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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통령 취임 100일의 경제정책

이종화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종화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좌충우돌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연방법원에서 발목이 잡혔고 ‘오바마케어’ 폐지는 의회에서 반대에 부딪혔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던 선거 때의 약속은 뒤집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같은 기간 동안 정부 고위직 후보자를 190명 지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58명밖에 지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약속한 규제 개혁을 시행하고 있으며 세제 개혁안을 내놓았다.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과감히 낮추고 개인 소득세도 최고 세율을 내리고 대폭 간소화할 예정이다. 앞으로 의회와의 협상이 주목된다.
 
한국도 다음주 당선될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어떤 정책을 펼 수 있을까 의문이다. 갑작스러운 선거로 준비기간이 짧았다. 국회 의석수 분포로 봐선 어느 정당의 후보가 당선돼도 청문회를 거쳐 총리와 고위직 공무원을 임명하고, 원하는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취임 100일 동안 좋은 경제정책들만큼은 제대로 시행했으면 한다. 선거 때 내놓은 공약들을 다시 검토하고 다른 정당의 후보자들이 제시한 좋은 정책을 포함한 최고의 ‘드림 경제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국회에서 지지를 받고 선거 후 국민을 통합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국민이 경제공약만을 자세히 보고 100% 공감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높고 북핵으로 안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를 선택할 때 경제공약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은 정책을 골라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는 논리가 복잡하고 설명에 숫자를 많이 사용해 어렵기 마련이다. 중요한 공공 분야(사회간접시설·국방·환경보호·육아시설 등) 정부 지출의 국민 경제에 대한 효과를 개인 차원에서 적절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떤 정책의 기회비용(선택의 대가로 포기한 가장 좋은 기회의 가치)을 포함한 총비용 또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를 고려해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수결로 선택된 경제정책은 백년대계보다는 포퓰리즘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중립적이고 능력 있는 경제전문가들이 정책을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TV토론을 보면 주요 정당의 후보자들 간에 경제 현실 인식에서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기업·산업·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책의 우선순위와 정부가 민간 경제에 개입하는 정도 및 방식에 대해 전통적인 우파와 좌파 간에는 의견이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공통점을 추린다면 아래의 큰 방향에서 많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드림 경제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혁신 중소기업과 벤처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규제를 없애고 효율적으로 지원해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대기업의 부당행위와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엄격하게 규제해 모든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조세의 공평성을 높이고 불로소득·자영업자에 대한 과세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정부 지출에서 낭비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기 위한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셋째, 저소득자·영세사업자·노년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육아휴직 확대, 출산비용 지원 등의 사회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
 
넷째,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정규직의 과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해소해야 한다. 연공서열의 급여체계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다섯째, 기술의 빠른 변화에 맞춰 학생들이 창의력을 키우고 미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산업구조를 조정하고 미래 먹거리를 개발해야 한다.
 
당선 후 100일이 중요하다. 미국은 대선 후 분열과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투표자의 96%가 여전히 그를 지지하지만 민주당 유권자의 지지율은 13%에 그친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없다. 그러나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자신의 지지층보다는 국가 미래를 위한 경제정책들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회·국민과 소통하면서 100일 동안 경제 리더십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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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