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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의 리쇼어링 회군 “제조업이 유럽으로 돌아온다는 건 환상”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사진 아디다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독일 안스바흐에 설립한 스마트 공장 ‘스피드팩토리’에서는 사람 손 대신 로봇 팔이 운동화를 만든다. 2015년 말 완공돼 현재 시험 가동중인데, 올해 중순쯤 정식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게 된다.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 투자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생산 체계를 구축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 기술 개발과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4차 산업혁명 담론의 가장 적절한 사례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캐스퍼 롤스세트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가 운동화 제조의 완전 자동화와 제조업의 유럽으로의 회귀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공장 디지털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새로운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운동화 제조 완전 자동화 5~10년내 어려워
신발 끈 본체에 끼우는 로봇 기술 개발이 난제
스마트 공장은 트렌드 반영 속도 빠른 장점
"리쇼어링으로 돌아오는 일자리는 많지 않을 것"

지난해 취임한 캐스퍼 롤스테드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운동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로봇이 만드는 완전 자동화가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제조 방식으로 약 120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운동화 제조 작업 중에서 운동화 끈을 키우는 것 같이 섬세한 작업은 아직까지 로봇이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운동화 업계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는 운동화 끈을 끼우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이 작업을 완전히 손으로 해야 하며, 이걸 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운동화 신발 끈을 매는 기술은 로봇보다 사람이 낫다”며 “아시아의 반자동 생산시설이 완전 자동화된 로봇 기반의 생산 시설보다 훨씬 더 생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롤스테드 CEO는 “제조업이 양적 측면에서 유럽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믿는 것은 완전한 환상(illusion)”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의 생산 시설은 현재 90% 이상 아시아에 있기 때문에 이를 당장 옮기는 것은 어렵다는 취지다.
그는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길 것을 요구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은 경쟁력이 전혀 없는 시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정치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비논리적이며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면서 “이는 아디다스뿐만 아니라 스포츠 브랜드 업계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사진 아디다스]

 이같은 발언은 전임자인 허버트 하이너 전 CEO의 주장과 일견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이너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내가 아디다스에 입사한 1987년은 독일에 있는 공장의 문을 닫고 중국으로 옮기는 작업이 막 시작됐을 때였다”며 “이제 (제조 공장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한 바퀴 돌아 다시 원점으로 왔다는 게 참 묘하다”고 말했다. 2001년 취임해 지난해 물러날 때까지 15년간 아디다스를 이끈 하이너 전 CEO는 아디다스 제조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과 미국에 각각 스피드팩토리를 여는 구상을 세웠다.
아디다스 운동화는 중국ㆍ베트남 등지의 공장에서 사람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인건비가 오르고, 힘든 일을 기피하면서 기술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시아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제조 혁신이 만나 독일과 미국에 스마트 공장을 짓는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롤스테드 CEO의 발언은 공장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대거 선진국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과 미국의 스피드팩토리는 연간 각각 운동화 50만 켤레를 생산할 뿐이다. 이는 지난해 아디다스가 생산한 3억6000만 켤레의 0.3%에 불과하다. 때문에 스피드팩토리만으로는 당장 아시아 공장이 생산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너 전 CEO도 “당장 스피트팩토리가 아시아 공장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시아의 생산 물량을 보완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 공장의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는다. 스마트 공장이 비단 인건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롤스테드 CEO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속도 혁신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운동화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뒤 완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약 18개월이 소요된다. 원ㆍ부자재를 조달하고, 이를 부속품으로 만든 뒤 다시 부속품을 손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단계마다 공급망 관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낡은 제조 방식은 트렌디한 디자인을 빨리 소비하고 싶어하는 고객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 [사진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는 이 과정을 몇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지난해 시험 가동하는 공장을 방문한 FTㆍ이코노미스트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생산라인 한 곳에서 밑창을, 다른 라인에서 신발 윗부분을 만든 뒤 결합해 운동화 하나를 완성하는 데 약 5시간이 걸렸다. 시범 생산한 운동화 ‘퓨처크래프트 M.F.G.(Made for Germany)’를 소개하면서 제임스 칸즈 아디다스 전략담당 부사장은 “스피드팩토리는 기존의 제품 생산 장소, 제조 방법, 시간 등 모든 경계를 허물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지난달 3D 프린터를 이용해 운동화를 만드는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스마트 공장과 3D 프린팅 기술은 제품을 사용할 최종 소비자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최신 유행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 공급하는 유통 혁신이기도 하다. 스마트 제조는 대량 생산보다는 소수를 위한 맞춤형 고급 제품을 만드는 데 더 적합하다. 이 때문에 스피드 팩토리는 대량 생산 공장의 리쇼어링보다는 고급 프리미엄 제품을 시장이 있는 곳에서 만들어 공급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도 스마트 공장이 세워질 수 있다. 롤스테드 CEO는 “스피드팩토리는 틈새 시장 수요를 위한 섬세한 신발 제조 기술을 구현한다. 결국 중국에도 스피드팩토리가 들어설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디다스의 경쟁사인 나이키와 언더아머 등도 스마트 공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곳은 없다. 미국의류신발협회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서 판매된 신발의 98.4%가 해외에서 제조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입되는 신발의 평균 관세는 10.8%, 운동화는 대략 20%쯤 된다. 일반 산업 제품 평균인 1.5%보다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신발 제조업이 미국으로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조사업체 NPD그룹의 매트 파웰 스포츠산업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신발이 대량 생산되더라도 이는 다수의 로봇과 소수의 사람이 만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에는 160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설령 리쇼어링이 일어난다고 해도 회귀하는 일자리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예기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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