 “기금은 재원도 한정적이고 지원 범위도 제약이 있다. 아동 보호 예산을 정부 일반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도 아동안전 대책을 공약집에 담았다. ‘아동학대 신속대응체계 구축’(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동학대 예방교육 의무화’(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인프라 단계적 확충과 부모 교육 강화’(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의 종합대책은 지속성이 떨어지고 대선후보들의 공약도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현·김준영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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