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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정환 선생처럼 어린이에게서 평등 세상 희망을 봤지요

지난달 30일 대구 중구 종로초등학교. 중절모에 보랏빛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남성이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명절도 아닌데 두루마기를 차려입은 남성의 등장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대구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신효철(48)씨다. 신씨는 자신의 옷차림을 두고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생전에 입던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파 방정환 평전』을 손에 들고 있었다.
 
방정환 선생 옷차림을 한 신효철씨가 대구 종로초등학교의 최제우나무 앞에 섰다. [대구=김정석기자]

방정환 선생 옷차림을 한 신효철씨가 대구 종로초등학교의 최제우나무 앞에 섰다. [대구=김정석기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가 멈춰선 곳은 학교 안에 있는 ‘최제우 나무’ 앞이었다. 동학(東學·후일 천도교로 개칭)의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평등사상을 주창한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1824~64)의 감옥생활을 지켜본 나무라 하여 ‘최제우 나무’라고 이름 붙여졌다.
 
방정환과 최제우의 연결고리는 뭘까. 신씨는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천도교주인 손병희의 사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매년 5월이면 방정환으로 깜짝 변신한다. 재작년과 지난해엔 ‘방정환 이야기 콘서트’를 열어 소파 선생의 교육 사상을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올해 어린이날엔 직접 ‘방정환 코스프레’를 하고 대구 서구 이현공원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한다. 5일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하는 행사에선 신씨가 방정환의 ‘어린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동화 구연, 퀴즈 이벤트, 페이스페인팅 등을 진행한다. 동화책 300권, 액상분유 1000병, 아토피 개선 과일비누, 인형 등 선물도 나눈다.
 
신씨가 방정환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동학 때문이다. 그는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단군정신 선양회 경북북부지방 간부로 동학과 단군정신 전파에 일생을 헌신한 아버지 사이에서 6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집은 동학의 한 교당이었다.
 
대구 영진전문대에 진학할 때까지 신씨는 동학에 무관심했다. 대학 졸업 후 안경공장, 짜장면 배달, 막노동, 다단계 판매업, 룸살롱 서빙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IMF 외환위기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혹독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는 동학을 떠올렸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신씨는 노동운동을 시작했고 동학을 깊이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위인전에서만 봤던 소파 선생을 새롭게 알게 됐다. 신씨는 “어린이날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어린이는 그저 부모의 소유물 같은 존재였다”며 “소파 선생은 평등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 희망은 어린이’라고 봤다”고 했다. 특히 23년 제정 당시 어린이날이 5월 5일이 아닌 5월 1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날이 근로자의 날과 같은 5월 1일이었다는 것은 어른과 어린이를 구분하지 않고 평등히 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2015년 경북 경주시 현곡면에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을 개원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전국에 ‘방정환’이라는 이름을 딴 어린이집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정형화된 교육 제도에서 거의 사육되다시피 하는 이 시대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모여 어린이집 문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어린이집 원아들은 방정환의 교육 이념에 따라 현장체험학습 위주의 교육을 받는다. 생태놀이·전래놀이·텃밭 가꾸기 등이다.
 
신씨는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만 18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어린이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으로 길러져야 하는데 일제시대와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필요에 의해 어린이의 범위가 축소되고 일찍부터 성인이 받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 18세까지를 어린이라고 보고 스스로의 모습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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