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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빗물 막는 비닐 찟기고, 침출수는 악취...구제역 매몰지 가보니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중부고속도로 인근에 만들어진 가축 매몰지 [강찬수 기자]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중부고속도로 인근에 만들어진가축 매몰지 [강찬수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중부고속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한 축산농가. 하지만 돼지 축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었다. 축사 뒤편으로 돌아가 보니 외진 땅에 가축 매몰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성 매몰지 비닐 찢겨진 채 방치
잡초 무성...빗물 스며들 수밖에 없어

매몰지 주변 조사대상 중 41% 수질기준 초과
오염물질 계속 흘러나와 최근 정밀조사 착수

"마시면 안되는 물", 주민들 지하수 음용 꺼려
전문가, "정부 지속적인 수질 관리 노력 기울여야"



매몰지 주변 지하수 41.5% 기준 초과
91곳은 침출수 누출 가능성으로 '조치'
"3년 지나도 수질 모니티링 계속해야"

 매몰지 앞에 세워진 경고 표지판에는 2015년 1월 구제역 당시 이곳에 396마리의 돼지를 묻었고, 3년간 발굴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로 10m·세로 15m 규모와 가로 10m·세로 20m짜리 매몰지 두 개는 빗물이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 덮어놓았던 천막용 비닐이 이리저리 찢겨나가 맨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경기도 안성시의 가축 매몰지.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덮어놓은 천막 비닐이 이리저리 찢겨있고 잡초도 무성하게 자랐다.[강찬수 기자]

경기도 안성시의 가축 매몰지.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덮어놓은천막 비닐이 이리저리 찢겨있고 잡초도 무성하게 자랐다.[강찬수 기자]

 또 드러난 흙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적어도 몇 달 동안은 전혀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 침출수를 빼내는 관을 덮어놓은 플라스틱 들통을 들어내자 비릿한 악취가 코를 자극했다. 관 속에는 침출수가 눈으로도 명확히 식별될 만큼 가득 차 있었다. 빗물까지 스며들면서 더 늘어난 침출수를 제때 수거하지 않는다면 주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인근의 텅빈 돼지 축사. 2015년 초 구제역 발생 이후 축사는 이렇게 을씨년스럽게 비어었다. [강찬수 기자]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인근의 텅빈 돼지 축사. 2015년 초 구제역 발생 이후 축사는 이렇게 을씨년스럽게비어었다. [강찬수 기자]

 마을 이장 곽재근(71) 씨는 “외진 곳이라 그쪽으로는 나도 최근엔 가 보지 못했다. 정부에서 주기적으로 잘 관리할 줄 알았는데…”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 이용진 사무관은 "1년에 두 차례, 해빙기 전과 장마철 전에 현장 합동 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농림부에서는 현장 점검을 나가 문제가 발견되면 지자체에 즉각 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경기도 안성시의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 관정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다.[강찬수 기자]

경기도 안성시의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 관정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계속 검출되고 있다.[강찬수 기자]

 문제의 가축 매몰지에서 서쪽으로 500여 m 떨어진 고속도로 건너편의 한 농장 마당.
 역시 일죽면에 속한 이곳에도 같은 시기(2015년 1월)에 돼지 1333마리를 묻은 매몰지가 있다. 이곳은 매몰지 위 천막을 노끈과 시멘트 블록으로 눌러 놓아 얼핏 보기에는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매몰지 바로 옆 관정 지하수에서는 2년째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암모니아·염소이온 등 오염물질이 검출되고 있었다.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비닐을 단단히 묶어놓는 등 겉으로 관리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비닐을 단단히 묶어놓는 등 겉으로관리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주변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서 환경부가 2년 전부터 침출수 수거를 강화하라고 안성시에 요청했지만, 지하수 오염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에도 환경부는 이곳 매몰지 주변에서 14개 토양 시료를 채취했다. 지하수 오염이 계속되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다.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주변에서 지하수 오염 원인을 밝히기 위해 토양 시료를 채취한 곳. [강찬수 기자]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주변에서 지하수 오염 원인을 밝히기 위해 토양 시료를 채취한 곳. [강찬수 기자]

