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맹모·맹부 특공대’ 학교 옆 유해업소 2년간 111곳 퇴출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양로에서 주민들이 ‘유해업소 이용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양로에서 주민들이 ‘유해업소 이용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공석(56)씨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초등학생 손녀를 데리러 갈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손녀의 통학로인 도봉세무서 뒷길엔 20여 개의 술집이 늘어서 있었고, 술집들 대부분은 여성 접대부를 고용해 호객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술집들은 접대부를 두는 것이 불법인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했다.
 
김씨는 손녀를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주위에 “아이들에게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자”고 뜻을 밝히자 ‘동지’들이 적지 않게 모였다. 먼저 2015년 4월 구내에서 상대적으로 유해업소가 많은 삼양동 등 6개 동 주민협의체 회원 64명이 모여 ‘범구민운동 추진 협의회’를 결성했다. 협의회는 우선 초등학교 인근 유해업소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작은 스티커였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통학로나 학교 근방 200m 내에 위치한 유해업소를 돌아다니며 업소 문에 경고 스티커를 붙였다. 저녁 시간이면 조를 이뤄 유흥가 골목에서 수시로 피케팅을 하고 전단지를 나눠줬다. 거리 행진이 계속되자 참가자가 많을 땐 한 번에 200명을 넘기도 했다.
 
주민 장수경(52·여)씨는 “맹자의 어머니처럼 집을 세 번 옮기지는 못하지만 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강북구와 경찰도 힘을 보탰다. 강북구는 김씨 등 주민들이 협의회를 만들 무렵 ‘유해업소 전담팀’을 조직해 유해업소 현황을 파악하고 강북경찰서·강북교육지원청 등과 단속에 나섰다. 매주 두 차례씩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불시 단속도 했다. 불법으로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음식점은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고, 3번 적발될 경우 음식점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했다.
 
단속에는 주민들도 동행했다.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은 제보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단속 효율이 높아졌다. 야간 단속이 없는 날에는 유해업소에 임대를 해준 건물주를 직접 만나 “계약을 하지 말아달라”는 설득 작업도 병행했다.
 
주민과 구청의 ‘합작’은 성과로 나타났다. 2015년 1월 170개였던 유해업소 수는 2년여 만인 지난달 말 59개로 줄어들었다. 정화구역(학교 인근 200m) 안에 있던 업소 63개가 퇴출됐고, 통학로와 주택가에 있던 48개도 폐업하거나 네일숍·꽃집 등으로 업종을 바꿨다. 111개의 유해업소가 사라진 것이다. 특히 미아동·번2동 등 구내 13개 동 중 5개 동에는 현재 남아 있는 유해업소가 한 곳도 없다. 임종배 구 보건위생과장은 “남아 있는 59개 업소도 대부분 건물 주인이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세를 더 내주지 않기로 했다. 임대 기간이 끝나는 1~2년 안에 대부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통학로 걱정에서 시작된 주민들의 활동은 대대적인 개혁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유해업소 이용 근절’ 캠페인과 서명운동에 71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범구민운동 추진협의회의 김명기(63) 부회장은 “업소 사장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업주 중에도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에 수긍해 주시는 분이 간혹 있다”고 전했다. 구청도 이런 주민의 노력에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호응하고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청소년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유해업소를 시일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