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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일의 직격 인터뷰] 이번 반도체 수퍼 호황은 짧아도 내년까지는 간다

‘미스터 칩’ 진대제가 보는 반도체의 미래
“우리 주력 산업 중에 반도체는 중국의 추월을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몇 안 되는 분야의 하나입니다.”
 
지난 1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조원, 2조원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걸 계기로 진대제(65)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회장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근로자의 날인 1일 오전 베란다 정원을 갖춘 서울 서초구 아늑한 그의 집무실에서였다. 이번 2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매출 면에서 미국 인텔을 꺾고 메모리·비메모리 통합 챔피언이 될지 모른다는 추정(IC인사이츠)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1990년대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로 발돋움했다. 십수년간 이를 주도한 진대제는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래서 ‘미스터 칩(Mr. Chip)’이라는 그의 별명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적잖다. 그는 꽤 큰 규모의 사모펀드 회사를 운영하는 일 이외에 KAIST 강의와 실업가 대상 특강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전도사 역할에 요즘 열심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산업은 큰 덕을 보겠지만 신구(新舊) 산업의 격변기에 손 놓고 있는 우리나라엔 ‘위기이자 기회’가 아니라 위기일 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인 진대제 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재판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관해 설명을 했더니 50~60대 재판관들이 귀를 곤두세우고 듣더라. 평생교육을 통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인 진대제 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재판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관해설명을 했더니 50~60대 재판관들이 귀를 곤두세우고 듣더라. 평생교육을 통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반도체 코리아’의 산업사적 의미를 평한다면.
“우리는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습관이 뿌리 깊다. 손재주가 좋아 나무젓가락은 물론 드물게 쇠젓가락까지 잘 쓰는 민족이다. 사업장의 청정환경과 정밀공정이 생명인 반도체와 잘 맞아떨어지는 습성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좀 생소해도 미세 가공기술을 개선하는 메모리 반도체처럼 목표와 로드맵이 분명한 일은 한국 사람이 잘한다. 한마디로 반도체는 우리 체질에 맞는 산업이다. ‘반도체 DNA’가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93년 메모리 분야에서 일본을 제친 건 일대 사건이었다. ‘우리도 제조업에서 세계 일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불어넣었다. 일등이 된 지 벌써 24년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메모리 분야의 압도적 세계 정상이라는 자리는 앞으로도 여러 해 유지될 것으로 본다. 단군 이래 최대 성공 비즈니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40%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수익이다. 제조 분야 대기업의 이런 기적적 수익률을 경쟁 업체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추격 움직임이 궁금하다.
“중국 사람들 마음은 급하겠지만 금세 따라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웬만한 생산라인 하나 깔려면 10조원을 훌쩍 넘기는 거대 장치산업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起)’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우리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줄잡아 300조원의 투자비가 든다고 한다. 현금력이 아무리 풍부해도 부담스러운 재원 규모다. 중국은 스마트폰·전자상거래를 비롯해 각종 정보기술(IT)·전자 산업의 약진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제 한·중 갈등으로 인한 무역제재 국면에서도 한국산 메모리는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처지가 속 쓰릴 것이다.”
 
