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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트럼프의 최근 발언과 한국 대선

마이클 그린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선임부소장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만 봐도 오늘날 대선 예측은 리스크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9일 한국 대선의 승자는 문재인 후보로 예상된다. 워싱턴에서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강경 노선의 트럼프 행정부와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나는 노무현-부시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미 행정부나 싱크탱크의 다른 전문가들보다 낙관적이다. 훨씬 심각한 충돌이 지미 카터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사이에 발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이념이나 수사법이 대조적이었지만 두 정상은 협력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등 한·미 관계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진전을 달성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상기하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했지만, 그의 발언은 한·미 동맹의 역사를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국이 한때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전했다. 대북(對北) 조율을 위해 한국의 지도자를 배제하고 일본과 중국의 지도자들하고만 통화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들어갈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내라고 요구했다. 또 KORUS가 사상 최악의 협정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선일이 얼마 남지 않은 한국에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까. ‘트럼프는 반미주의적인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트럼프는 한국을 싫어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지 않다.
 
한국과 관련해 트럼프가 쏟아낸 발언들은 한국 자체와는 무관하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은 미·중 정상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다. 한국의 역사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판단과 상관없다. 트럼프가 KORUS를 공격한 이유는 그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무역 문제에 대해 강경하다는 것을 지지자들에게 입증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희생양이 필요했다. 또 트럼프가 일본·중국 정상들과 통화한 이유는 ‘만난 적이 있는 파트너들과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사업가 본능 때문이다. 외교적으로는 현명하지 않지만 그렇게 하는 게 부동산 업계의 관행이다.
 
만약 문 후보가 이긴다면 그가 할 일은 워싱턴에 적당한 메시지를 보내 트럼프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트럼프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관계처럼 개인적인 친분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우려할 만한 점도 있다. 문 후보는 사드 체계의 신속한 배치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합의를 다시 협상하려고 한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민주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이 평양에 압력을 넣고 있는 이때 북한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약속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트럼프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더 넓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기간에 당선 후 바꾸기 힘든 공약을 했다. 나는 백악관에서 일할 때 문 후보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그는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인물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캠페인에서 미국을 공격했을 때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은 한국 경제의 안정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오늘의 한·미 관계는 박정희-카터, 노무현-부시 시대와 매우 다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미국 민주당과 카터 대통령은 서울의 권위주의 정부를 극심하게 불신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는 반미주의가 일조했다. 한·미 양국 국민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반미주의를 배경으로 집권하는 게 아니다. 또한 북핵 문제 때문에 한·미 양국은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들은 한·미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한·미 관계의 ‘구조(structure)’도 중요하다. 현재 한·미 관계는 탄탄하다. 또 대통령뿐만 아니라 고위 관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카터-박정희 시대에는 해럴드 브라운 국방장관 같은 인물이 미래를 위해 한·미 동맹을 보존했다.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의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미 관계가 성장한 이유는 반기문, 윤영관,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 보좌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 같은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혹은 안철수 정부는 분명 미국 행정부와 상당 부분 세계관이 다를 것이다. 마찰이 있을 것이고 불확실성도 있을 것이다.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기면 북한은 이를 악용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선례와 한·미 관계의 구조로 판단하면 한·미 관계를 비관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에 한·미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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