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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말하다] ② "한국엔 '답정너' 뿐" 수능 앞둔 고 3

 중앙일보ㆍJTBC의 디지털광장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한국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 '시민, 말하다'를 연재합니다. 대선을 계기로 같은 공간에서 살아 가는 동시대인들이 풀어 놓는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이웃들이 대선주자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전합니다. 두번째 인터뷰는 예비 유권자 강희영(19)양 입니다.
                                             사진=우상조 기자, 멀티미디어 제작=조민아 cho.mina@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멀티미디어 제작=조민아 cho.mina@joongang.co.kr

  저는 경기도에 사는 고등학생 강희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글 쓰는 것과 동영상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꿈이 바뀌는 평범한 아이예요. 하지만 요즘 저를 수식하는 단어는 딱 하나뿐입니다. '고 3.'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고3입니다. 5일로 수능 시험일이 195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6월 모의 평가도 다가오고 있고, 곧 수시 철이 시작되겠지요. 평소 모든 일에 긍정적인 성격인데 고3이 되면서 점점 바뀌고 있어요. 최상위권 친구들은 좋은 대학이 몇 곳으로 좁혀져 있으니 오히려 단순한데 저처럼  중상위권 친구들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죠.
 
  사실 저는 부모님의 교육 철학으로 지금까지 사설 학원을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답니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신청해서 혼자 공부를 해왔어요. 그런데 올해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야자를 폐지해버렸어요. 고3이니까 12시, 1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집에 가면 자꾸 졸게 되잖아요. 그래서 요즘 독서실을 끊었어요. 투표권을 낮추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는 교육감 투표는 적어도 저희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뽑기는 어른들이 뽑고 체감은 저희가 하는데 저희 의견을 안 물어보니까요.
 
  고3이 되면서 주변에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돼요. 아무리 인성이 뛰어나거나 천재인 사람들도 결국 '간판', 서울대 나왔느냐 지방대 나왔느냐로 판단되지 않나요. 제 친구들도 당연하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 왔대요. 학원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어른들은 스카이(SKY) 대학을 가거나 '인서울'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시니까요. 중학교 때보다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더 성적 위주로 돌아가는 것을 느껴요. 친구들 중엔 메이크업 전공을 생각해서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예체능 쪽으로 진학하려는 애들도 있거든요. 화장만 진한거지 사귀고 보면 더 착하고 배려도 많이 하는데, 어른들은 그냥 안 좋게 보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애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오지 못 해도 맞춰주지 않으시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는 북유럽이에요. 우리나라는 대학생까지도 공부 아니면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어요. 한국에서는 답은 공부, 정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잖아요. 한국에서 행복하려면 일단 학생이 아니어야 해요. 학생이라는 건 자유를 누릴 수가 없다는 의미예요. 저만해도 원래 9시까지 등교였는데 고 3 되니까 8시까지 등교해요. 수능이 8시 10분 부터여서 익숙해 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싫어하는 애들이 많아요. 아주 사소한 일상의 것들조차 누리려면 교육 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고, 대학생은 취준생이 되고, 30대부터는 직장에서 상사의 억압이나 사회생활의 불편을 겪어야 하고, 40대 50대부터는 노후 준비랑 자녀 문제 때문에 고민 해야 해요. 돈 걱정 안 하는 사람은 건물주가 있을테지만…. 결국 자유로운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시사 이슈에 관심이 많답니다. 작년 말 촛불집회 때 나라에 정말 큰 이슈가 생긴건데 선생님들이 공개적인 발언을 꺼리시더라고요. 선생님들께서 직접 발언은 안 하시더라도 학생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 탄핵 이런 문제 저희도 생각이 전부 다르거든요. 학교에서 이야기를 안 하다보니 저와 친구들은 핸드폰 하다가 포털에 뜬 기사만 보고 알아요. 탄핵도 포털이 없었으면 아이들은 몰랐을 거예요. 그 다음이 페이스북이에요. 인스타그램도 많이 하지만 유언비어는 페북에 더 많아요. 저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성적인 루머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헐, 이게 뭐야' 하고 친구들하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거든요.
 
  다음 대통령은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공약을 정말 딱 한 개만 내더라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지켜주는 사람요. 또 부유층이나 스카이 대학 나온 사람들 같은 상위 몇 프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 말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각박해도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해요. 이걸 위해선 아무래도 기회를 보장해주는 제도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타까운 건 제가 내년이면 스무살이어서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지금 투표권이 있다고 해도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요. 선거에서 투표를 안 하거나 기권표가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 peoplemic@people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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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