반도체, 단군 이래 최고 비즈니스
중국도 수년간 쫓아오기 힘들어
유망 사업 보는 감수성은 아쉬워
한국인에 반도체 DNA 스민 듯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인 진대제 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재판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관해 설명을 했더니 50~60대 재판관들이 귀를 곤두세우고 듣더라. 평생교육을 통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인 진대제 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재판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관해설명을 했더니 50~60대 재판관들이 귀를 곤두세우고 듣더라. 평생교육을 통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반도체 기술 주기가 짧은 것도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데.
"16메가, 64메가 D램을 잇따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감격이 새롭지만 오늘날 기술 수준에 비하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제 D램의 저장 용량은 메가(Mega)를 지나 특정 단위의 10억 배를 뜻하는 기가(Giga)의 시대다.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는 수십 기가에 이른다. 첨단기술의 세대가 수년 주기로 빨리 달라지는 가운데 구형 제품 및 기술은 곧바로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에서 다른 전통산업과 다르다. 조선업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채산성 없다고 포기한 중소형 선박을 중국 후발 업체가 만들어 팔아도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반도체는 그렇지 않다. 일본은 아예 D램의 명맥이 끊겼다. 2000년대에 도시바·히타치 등 왕년의 메모리 강자들이 엘피다라는 연합군을 결성했으나 절대강자인 한국에 패해 2012년 법정관리 신청 후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지금 같은 반도체 초호황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의 정점에 해당하나, 아니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한 계단 점프인가.
“4차 산업혁명이 좀 더 성숙해야 반도체 수요가 ‘퀀텀 점프(비약)’에 이를 것이다. 우리 업체들이 워낙 떼돈을 벌다 보니 호황이 크게 보일 수 있다. 메모리 업계는 20년 넘게 치열한 치킨게임(출혈을 불사하는 무한경쟁) 끝에 한때 10개가 넘던 메이커가 4~5개로 재편됐다. 살아남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과점의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점점 불규칙하고 길어지는 것 같다.
“90년대 반도체 회사 사람들은 월드컵 축구보다 올림픽을 좋아했다.(웃음) 반도체 사이클이 4년 주기로 돌아가는데 공교롭게 월드컵 때 반도체 경기가 안 좋고 올림픽 때 좋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령 88 서울올림픽 때 메모리 경기가 좋았고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는 나빴다. 요즘은 생산시설 경쟁 같은 공급 요인보다 산업 구도 변화 같은 수요 요인에 따라 수급이 결정돼 경기 사이클이 달라졌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짧아도 내년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메모리 산업, 특히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개별적 생산 기술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우선 수많은 부품을 필요로 하는 휴대전화의 제조 공정을 수직 계열화한 세계 유일 기업이라는 게 큰 강점이다. 혁신을 이뤄낼 분야가 공정별로 다양해 위기를 버티는 체력도 강하다. 핀란드 노키아의 경우 세계 최대 피처폰 업체로 10년 넘게 장기 집권하다 스마트폰 출현을 계기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2013년 휴대전화 사업을 닫고 말았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주요 부품을 모두 외부에 의존하고 완제품 만들기에만 주력한 탓이다. 물론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분야가 삐끗하면 순식간에 몰락하는 리스크가 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가 약점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세상에 없는 것이나 첨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데 능하진 못하다. 하지만 혁신은 하드웨어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디바이스 화질을 좋게 하는 기술, 정보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 이런 혁신도 큰돈을 벌어다 준다. 컴퓨터·스마트폰·가전을 다 갖춘 삼성전자가 그래서 체질이 강한 것이다. 과거 삼성 계열사별로 제각각 운영되던 가전·PC·휴대전화·반도체 4개 사업을 삼성전자 한 회사로 모을 때 ‘전문화가 중요한 때에 덩치만 불리는 무모한 합병’이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주가 200만원을 훌쩍 넘은 삼성전자에 대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삼성전자의 아쉬운 점이라면.
“매출 200조원 넘는 거대 기업이라서 신기술·신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무딘 것 같다. 사업 초기엔 매출이 100억원도 안 되기 일쑤인데 사업 규모가 1조원 넘지 못하는 아이템은 아예 최고경영진 회의 때 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다(웃음). 해외 큰 기업들은 한 해 수십 개의 벤처나 알짜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데 큰돈을 들인다. 당장 외형이 작더라도 가능성 있는 사업을 포용하는 감각을 더 길렀으면 좋겠다. 물론 삼성전자처럼 큰 회사가 지금 정도의 기동력을 발휘하는 것도 대단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는 특수
우리에게 이 혁명은 기회보다 위기
구식 교육으론 실직 재앙 걱정돼
산업부총리 제도 신설해 대응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인 진대제 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재판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관해 설명을 했더니 50~60대 재판관들이 귀를 곤두세우고 듣더라. 평생교육을 통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인 진대제 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재판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관해설명을 했더니 50~60대 재판관들이 귀를 곤두세우고 듣더라. 평생교육을 통해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일본 도시바에 대한 국제 인수전이 뜨겁다.
“인수금액이 20조원 이상일 거라는데 벅찬 거액이다. 도시바에 눈독 들이는 곳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했으면 싶다.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기술은 아주 첨단은 아닌 듯하다. 아날로그적 요소가 많다. 또 도시바에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가 약하다는 평가다. 또 종신고용 전통이 많이 남아 있는 일본 기업문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구조조정 등 인사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요즘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강연을 자주 한다. 반도체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준비에 소홀한 것 같다. 이러다간 큰 혼란이 온다. 현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엔 기회는커녕 위기, 리스크다. 치명적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그렇지 않아도 고민인데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엔 다 일자리 없어지는 일들이다. 나는 적어도 우리나라에 대한 4차 산업혁명 영향을 평하자면 현재로선 비관파다. 우리 구식 교육은 창의성을 길러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머지않은 장래 부익부빈익빈, 실업 사태가 걱정된다.”
 
노무현 정부 때 정보통신부 장관을 했다. 4차 산업혁명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장 실패 영역,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기 힘든 일은 정부가 마땅히 챙겨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은 누가 책임지고 하나. 구글은 알파고라는 세계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해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조차 적극적으로 덤벼들지 않는다. 이런 걸 국책 과학기술연구소가 나서 민관 합동 작업을 해야 한다. 드론이나 로봇도 마찬가지다. 새 대통령이 뽑히면 정부 조직개편을 할 텐데 잘 생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과 미래 산업이 교차하는 대전환기다. 이참에 경제부총리보다 산업부총리 직책이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 5년마다 부처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과연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전통산업과 디지털의 융·복합 같은 일들을 산업부총리가 나서 교통정리 해줘야 한다.”
 
정부 개편과 관련해 정보통신부·중소기업부 이슈가 고개를 들고 있다.
“MB 정부 때 정보통신부를 없앤 데 따른 국가적 후유증이 크다고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이를 부활하는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또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하는 것도 반대하는 편이다. 정부 조직만 비대해질 뿐 지원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적어도 산업 관련 정부조직에 관한 한 기존 조직을 최대한 활용하되 산업 담당 각료가 산업부총리를 겸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으면 한다.”
‘디지털 전도사’ 진대제는 …
경남 의령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를 했다. 미국 IBM 연구소에서 일하다 1985년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돼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 됐다. 90년 일본에 앞서 세계 첫 16메가 D램을 개발했다. 2000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이 된 뒤 2002년 미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쇼(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서 아시아인으로 처음 개막 기조연설을 했다. 2003년부터 3년간 노무현 정권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2006년 설립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의 누적 펀드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10여 개 기업의 경영권 지분을 갖고 있다. 커넥티드 카 솔루션·서비스 전문 업체인 스카이오토넷도 설립·운영하고 있다. 『열정을 경영하라』 등의 저작이 있다.
홍승일 논설위원

홍승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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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