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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의 미주알고주알] '돌부처' 이창호 9단의 승리 세리머니

※ '미주알고주알(바둑알)'은 바둑면에 쓰지 못한 시시콜콜한 취재 뒷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다루는 코너입니다. ‘일기’ 컨셉이라 긴장 풀고 편하게 쓸 작정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사가 아닌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글입니다. 신문에서 쓰지 못한 B컷 사진과 취재 현장에서 찍은 셀카도 함께 올립니다. :-)  

 
⑤ 이창호 9단의 승리 세리머니…KB리거 프로필 촬영기 (중)
이창호 9단. [사진 바둑TV]

이창호 9단. [사진 바둑TV]

 
지난달 21일 서울 마장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선수들의 프로필 촬영이 있었다. 이날 촬영장에서는 '전설' 이창호(42) 9단을 만날 수 있었다. 이 9단은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과 승리 세리머니 등을 촬영했다. 
 
1990년대 압도적인 세계 1인자였던 이창호 9단을 모르는 바둑 팬은 없을 거다. 스승 조훈현 9단을 꺾고 세계 최강자가 된 이 9단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다들 한 번씩 들어봤을 거다. 이 9단은 특히 2015년 말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 캐릭터 최택(박보검 분) 6단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응팔’의 최택(박보검 분)은 이창호 9단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사진 tvN]

‘응팔’의 최택(박보검 분)은 이창호 9단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사진 tvN]

 
당시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제작진이 참 고증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최택의 어리바리하고 숫기 없는 모습은 이 9단의 실제 모습을 참 많이 닮았다. 또한 드라마 6회에는 최택 6단이 중국에서 열린 국제 바둑대회에서 혼자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작진은 당시 이창호 9단의 대국실 입장 모습과 기보(棋譜)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이날 이창호 9단은 정관장황진단의 2지명으로 프로필 촬영 현장에 섰다. 이 9단은 2015년부터 정관장황진단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2015년 마흔의 나이에 정관장황진단의 1지명으로 선발돼 약간 파격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9단은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지난해부터 이 9단은 팀의 2지명으로 리그에 출전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준비 중인 이창호 9단.

카메라 앞에서 준비 중인 이창호 9단.

 
스튜디오에서 이 9단은 다른 선수들처럼 여러 포즈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9단이 선택한 포즈를 보고 있노라니 '돌부처'라는 별명이 절로 생각했다. 포즈가 참 담백하고 꾸밈이 없다.
 
참고로 설명하자면, '돌부처'란 별명은 바둑의 승패가 얼굴에 전혀 드러나지 않아 생긴 것이다. 보통 사람은 승패에 따른 마음의 동요를 쉽사리 감추기 어렵다. 바둑이 유리하면 승리의 기쁨으로 표정이 환해지고, 패색이 짙으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한 표정을 짓게 된다. 하지만 이 9단의 얼굴에선 바둑의 유불리를 전혀 읽을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이창호 9단의 올해 KB리그 승리 세리머니. 

이창호 9단의 올해 KB리그 승리 세리머니.

 
이창호 9단의 지난해 KB리그 승리 세리머니. 

이창호 9단의 지난해 KB리그 승리 세리머니.

 
세월이 흘러 이 9단도 어느덧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됐다. 그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바둑 팬들에게 이 9단은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금도 갓 입단한 프로기사들은 가장 존경하는 프로기사로 이창호 9단을 꼽는 경우가 많다.
 
이창호 9단의 생각은 약간 다른 것 같다. 과거 이 9단은 나와 인터뷰를 하면서 요즘 자신이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 나이가 들면서 감정 기복이 생겼다는 거다. 이 9단은 이렇게 말했다. 
 
30대 중반이 지나고는 오히려 감정 변화가 많아졌다. 다른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무던해지는데 나는 반대인 것 같다(웃음).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과거와 현재의 자신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마음이 편하다.
 
취재 현장에서 종종 뵙는 이창호 9단은 언제나 한결같이 담백하고 겸손하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런 '한결같음'이 아닐까. 올해 KB리그에서도 이창호 9단의 활약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창호 9단의 또다른 포즈. [사진 바둑TV]

이창호 9단의 또다른 포즈. [사진 바둑TV]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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