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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되려고 마을버스 운전대 잡는 청년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민석(가명·35)씨는 6개월 전부터 도서관이나 학원이 아닌 버스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9급 운전직 공무원 시험 응시에 필요한 경력을 채우기 위해 공부를 잠시 접어두고 마을버스 기사로 취직했기 때문이다. 하루 2교대로 근무하면서 월 18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김씨는 “처음엔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회사에 다니려고 했지만, 긴 운행시간 때문에 시험준비를 전혀 못 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력만 채우면 바로 관둘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취업난으로 청년층 사이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공무원이 되기 위해 마을버스 운전대를 잡는 ‘공시생(공무원 시험 응시생)’까지 생겨나고 있다. 9급 운전직 공무원 시험 응시자격을 채우기 위해 버스 기사로 취직하는 청년층이다. 운전직 공무원의 응시자격은 채용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지정하는데, 서울·경기와 일부 지방에서 시험을 보려면 1종 대형 운전면허와 함께 1년 이상의 대형버스 운행 경력이 필요하다. 최근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가 관련 경력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응시자격이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운전직 공시생들이 대형버스 운행 경력을 쌓기 위한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버스 운송업계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차량 유형에 따라 다른 경력을 요구된다. 시내버스는 1~3년의 경력이 있어야 몰 수 있다. 여기서 더 경력을 쌓아야 고속·셔틀·관광버스로 이직이 가능하다. 초보자는 마을버스 운행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공시생이 마을버스로 몰리는 이유다.  
 
그나마 이런 일자리도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구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에서 마을버스를 모는 최준성(55)씨는 “경력을 채우려는 공시생뿐 아니라 퇴직한 중·장년층도 재취업 일자리로 버스 기사를 눈여겨보는 경우가 많다”며 “아는 사람이 없으면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직자 수요가 늘면서 버스기사 취업을 알선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버스 교육원’ 등의 간판을 단 이들 업체는 1~2주 기간의 버스 운전연수를 해주고 마을버스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대가로 60만~100만원을 받는다.
버스기사 취업 알선업체의 홍보 문자 메시지. [중앙포토]

버스기사 취업 알선업체의 홍보 문자 메시지. [중앙포토]

 
공시생들은 어렵사리 버스기사 자리를 구해도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근무시간이 길고 급여가 적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을버스 기사의 연봉은 2000만~2600만원 수준이다. 그나마 입사 초기에는 100만원을 조금 넘는 정도만 받는다. 교대근무를 하다 보면 근무 시간이 하루 1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운전직 공시생은 “주위에서는 돈도 벌고 ‘낙방 보험’도 든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낮밤은 바뀌고 공부는 전혀 못 하고 쥐꼬리 만한 월급만 받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운전직 공무원은 제설차나 정부 의전용 차량 같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차량을 운행·관리하는 공무원이다. 2012년까지 10급 경력직 공무원으로 분류됐지만 2013년부터 9급 일반직 기술직군으로 변경됐다. 일반 9급 공무원에 준하는 연봉과 복리후생 혜택을 받는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에 비해 필기시험 과목이 적어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12개 지자체에서 139명을 뽑는 데 7669명이 지원했다. 올해는 14개 지자체에서 125명을 뽑을 예정이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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