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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정위도 앱 끼워파는 구글에 과징금 매겨야”

삼성 갤럭시나 LG G시리즈 스마트폰의 홈버튼을 길게 누르면 ‘Ok Google 말하기’라 표시된 구글 검색창이 첫눈에 들어온다. 구글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짜로 사용하게 하는 조건으로 구글 애플리케이션(앱)을 선탑재(先搭載)하도록 했기 때문에 소비자 의사와 상관없이 구글 검색창이 뜨는 것이다. 이런 구글의 행위가 과징금을 내야 마땅한 ‘위법 행위’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쟁법 전문가인 벤저민 에델만(사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러시아 경쟁 당국처럼 구글 앱 선탑재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 시장에 구글과 경쟁하는 앱 사업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한국 경쟁 당국의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글의 앱 끼워팔기로 국내 검색엔진 시장 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에델만 교수는 구글 앱 끼워팔기가 이뤄지는 과정을 심층 분석했다. 구글은 우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갖추는 데 꼭 필요한 구글플레이(앱 장터)·유튜브 등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안드로이드 OS를 쓰도록 강제한다. 이때 제조사들이 구글플레이·유튜브 정도만 탑재하기를 원해도 구글 지도·검색엔진·지메일 등 모든 구글 앱 패키지를 선탑재해야 필수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단다. 에델만 교수는 이를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구글플레이·안드로이드OS의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자가 있는 다른 제품까지 엮어서 파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런 다음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네이버·카카오 등 경쟁 앱은 선탑재할 수 없도록 막는다. 또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고 구글 앱 패키지는 스마트폰 화면 ‘명당’인 홈 화면에 가깝게 위치시켜야 한다는 조건도 내건다.
 
에델만 교수가 보기에는 이런 행위는 경쟁 앱 개발자들의 공정 경쟁을 제한할 뿐더러 스마트폰 화면 ‘명당’을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기회까지 박탈하는 행위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광고 수익으로 단말기 값을 낮춰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도 있지만 구글이 그런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라고 말하면서도 스마트폰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변형 OS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별도의 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도 체결한다. 이는 다양한 운영체제의 진화를 막는 행위란 것이다.
 
최재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전도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편다. 공정위도 지난해 7월부터 구글 앱 선탑재가 현행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지 재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포털 사업자가 구글 앱 선탑재 문제를 제소한 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지난해 5월 구글과 삼성전자가 체결한 안드로이드 사용 관련 모바일 앱 유통 계약서(MADA)가 폭로되면서 다시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18일 러시아 연방 독점금지청(FAS)이 구글에 780만 달러(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결정을 구글이 수용하고 앱 선탑재도 철회하기로 하면서 공정위의 판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에도 토종 검색엔진 ‘얀덱스’가 있어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국내 경쟁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정위가 러시아처럼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란 의견도 있다.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다소 불공정 소지가 있어도 계약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체결한 계약은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삼성·LG전자도 안드로이드 OS를 쓰면서 구글 앱을 선탑재하는 것이 이득이 있다고 판단하고 계약을 맺었을 것이므로 이를 ‘불공정 계약’으로 판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강요한 사실을 입증하면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근거로 과징금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영욱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조사 중인 사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러시아 당국의 판단 결과와 해외 석학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의 앱 선탑재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에서 앱 선탑재를 철회한 데 대해서는 “구글 앱 배포 과정에서 발생한 사례를 해결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만 밝혔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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