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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111㎞ 느림보 커브 … 류현진, 973일 만에 웃다

류현진이 1일 필라델피아전에서 변화무쌍한 변화구를 던지며 5와3분의1이닝 동안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스피드는 시속 140㎞에 그쳤지만 느린 커브가 주효했다.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류현진이 1일 필라델피아전에서 변화무쌍한 변화구를 던지며 5와3분의1이닝 동안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스피드는 시속 140㎞에 그쳤지만 느린 커브가 주효했다.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출발은 최악이었다. 1회 초 선두타자 세자르 에르난데스에게 직구를 던지다 3루타를 맞은 류현진(30·LA 다저스)은 2번 프레디 갈비스에겐 체인지업으로 승부하다 적시타를 허용했다. 3번 대니얼 나바에게도 체인지업 2개를 던졌다가 볼넷을 허용했다.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한 채 승부의 추가 넘어갈 뻔한 순간이었다. 직구 스피드는 시속 140㎞를 겨우 넘었다.
 
류현진은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마운드에 섰다. 0-1로 뒤진 무사 1·2루에서 등장한 4번타자 마이켈 프랑코에게 초구 커브를 던졌다. 시속 111㎞짜리 슬로커브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살짝 스치며 떨어졌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전에서 이 피칭 하나로 흐름을 확 바꿨다. 그는 가장 위급할 때 가장 느린 커브로 승부를 걸었다.
 
이후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 조합으로 프랑코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필라델피아 타자들은 배트를 짧게 잡고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노렸다. 류현진이 투구 패턴을 바꾸자 느린 공을 따라가느라 타자들의 스윙이 커졌다. 류현진은 6회 1사까지 3피안타·1실점하는 동안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 모처럼 타격도 터진 덕분에 다저스는 5-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973일 만에 메이저리그 승리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4.05로 낮아졌다.
 
류현진이 4회 말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때리는 모습.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류현진이 4회 말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때리는 모습.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류현진은 “다시 승리를 거두기까지 10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승리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류현진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2014년 왼 어깨 통증을 느끼며 로테이션을 거르기 시작한 류현진은 2015년 5월 어깨, 지난해 9월 왼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 겨울 그는 독하게 재활훈련에 매달렸다. 보강 운동에 전념하느라 피칭훈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아프지만 않으면 잘 던질 자신있다”며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였다. 올 시즌 가까스로 다저스 선발진에 합류했지만 류현진은 지난 네 차례 등판에서 홈런을 6개나 내주고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직구 스피드가 시속 3~4㎞ 정도 떨어졌고, 체인지업의 위력도 함께 감소했다. 필라델피아전에서 부진하면 선발진에서 빠질 위기였다.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년간 28승(15패)을 올린 류현진에게 이날 등판은 최대 고비였다.
 
첫 승보다 귀한 성과는 ‘커브’라는 무기를 얻은 것이다. 류현진은 한화 신인 시절인 2006년에는 커브를 자주 던졌다. 그러나 체인지업을 장착한 뒤엔 커브 구사율이 10%에 그쳤다. 이닝당 1개 정도 ‘보여주는 공’에 지나지 않았다.
 
올 시즌 첫 3경기에서도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커브 구사율 18%(95개 중 17개)를 기록했다. 그날 직구 스피드가 시속 149~150㎞까지 나오는 바람에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하는 빈도는 낮았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진 이날 필라델피아전에서는 커브의 위력이 돋보였다. 커브 구사율이 17%(93개 중 16개)에 이르렀고, 삼진 9개를 잡아낸 결정구 중 4개가 커브였다.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회 프랑코에게 던진 커브가 잘 들어가자 류현진과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이 게임 플랜을 완전히 바꿨다. 이게 류현진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의 류현진은 수술받기 전인 2014년과 같지 않다. 스피드가 줄었고, 릴리스포인트도 5㎝가량 낮아졌다. 그가 예전의 피칭 각도와 속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예전처럼 효과를 보기 어렵다. 류현진은 이런 상황에서 오래된 무기를 다시 꺼냈다. 이날 류현진의 커브(시속 111~118㎞)는 미국 진출 이후 스피드가 가장 느린 것으로 측정됐다. 커브는 느릴수록 낙폭과 회전력이 커진다. 또한 직구와 속도 차가 많이 날수록 효과적이다. 부상 후 10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류현진은 인내하고 연구했던 것이다.
 
류현진은 5회부터 투구패턴을 다시 바꿨다. 타자들의 타이밍이 느려지자 직구로 되받아쳤다. 투구수가 90개를 넘은 6회에는 직구 스피드가 시속 148㎞까지 나왔다.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은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보였다. 스피드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때도 활용할 무기를 찾았고, 빠른공 구속이 회복될 가능성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왜 류현진인지를 증명한 ‘야구 9단’의 피칭이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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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