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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구한말의 비극, TV토론의 희극

서승욱정치부 부데스크

서승욱정치부 부데스크

지난 토요일(29일) 가족들과의 점심식사 도중 휴대전화의 카카오톡이 울렸다. 일본 유력 일간지 서울 특파원으로부터였다. 그는 내게 신문 1면을 찍어 보냈다. ‘북조선 미사일 실패일까’란 제목의 기사가 1면 톱이었다. “석간 신문인 모양이네요”라고 물었더니 웬걸, “호외입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그날 북한은 새벽 5시30분 미사일을 쐈고, 우리 합참은 ‘발사 실패’로 추정했다. 이미 배달된 조간 신문은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할 수 없고, 당일은 일본의 공휴일이라 석간 신문도 발간되지 않는 날이었다. 결국 ‘일본의 지성’으로 불리는 이 유력지는 한 장짜리 ‘호외’ 발간을 결정했다. 실패한 미사일 뉴스 때문에 호외까지 만들다니 웬 호들갑인가 싶지만 요즘 일본은 계속 이렇다. 북한 미사일 보도 때문에 도쿄 전철까지 10분간 멈췄다니 말이다.
 
커피 바리스타 수업을 듣고 있는 아내가 전해준 얘기도 생생했다. 커피 핸드 드립 분야의 일본 최고수가 최근 한국인 수제자에게 건넸다는 말이 압권이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든 (일본에서 가까운) 부산까지만 무사히 와 다오. 배를 띄우든 비행기를 띄우든 꼭 구하러 갈 테니….”
 
늘 태연한 우리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늘 오버하는 일본이 이상한 건가.
 
일본의 호들갑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지만 실제로 한반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만큼 중요한 건 주변 강국들의 움직임이다. 그들이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개입하려 하는지, 열강들의 이권·영토 다툼에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좌지우지 당했던 구한말의 비극도 있지 않은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한반도 위기 경보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2020년까지 개헌, 자위대 합헌화’ 야심을 합리화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은 연일 한반도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미국과 일본의 반대쪽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란 희대의 스트롱맨 두 사람이 버티고 있다.
 
주변 4강이 발톱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며 링 주변을 에워싼 형국이지만 정작 우리 링 안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있다.
 
▶홍=“대통령 되면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했다. 나는 화형 당하겠다.”
 
▶문=“촛불이 커져 횃불이 되고, 횃불이 보수정권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얘기였다.”
 
▶홍=“이해찬이 ‘집권하면 보수 궤멸한다’ 했는데 나는 문드러지겠네.”
 
▶문=“국정농단 세력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의미다.”
 
▶안=“문 후보를 도왔던 전직 당 대표들은 다 당에서 나왔다. 계파 패권주의 아닌가.”
 
▶문=“당을 쪼갠 분이 안 후보다.”
 
▶안=“쪼갠 분은 문 후보라고 생각한다.”
 
‘기승전-이명박근혜 정권책임론, 적폐청산’으로 편가르는 1위 후보, 입만 스트롱한 보수 후보, 갈팡질팡하는 중도후보는 한반도 위기론 속에서 매번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눴다.
 
서승욱 정치부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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