 
 안성시 축산과의 이효석 매몰지관리팀장은 “과거에 축사 부지로 사용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가축 매립과 무관하게 토양 자체가 오염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장 직원은 "축사가 아니라 사람이 살던 건물 터"라고 다른 얘기를 했다.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주변 수질 관측용 지하수 관정. [강찬수 기자]

경기도 안성시 가축 매몰지 주변 수질 관측용 지하수 관정. [강찬수 기자]

주민들 "지하수는 마시면 안되는 물"
 이런 사이 주민들은 지하수를 마실 수 없는 물로 여기게 됐다. 2002년 무렵 구제역이 퍼졌을 때 당시 안성시에서 상수도를 설치했고, 지금은 주민들 모두 지하수 대신 수돗물을 마신다는 것이다.
 주민 우명무(66) 씨는 “가축에게 지하수를 먹이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주민들은 들에 나가 일할 때도 지하수를 마시지 않는다”며 “특히 갓난아기는 먹이면 안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질산성 질소 수치가 높은 물을 아기들이 마시면 자칫 청색증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으로 지난 2월 가축 매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충북 보은군의 한 농장 [중앙포토]

구제역 발생으로 지난 2월 가축 매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충북 보은군의 한 농장 [중앙포토]

가축 매몰지로 인한 농촌의 지하수 오염은 경기도 안성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구제역이 기승을 부렸던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봄 사이 생긴 4800여개를 포함해 2014년 6월 말까지 전국에 4949개의 매몰지가 만들어졌다. 또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400개 넘는 매몰지가 생겼다. 전국적으로 6000개 정도의 잠재적인 지하수 오염원이 널려 있는 셈이다.
 
전국 가축매몰지는 6000개 정도
실제로 환경부가 가축 매몰지 주변 지역 지하수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지하수의 30%가 수질 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조사한 992개 시료 가운데 41.5%가 수질기준을 초과했다.10개 중 4개는 못마시는 물이라는 얘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또 2011년 이후 매몰지 91곳은 암모니아성 질소가 10ppm 이상, 염소이온 농도가 100ppm 이상으로 측정돼 매몰지 관리 1~3단계 가운데 침출수 유출이 의심되는 ‘1단계’로 분류됐다. 관리단계 중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1단계로 판정되면 침출수 수거를 자주하거나, 매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소각처리해야 한다.2단계는 침출수 유출이 약하게 의심돼 수질 조사를 강화하는 단계이고, 3단계는 유출이 없는 단계다.
 하지만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김동진 사무관은 “최근에는 침출수 유출이 의심되는 매몰지 숫자가 연간 3~4개 정도로 많지 않다”며 “매몰지 주변 지하수 오염이 심하다 해도 일반적인 농촌 축산단지의 지하수 오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5월 구제역 발생으로 충남 청양군의 농장 근처에서 소를 매몰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2010년 5월 구제역 발생으로 충남 청양군의 농장 근처에서 소를 매몰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중앙포토]

지하수 오염 원인 밝힐 방법도 없어 
현재로서는 지하수 오염 원인이 축산폐수인지, 매몰지 침출수인지 구분할 수 있는 기술도 없다.과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동물 사체의 단백질이 분해될 때 아미노산이 배출된다는 점을 들어 아미노산으로 침출수 오염을 판정하는 분석법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에서는 2015년 아미노산 비율 분포가 축산폐수와 유사해 침출수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고, 분석법 자체가 적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질소 동위원소를 활용해 침출수 오염을 판정하는 방법도 제시됐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가축 매몰지를 3년 동안만 관리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른 용도로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2015년부터 규정을 바꿨다. 3년이 지나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별되면 농림부가 2년의 범위에서 관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년이 지나도 가축 사체가 완전히 썩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원대 이진용(지질학) 교수는 “지하수는 땅속에서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3년 동안 문제가 없던 곳이라도 뒤늦게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며 "3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해서 1년에 한번, 힘들면 2년에 한번이라도 수질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로 수자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지하수 자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환경복지 차원에서도 농촌의 지하수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하고, 나아가 지하수 수질 정화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청색증=오염된 물속에 포함된 질산염(NO3)이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어렵게 해서 나타나는 질병. 입술과 귀 등이 암청색을 띄는 것으로 태어난지 백일 이전인 갓난아기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과거 동유럽 등지에서는 신생아들이 청색증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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