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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파라오는 잊으세요, 청록색 얼굴로 찾아온 이집트

케말 유시프, 귀족, 1940년대, 나무판에 유채, 47×38㎝, 샤르자 미술재단 소장.

케말 유시프, 귀족, 1940년대, 나무판에 유채, 47×38㎝, 샤르자 미술재단 소장.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이 자유가 될 때: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은 낯설다는 느낌과 낯익다는 느낌을 동시에 불러내는 전시다. 국내에서 열린 이집트 관련 전시이면서도 미라나 파라오가 아니라 현대미술이 주제라는 점은 단연 낯선 요소다. 반면 작품에 드러나는 화풍에서 때로는 달리의 그림이 떠오르는 것을 비롯, 초현실주의 자체는 동시대 서구 작가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요소다. 구체적인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면 퍽 흥미롭다. 화폭에 등장하는 인물의 생김새나 옷차림은 물론이고 지극히 몽환적, 상징적으로 그려진 요소에서도 서구와는 분명 다른 이집트의 특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물의 피부에도 칠해진 청록색처럼 독특한 색채의 사용은 그 자체로 시선을 강렬하게 붙잡는다. 덕분에 회화·조각 등 160여점으로 이뤄진 이 대규모 전시를 둘러보는 일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전시 제목에 나오는 ‘1938년’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두한 초현실주의에 영향받아 이집트에서 형성된 미술운동조직인 ‘예술과 자유 그룹’이 활동을 시작한 시기를 가리킨다. 시인이자 문학비평가였던 조르주 헤네인은 그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또 하나의 연도인 ‘1965년’은 그에 이어 46년부터 이집트에서 시작된 ‘현대미술그룹’의 활동이 마감된 시기를 가리킨다.
 
이처럼 시기를 달리해 이어진 두 미술운동은 이번 전시의 초점이자 당시 이집트 현대미술의 큰 특징으로 꼽힌다. 박주원 학예연구사의 설명에 따르면 서구의 초현실주의가 파시즘에 반발하며 엘리트중심, 미래주의적 특징을 지닌 것과 달리 영국의 식민지배를 경험한 이집트 초현실주의는 작가단체가 중심이 되어 빈부격차를 비롯한 국가적 현실에도 눈을 돌렸다. 달리말해 전자가 개인주의적이었다면 후자는 공동체지향적인 성격이 두드러졌던 셈이다.
 
압둘하디 알자제르, 시민합창단, 1951, 나무에 유채, 47.5×67.5㎝, 카이로이집트근대미술관 소장.

압둘하디 알자제르, 시민합창단, 1951, 나무에 유채, 47.5×67.5㎝, 카이로이집트근대미술관 소장.

그런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다양한 차림의 여성들 앞에 빈 그릇을 등장시킨 압둘하디 알자제르의 그림 ‘시민합창단’이다. 이 그림은 48년 첫선을 보일 당시 작가가 구금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 와중에 원본이 유실돼 현재 전시하는 그림은 작가가 이를 51년에 다시 그린 것이다. 반면 62년에 그려진 ‘헌장’은 같은 작가의 그림이면서도 이집트의 국가적 상징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고루 배치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이를 포함, 60년대 중반 이후부터 비교적인 최근인 90년대의 작품까지도 전시장에 자리했다. 초현실주의 미술운동이 막을 내린 이후에도 이어진 영향력과 그 변화의 흐름을 가늠하게 한다.
 
크게 5개 파트로 나눠진 이번 전시의 한 개 파트는 온전히 사진 작품이 차지했다. 그 핵심인 반 레오의 작품은 대비가 뚜렷한 조명과 이중노출 등의 효과로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인물 사진, 때로는 스스로 여러 인물로 분장해 찍은 일련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의 본명은 레온 보야드지안. 화가 반 고호를 존경해 ‘반 레오’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샤르자미술재단, 이집트 문화부, 카이로아메리칸대학 등과 손잡고 마련한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모처럼 선뵈는 해외 현대미술전, 그 중에도 서구 중심의 기존 미술사에서 탈피해 중동 등 새로운 지역에 초점을 맞춰 시야를 넓혀 보려는 기획의 산물이다.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과 평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이후에도 유사한 기획전을 마련하는데 하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초 4월초로 예정됐던 전시 개막이 3주 가량 늦춰진 데 대해 “이집트 해외 반출이 처음인 작품이 많아 현지에서 작품 상태 체크에 신중을 기한 결과”라고 전했다. 7월 30일까지.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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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