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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6차 핵실험 미뤄둔 이유

일촉즉발의 군사긴장은 화력시범으로 마무리

지난달 6일부터 7일까지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있었던 미ㆍ중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이해를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미국)가 해결할 것”이라고 하면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시에 핵항모와 핵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키면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선제타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자주포와 방사포가 동원된 대규모 사격훈련이 강원도 원산에 진행됐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자주포와 방사포가 동원된 대규모 사격훈련이 강원도 원산에 진행됐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은 “그들(미국)이 선택한다면 우리는 전쟁을 하겠다”고 하는 등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군사긴장 상태로 몰아갔고,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또는 인민군 창건일(4월 25일)에 북한이 6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것이며, 예측 불가한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타격을 명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한은 장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새로운 미사일 공개와 원산 인근에서의 대규모 화력시범훈련으로 행사의 막을 내렸다. 4월 초부터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고조되었던 한반도 군사긴장이 이제 한 고비를 넘긴 듯하다.

미국과 중국의 단호하고 강력한 대북억제의 효과

이번 태양절과 인민군 창건일에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예전에 없었던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경고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레드라인’은 없지만 적절할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중국 또한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만 공격하고 한미 양국이 38선을 넘지 않을 경우 묵인할 것이라고 하는 등 북한의 도발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선제타격과 원유공급 중단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김정은의 기만

둘째, 김정은은 미국의 핵항모전단이 한반도 수역에 집결해 있는 상황에서 선제타격을 자청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의 선제타격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강력한 경제제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 도발을 포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격적인 화력훈련에 앞서 김정은이 검정색 벤츠를 타고 부대를 사열했다. [조선중앙TV 캡쳐]

격적인 화력훈련에 앞서 김정은이 검정색 벤츠를 타고 부대를 사열했다. [조선중앙TV 캡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북압박의 한계

셋째,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 미국의 핵항모와 핵잠수함이 한반도 해역에 상시 배치되어 있을 수는 없고 중국이 계속해서 북한을 압박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태양절과 인민군 창건일뿐만 아니라, 조선반도해방전쟁(6.25전쟁), 전승기념일(휴전일, 7.27), 정부수립일(9.9), 노동당 창건일(10.10) 등 북한이 축포를 터트릴 기념일은 수없이 많다. 그때마다 미국이 핵항모와 핵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에 배치할 수는 없고 중국이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도 없다. 북한이 기념일에 맞추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지금도 진행중

북한이 이번에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북한이 도발을 보류한 것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로마의 명장 베게티우스는 몰락해 가는 대제국(大帝國)을 보면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지만, 국가 안보를 이민족 용병들에게 맡기고 평화를 즐기던 로마는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평화는 구걸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방어능력과 억제능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데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안보인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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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