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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넘어 기축통화 되겠다더니 4년 만에 거꾸로 간 ‘위안화 굴기’

2013년 당시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던 천위루(陳雨露·현 인민은행 부행장)는 “30년 안에 위안화가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른바 미국 달러화 패권을 넘어서는 위안화 굴기다.
 
한동안 이 구상은 착착 진행됐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중국 위안화가 정식 편입됐다. 신흥국 통화 가운데 처음으로 준비통화로 인정받은 것이다. SDR 편입으로 위안화가 국제통화의 한 축이 되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화 비중을 줄여 장기적으로 달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위안화가 기축통화 반열에 오르려면 국제통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위안화의 무역결제를 허용하고 자본시장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 환율 자유화도 필요하다.
 
한데 SDR 편입 5개월여 만인 3월 11일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일부 기업의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인 투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브리핑에서다. 중국 당국은 잉여 현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 인수합병(M&A)에 사용하는 것을 위안화 약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판단했다. 중산 상무부장의 엄포는 위안화 약세를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안화 가치를 올리기 위해 중국 당국은 지난 2년 반 동안 1조 달러 이상 지출했다. 대규모 자본 유출은 중국 정부의 중산층 확대 계획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와 환율 안정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무역·재정수지 적자를 용인하면서 위안화를 전 세계에 퍼뜨려야 한다. 그러려면 위안화 약세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기축통화국으로서 1960년대 미국이 겪었던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를 중국도 맛보고 있는 셈이다. 트리핀 딜레마는 기축통화국이 통화 패권을 유지하려면 해외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통화가치는 떨어지는 현상이다.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무역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14%를 기록했다. 2015년의 27%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학자금 송금 등 국제결제(자본거래) 규모도 상하이를 기준으로 1분기 4413억 위안(약 72조40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쪼그라들었다. 2015년 3분기 1조 위안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다.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가 사용되는 비중도 2015년 8월 2.8%에서 올 3월 1.8%로 낮아졌다. 순위는 4위에서 미 달러·유로·파운드·엔·캐나다 달러에 이어 6위로 처졌다.
 
위안화 사용이 1년 새 급격히 줄어든 것은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규제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다.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등 위안화 국제화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도 지난해 4분기 전체 결제 가운데 2%, 대중국 수출의 6.7%가 위안화 결제였다. 그러나 위안화 사용이 늘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중국 당국은 2015년부터 규제 강화에 나섰다. 현재는 500만 달러(약 56억원) 이상 해외로 송금하거나 환전할 경우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대중국 교역 기업의 환차손으로 이어져 위안화 결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위안화 최대 유통시장인 홍콩의 3월 말 위안화 예금 잔액은 6년 만에 가장 낮은 5072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중국으로 되돌아간 위안화가 다시 나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당국의 환율 안정과 자본유출 억제 정책이 원래 정책 목표인 위안화 국제화를 희생시키고 있다”며 “4월 들어 해외 송금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인민은행도 자본 규제의 부작용을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갈지자 행보는 중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신뢰를 얻는 데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해외 송금에 대한 조사와 외환 매입 등 중국 당국의 통제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안화는 IMF의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돼 있음에도 국제통화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지난 2년 동안 되레 줄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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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