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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성년후견]기적처럼 꿈 이룬 지적 장애 여성

구멍 뚫린 성년 후견 <하> 기적처럼 꿈 이룬 지적 장애 여성 
중앙일보가 취재했습니다
 “내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흔히들 하시는 말인데요. 이런 부모님들의 걱정을 사회가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발달장애인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사건들이 보도되곤 하는데요. 최근에는 후견제도도 생겼다고 하는데 이런 후견제도나 신탁제도 등 다른 기타 지원제도들이 활성화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puha****
'볕 잘 드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나무도 가꾸고 물고기도 키우며 살고 싶다.'
 

지적 장애인도 신탁 통해 재산관리
성년후견인 도입하고 4년 지났지만
소액 맡길 비영리 신탁은 1개 뿐
사회적 약자 위해 공공신탁 늘어야

지적 장애가 있는 김모(49·여)씨의 꿈이 이뤄진 건 기적에 가까웠다. 고아였던 김씨는 한 노부부 집에서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며 자랐다. 자산가였던 부부가 30여년 전 그를 딱하게 여겨 거둬주면서부터다. 그런데 3년 전 노부부가 세상을 뜨자 갑자기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월 30만원짜리 고시원에 기거하며 청소일로 근근히 끼니를 때웠다. 청소업체 사장은 김씨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걸 알고는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 무렵 김씨는 50대 남성 이모씨를 만났다. 외로웠던 김씨는 그를 '오빠'라 부르며 의지했다. 이씨는 고양시 장애인복지관에 김씨의 체불임금을 받을 방법을 문의하는 등 김씨 일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초 이씨는 변호사까지 동원해 김씨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를 알게 된 고양시 장애인복지관 측은 한국장애인사랑협회가 운영하는 비영리 전문기관인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에 김씨 사례를 문의했다.
 
 의뢰를 받은 센터는 곧바로 김씨의 금융자산부터 조회해봤다. 그 결과 3년 전 사망한 노부부가 평생 일한 대가로 김씨에게 예금 4억원과 원룸 집 한 채를 남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센터는 김씨가 글을 읽진 못해도 의사 소통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그를 설득했다. 이씨를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하면 통장도 마음대로 개설하지 못할 정도로 재산권을 제약 당한다는 걸 4시간에 걸쳐 그림으로 설명했다.
고양시장애인복지관 명은주 상담사례지원팀장과 정선옥 사회복지사, 한 국자 폐인 사랑협회 전창훈 변호사(왼쪽부터)가 지난달 25일 고양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후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정동 기자  

고양시장애인복지관 명은주 상담사례지원팀장과 정선옥 사회복지사, 한 국자 폐인 사랑협회 전창훈 변호사(왼쪽부터)가 지난달 25일 고양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후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씨와 센터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씨는 후견인을 두기 보다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재산을 맡기기로 했다. 센터는 40대의 김씨가 65세까지 일할 것을 감안해 평생 재무설계를 했다. 정선옥 고양시 사회복지사와 재정자문가, 변호사로 구성된 팀이 설계를 맡았다. 지난해 10월 센터는 원룸을 팔고 김씨가 소망했던 베란다 있는 작은 아파트를 구입했다. 냉장고·밥솥 등 전자제품도 김씨와 사회복지사가 매장에서 고르면 센터가 매장 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방식으로 구입했다. 생활비는 김씨 월급(63만원)으로 충당하고, 국민연금 외에 실손의료보험에도 가입했다. 일을 그만두는 65세 이후에는 주택연금을 신청해 쓸 수 있도록 했다.  
 
 요즘 김씨는 오전엔 청소일을 하고 오후 퇴근해선 볕 잘 드는 베란다에서 꽃과 나무, 물고기를 키우며 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한글도 배우기 시작했다. 명은주 고양시 상담사례지원팀장은 "지적 장애인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 결정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며 "금전 개념이 약해 분쟁의 소지가 있는 재산관리만 신탁을 통해 투명하게 진행하면 굳이 경제활동을 제약할 후견인을 두지 않고도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씨의 재산관리를 지원하고 있는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는 현재 국내 1호 비영리 신탁기관이다. 현재 센터가 관리하고 있는 계약은 총 35건이다. 시설에서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1000만원)이 자립을 위해 돈을 맡기거나 성매매 피해를 입은 장애인의 소액 재산 관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아산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내년에 3년 지원계약이 만료돼 새 후원자를 찾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다. 전창훈 변호사는 "내년 하반기 재단지원이 끊기면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신탁사업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라며 "국가가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 공공신탁 사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이동현 팀장·김현예·이유정 기자·정유정 인턴 기자·조민아 멀티미디어 담당 peoplemic@people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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