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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위기 속 대통령의 반전을 기대한다

김진국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국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고 믿었다. 역대 대통령을 절묘하게 잘 골랐다고 생각했다. 특히 1987년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가 갈라져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들은 이야기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군인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김영삼이 아닌 김대중이었다면 하나회를 해체할 수 있었겠나’ ‘호남의 한(恨)을 한번 풀지 않고 민주주의 발전이 가능하겠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1년 만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인제 와서 보니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을 때도 ‘이렇게 기성사회의 허위의식이 모두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로 가는구나’ 기대했다.
 
그다음이 이명박 정부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전국의 강을 한꺼번에 뒤집고 콘크리트를 쏟아부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닦던 70년대 초가 생각났다. 박근혜 정부는 한술 더 떴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처럼 과거의 인물들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부 주도, 상의하달(上意下達)… 유신의 판박이다.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로 달려야 한다. 제도와 관행이 아닌 사람을 적으로 삼을 순 없다. 다음주 화요일이 투표다. 방송 토론으로 후보들을 좀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남은 기간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모른다. 어떻든 일주일 뒤면 바로 새 정부다. 두 달 넘게 준비할 여유가 있던 과거와는 다르다. 다음 정부가 걱정일 수밖에 없다.
 
누가 당선돼도 여소야대(與小野大)다. 88년은 그나마 좋은 환경이었다. 민정당보다 더 보수적인 신민주공화당이 있었다. 집권당인 민정당보다 양 김끼리 감정의 골이 더 깊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념이나 정책이 가장 가까운 두 당이 주적(主敵) 관계다. 탄핵의 후유증이 여전하다. 촛불과 태극기 사이가 너무 멀다.
 
대외환경은 더욱 암담하다. 북한 핵 위기는 현실 문제로 다가왔다. 실전 배치 단계에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력을 써서라도 끝장을 보겠다는 기세다. 미·중 정상이 밀실에서 거래했다. 한반도가 ‘과거 중국의 땅’으로 오도됐다. 우리 머리 위에 언제 무엇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비용을 내놓으라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 기업이 조 단위로 피해를 보고 있다. 대책이 없다. 일본은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몰아붙이고, 북한마저 한국을 넘어 미국을 직접 상대하려 한다.
 
교역 1, 2위인 중국·미국과의 갈등은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일자리·저출산·고령화…. 후보들은 각종 복지공약을 내놓았다. 못살겠다 아우성이니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무슨 돈으로 하겠다는 건지 얼버무린다. 겨우 어물쩍 언급하는 게 법인세 인상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내리겠다는데 어떻게 하나.
 
아무리 돌아봐도 다음 정부는 시련으로 시작한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생겼다. 그래도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협치의 틀부터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행히 후보들의 정책이 닮아 간다. TV토론의 좋은 점이 그런 것이다. 토론을 하다 보면 좋은 정책을 서로 흉내 낸다. 토론 중에도 다른 후보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여야의 협조를 강조하고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것도 비슷해졌다. 그것이 득표 전략이 아니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건 말보다 실천이다.
 
그렇지만 과거 정부에서 절대 닮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실시되는 선거다. 특히 비선(秘線)에 기대는 국정 운영은 결코 따라가선 안 된다. 입맛에 맞는 비선의 교언영색에 빠지는 것은 본인의 기초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도 틀릴 수 있다고 겸손하게 귀를 여는 게 해결책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못 참는 원리주의·순결주의도 소통을 막는 벽이다.
 
과거의 성과를 무시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투방식도 따라갈 건 못 된다. 대통령이 되면 모두 내 편이다. 선거 과정에 다른 편에 섰다고 적이 아니다. 이 나라의 인재와 재원은 모두 동원할 수 있다. 스스로 반쪽 대통령이 되는 건 바보짓이다. 갈등을 조장하고 적을 많이 만들면 일이 풀릴 수 없다.
 
대통령의 역할과 업적을 만드는 데는 시운(時運)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을 자처한 노태우 정부는 여소야대 때 오히려 가장 많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과거사를 정리하고 북방외교의 길을 텄다. 외환위기 속에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위기 속에 준비도 없이 취임하는 다음 대통령에게도 반전(反轉)을 기대한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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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