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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여전히 반대말놀이

여전히 반대말놀이
-김선우(1970∼)
  
행복과 불행이 반대말인가
남자와 여자가 반대말인가
길다와 짧다가 반대말인가
빛과 어둠
양지와 음지가 반대말인가
있음과 없음
쾌락과 고통  
절망과 희망
흰색과 검은색이 반대말인가
  
반대말이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 때문에
마음 밑바닥에 공포를 기르게 된 생물,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에게 가르쳐주렴 반대말이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아 어른들에게
다른 놀이를 좀 가르쳐주렴!
 
 
이 시를 읽고 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얼마나 이항대립적 배타성의 폭력에 물들어 있었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성했다. 세상에는 반대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중간항이 있고 꿈이나 사랑은 그 중간항에서 자란다. 세상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섬세한데 아직도 좌파·우파만 있는 줄 아는 분들께 이 시를 권한다. 파블로 네루다가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리얼리스트, 조금은 모더니스트”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조금은 좌파, 조금은 우파인 것이 아닐까.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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