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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규제에 막혀 … 고향이 그리워도 못 돌아오는 해외 한국기업들

일본 미에(三重) 현은 2000년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개선해 왔다. 중앙정부는 해외로 나갔던 기업의 국내 유턴을 뜻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의 큰 틀을 만들었지만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제도를 만드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몫이었다. 미에 현은 국내로 다시 오는 기업이 쓰는 투자액의 15%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법인세는 5년간 20%를 공제하기로 했다. 덕분에 미에 현은 해외에 공장을 지으려던 샤프를 설득해 현에 샤프 공장을 유치했다. 샤프가 들어오기로 결정하자 40개의 협력사도 연쇄적으로 미에 현에 둥지를 텄다. 고용은 7200명이 늘었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입은 2004~2005년 2년 사이 110억엔이 늘었다. 이후 샤프는 대만 기업 홍하이에 인수됐지만, 여전히 미에 현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샤프 미에 현 공장 라인에선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만든다. 애플에 같은 제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의 유일한 경쟁사다. 이런 일본의 리쇼어링 정책으로 2015년 이후 도요타(북미)·혼다(베트남)·파나소닉(중국)의 일부 해외 공장이 돌아왔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리쇼어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 경제성장, 일자리 확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만든 일자리는 2005년 약 53만 개에서 2015년엔 약 163만 개로 3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기업이 만든 일자리는 1.5배 증가(19만 개에서 27만 개)에 그쳤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체가 해외로 나간 이유는 시장 개척 목표도 크다. 하지만 기업 하기 불리한 환경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 정부도 2013년부터 기업 유턴법을 만들고, 해외 기업 유치 시 인센티브도 주고 있지만 아직은 별 효과가 없다.
 
밖으로 나간 기업이 돌아오거나 해외 기업이 한국에 생산 시설을 세우기 꺼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규제환경은 138개국 중 105위다. 미국(29위), 일본(54위), 독일(18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한국은 외국인 투자규제 순위에서 35개국 중 30위를 차지했다. 이러다보니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난 5년간 465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세계 37위의 성적이다.
 
결국 한국에 기업을 유치하려면 임금과 물류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당근’을 제시하고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이종명 팀장은 “규제가 많으면 나가지 않아도 되는 기업까지 해외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며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규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10~20년 먼저 리쇼어링 정책을 실시해 온 선진국들은 결실을 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를 ‘일자리를 죽이는 산업’이라고 부르며 보다 강력한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1개를 만들 때 2개를 없애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기업 법인세는 현행 35%에서 15%까지 인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GM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해 알리바바(중국)·소프트뱅크(일본) 등이 미국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건 트럼프의 ‘협박’이 한몫했다. 하지만 동시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유지된 리쇼어링 정책에 대한 기대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내 제조활동 공제 법안을 만들고, 공장이 해외에서 미국으로 이전 할 때 비용의 20% 를 보조해 왔다.
 
‘인더스트리 4.0’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시행해 온 독일도 기업 하기 유리한 환경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정한 규제를 없애기 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업과 일대일 협상을 벌여 기업 맞춤형 정책을 시행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여러 기업이 돌아왔다. 독일은 이런 식으로 제조기업의 해외유출을 막는 한편,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 비해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높아 금융위기·재정위기 등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한국의 경우 차기 정부에서 규제 개혁이나 리쇼어링 정책이 적극적으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는 대선후보들의 규제 철폐 관련 공약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규제강화 공약이 많다. 하지만 복지를 확충하려면 경제의 성장 동반이 필수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투자유치 뿐 아니라 최근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실효성 있는 규제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선·안별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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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